- 왼쪽부터 고(故) 고준희 양의 친부 고모(37)씨, 내연녀 이모(36)씨, 내연녀 모친 김모(62)씨. 사진=뉴시스
전북 군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고준희 양의 사인(死因)이 ‘친부와 내연녀의 폭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전주 덕진경찰서는 준희 양의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다음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연녀의 모친 김모(62)씨 또한 같은 날 사체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작년 4월 친부와 내연녀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한 준희 양은 다음날 사망했다. 현재 친부와 내연녀는 준희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상대방이라며 혐의를 떠넘기고 있다.
월초부터 친부 등은 준희 양을 폭행했다. 발목을 수차례 밟혀 환부에 고름이 흘렀다. 기어 다녀야 할 정도로 몸이 쇠약해져 갔다.
같은 달 20일부터 친부 등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 양을 다시 폭행했다. 평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던 준희 양은 치료는커녕 가족들에게 학대를 당했던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갑상선 질환을 겪으면 식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25일에는 ‘밤이 늦었는데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 양의 등을 수차례 발로 차고 밟았다. 경찰은 이때 준희 양의 갈비뼈 3개가 부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내 폭행을 당한 준희 양은 26일 사경을 헤맸다.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의식을 잃는 상황이 거듭됐다. 이날 오전 준희 양은 친부와 내연녀가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우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친부와 내연녀는 준희 양의 시신을 내연녀의 모친이 사는 곳으로 가져갔다. 처리 방법을 논의한 후 군산의 한 야산에 매장했다. 시신을 유기한 이틀 뒤에도 가족여행을 가면서 마치 준희 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로 모의했다.
사망 직전 준희 양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친부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중간 부검 소견에서 준희 양이 그들의 폭행으로 인해 쇼크사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장기 손상으로 흉강 출혈이 있었다면 목이 마르거나 호흡이 고르지 않은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육비·미역국에 가족여행·실종신고까지... 일가족의 지독한 연극
친부는 경찰 조사에서 “준희가 죽을 것 같았다”고 진술하는 등 아이의 위중한 상태를 감지했으면서도 사망 당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더욱이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연극까지 했다.
1. 친부는 사망 당일 직장에 출근해 근무를 하고 오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2. 내연녀 모친에게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70만 원을 보내 마치 준희 양을 돌보는 것처럼 꾸몄다.
3. 내연녀 모친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준희 양의 생일”이라며 미역국을 나눠주기도 했다.
4. 작년 12월 8일 일가족은 이미 사망한 준희 양에 대한 허위 실종신고까지 했다.
5. 당시 친부는 관할 지구대에서 “내 딸을 찾아달라”고 고성을 지르며 오열하는 연기를 보였다.
경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기도”
현재 친부와 내연녀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 등이다. 법정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입증되면 이들은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론은 그들에게 폭행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병을 앓는 아이를 보호하고 치료하기는커녕, 아이의 병증이 악화된 상태에서 가혹한 학대를 지속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예를 들어 젖먹이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면, 그 사람에게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고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에둘러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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