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윤병세 "(위안부) 합의의 본질보다 감성적 요소에 중점... 균형 있게 평가 못해 유감" TF 발표 지적 : 월간조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최근 불거진 '한일 위안부 비공개 합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장관으로서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함께 합의 내용을 발표했었다.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위안부 TF가 '비공개 합의'를 했다고 발표한 당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입장문을 배포했다.

입장문에서 윤 전 장관은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부분을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 내용에 포함시켜 대외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다양한 계기에 국회, 언론 등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외교 협상 결과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비공개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고도 했다.

이하 윤 전 장관의 입장문 전문이다.

1. 금번 외교부 민간 TF 보고서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 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 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함.

2. 12.28 합의는 20여 년간 우리 정부와 피해자들이 원하던 3대 숙원사항에 최대한 근접한 것으로서(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공식적 사죄와 반성, 그 이행조치로서 순수 일본 정부 예산 사용), 이는 일본 정부가 그간 제시했던 어떠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고노담화, 사사에案, 아시아여성기금)보다 진전된 내용임.

이는 그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일본 측 양심을 대표해 온 유력 인사들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서 2차대전 이후 여타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음.

3. 무엇보다도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이라는 시급성에 비추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시는 동안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강력한 의지하에 이루어 낸 것이며, 합의 당시 생존한 피해 할머니 47명 중 대다수인 36명(3/4 이상), 사망자 199명 중 68명의 유가족이 합의를 긍정 평가하고 재단 사업을 수용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사업임.

4. 협상타결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외교 협상의 성격상 피해 당사자 모든 분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음.

그러나 이것이 12.28 합의의 본질적 핵심적 성과에 근본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대다수 분이 재단사업에 참여한 것처럼 앞으로 사업이 진전되고 한일 관계가 개선되어 나가면서 보완될 수 있는 것임.

5. 복잡한 고난도 외교협상 결과와 과정을 우리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 국제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외교부 70년 역사에 전례가 없는 민간 TF라는 형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앞으로 우리 외교수행 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우리 외교관들의 고난도 외교 수행의지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됨.

[첨부] 1) 상응조치 및 감성적 조치 관련

- TF에서 중점 발표한 한국 측 상응조치 문안은 지난 20여 년간 위안부 문제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핵심/본질적 사항이라기보다는 부대적 내지 절차적 사항들로서 조약처럼 법적으로 구속하거나 우리에게 추가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고 다만, 협상 과정에서 일측의 관심사항을 우리 입장의 범주 내에서 표현한 것임.

- 대다수의 외교적 합의는 별단의 규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성격, 특히 위안부 합의는 그간 골포스트 이동의 비판 상존

- FTA나 어업협정 등 룰을 만드는 조약은 개정조항도 있고 종료조항도 있지만,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는 처분적 합의로서 당연히 최종적인 해결이어야 하고 최종적 해결이 아니면 해결된 것이 아님.

- 불가역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최종적 합의를 강조한 것에 불과함.

- 물론 잠정 합의 후 외교부가 불가역적 표현을 포함하여 일부 수정을 요청하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측이 이를 책임 인정, 사죄와 반성의 불가역성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일 측이 잘 알고 있을 것임. 와다 하루키 동경대 명예교수의 해석*도 이를 반영함.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수정하고 싶다는 주장을 해서 2번째로 총리가 됐다. 그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담화를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신념이 있지만, 일본의 총리대신으로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이후에도 추가 조처를 취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조처를 검토했다.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일본 우익 입장에서도 일본 총리의 사죄는 지울 수 없게 됐다."

- 일각에서 불가역성을 파기나 재협상과 연계지어 보려는 시각이 있으나 이러한 측면은 불가역이라는 문구가 장애가 아니라 그 결과 야기되는 일 측의 대응조치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상실이 문제가 되는 것임.

- 당초 우리가 반영코자 했던 일부 부대적 감성적 조치 등 관련, 우리 의견이 반영 안 된 부분들은 후속 외교협의(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대통령 방일 등)를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인데 탄핵 등 사태로 추진이 어렵게 된 것임.

[첨부] 2) 합의 비공개 부분 관련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임. 아울러 이는 동일 사안에 대해 대외 공개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별도로 합의하는 이면합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름.

특히 소녀상 문제에 관한 이면합의는 없음. 비록 비공개 부분을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내용에 포함시켜 대외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합의 이후 다양한 계기(국회, 언론 등)에 설명함. 외교협상 결과를 모두 대외 공개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대외 비공개하는 경우는 흔히 있음.

[첨부] 3) 고위급 협상 출범 배경 및 국장급 협상과의 관계

- 2014년 중 국장급 협의 수차 개최에도 진전이 없자 양측 모두 고위급 협상 병행 필요성 인식.

- 일 측의 경우 외무성이 재량권에 한계가 있어 결국 총리의 특별대표로서 수많은 난제를 해결(2014.11 일중 간 4개항 원칙 합의 등)한 바 있는 야치 사무국장이 특별 대표로 임명됨.

- 우리 측의 경우 14년 말, 15년 초 개최된 NSC 장관급회의에서 고위급 협의 병행을 건의, 대통령이 재가한 것임.

- 우리는 주일대사로서 야치 및 스가를 포함한 광범위한 일본 네트워크가 있고, 전직 외교관으로 일어 구사 등 협상 능력 있는 이 실장을 적임자로 임명한 것임.

- 고위급 협의는 매우 민감한 특정 외교현안에 대해 지도자들의 신임을 받는 인사를 통해 협상하는 것으로서 외교적으로는 선례가 흔하고 많은 경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경우임.

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