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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 단교 무마 특사 의혹'이 한창인 가운데 당사자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휴가를 낸 탓에 19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파행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임 실장을 휴가 중인데도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내 국회를 대놓고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임 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하는 자리에 원전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진을 공개하고, “임 실장이 UAE의 원전 사업 책임자를 비공개로 만나 한국이 원전 건설을 수주해 운영해 놓기로 하고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을 무마했다”고 보도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임 실장을 출석시켜 진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18일 오전에 출근했던 임 실장은 “UAE에 원전 불만을 무마하러 간 게 아니다”란 입장을 밝힌 채 반차 휴가를 내고 퇴근했다. 또 21일까지 연차 휴가를 썼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당사자는 ‘3.5일 휴가’를 냈다는 얘기다. 임 실장이 휴가를 낸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알려졌다.
‘휴가’를 내고 퇴근한 임 실장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장에 얼굴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한 헤드테이블 옆 ‘1번 테이블’에 앉아 만찬용 술로 나온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렇게 청와대 행사엔 참석했던 임 실장은 다음날인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엔 나오지 않았다. ‘임종석 불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갔고, 결국 운영위원회는 파행됐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이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 실장이 휴가를 써놓고도 청와대 행사에 나간 걸 놓고 또 다른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 청와대 참모진이 연차를 신청하고 실제로는 출근한 행위와 관련해 이 같은 ‘편법’을 근절하라고 경고했다. 이런 엄중한 시국에 ‘연차 휴가 소진’을 강조하는 ‘진의’를 알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휴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스스로 연차 휴가를 쓰는 데 앞장섰다. 북한이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는데도, 이틀 뒤인 30일에 6박 7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을 정도다.
이런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이 서류상 휴가원을 제출한 뒤 업무를 보는 것과 관련해 “점검해서 걸리면, 이 부분은 윗선 책임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자발적으로 잘 지켜야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번에 10㎝를 못 가더라도 1㎝는 나아가려고 해야지, 이렇게 가식적으로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가식적’이라는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휴식’을 강조했음에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행사장에 나왔다. 문 대통령의 ‘경고’가 임 실장에겐 통하지 않는 것일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