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27일 마무리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재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 뇌물 제공과 횡령 및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5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17차 공판을 끝으로 2심 재판을 마무리한 이날, 이 부회장은 이른바 2014년 9월에 있었다는 이른바 ‘청와대 안가 독대’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안봉근 비서관이 왜 그런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안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5년 7월 25일과 2016년 2월 15일 두 번뿐”이라며 “제가 기억을 못하면 적절치 못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치매”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을 통해서 다른 피고인들과 회사 사람들한테도 알아봐 달라고 했다"면서 "9월 12일 혹시 연락이 왔는데 취소된 것인지 저에게 얘기 안 해준 것인지 등을 최지성 실장이나 장충기 사장에게 (물었지만) 모두 그런 일 없다고 했고 저는 안 갔다"고 이른바 청와대 안가 독대설을 강력 부인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적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경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법원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관해 온 20대부터 70대 '어르신들'이 화제(話題)였다. 이들은 이 부회장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이른 새벽에 법원 청사를 찾았다고 한다. 방청권을 구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출근’을 해왔다는 것이다.
                
재판을 취재해온 모(某) 언론사 기자는 “거의 고정적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참관인들 중에서 여대생 차림의 20대 여성도 있었는데 누군지 궁금해 삼성 측에 ‘저 여성은 누구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그런데 그쪽에서도 ‘우리도 궁금하다’며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재판에는 대한민국의 '경제동력'을 걱정하는 몇몇 어르신들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한다.

       
통상 방청권은 법원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에 참관을 원하는 사람에게 차례대로 나눠준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재판처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재판의 경우, 참관인들이 몰려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경우가 많다. 이 부회장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의 재판이 이에 해당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명 인사의 경우 그를 직접 보기 위해서 또는 해당 인사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 위해 재판 당사자와 상관없이 법정을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