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algamized Venus of Arles, 2023, Patinated bronze, polished bronze, stainless steel
200 × 90.9 × 72.8 cm
미국 현대미술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b.1980)의 개인전 〈기억의 건축(Memory Architecture)〉이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다. 7월 10일부터 8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7년 페로탕 서울에서의 첫 전시, 2024년 롯데뮤지엄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에 이어 페로탕 서울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아샴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은 현재의 사물이 먼 미래에는 결국 과거가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카메라, 마이크, 카세트 플레이어, 공중전화 등의 일상적 오브제를 석고, 모래, 화산재 등 지질학적 재료로 재구성해 마치 방금 발굴된 유물처럼 연출하는 독창적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미학을 고대 조각과 결합해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각적 고고학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의 중심에는 〈Amalgamated Venus of Arles〉(2023)이 놓인다. 이 작품은 아샴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수년간 진행한 레지던시 작업을 통해 제작했다. 작가는 루브르의 1:1 비율 석고상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원작은 기원전 1세기 그리스 테스피아이의 아프로디테 조각으로, 17세기 프랑스 아를에서 발굴된 유물이다. 아샴은 이 석고 원형을 바탕으로 실물 크기의 복제본을 제작하면서, 고광택 스테인리스 스틸, 녹이 슨 듯 산화 처리된 청동, 따뜻하게 연마된 청동 등 고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세 가지 재료를 결합했다. 이 혼성 조각은 고대 유물의 질감과 현대적 광택을 동시에 지니며, 관람자가 조각 주위를 돌면 재료의 경계가 드러나 시각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치수는 높이 200cm, 폭 90.9cm, 깊이 72.8cm에 이른다.
함께 전시되는 〈Amalgamized Crouching Venus〉(2022) 역시 산화 표면 처리된 청동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대비가 돋보이며, 이질적 물성이 충돌하는 독특한 조형적 긴장을 연출한다.

Amalgamized Crouching Venus, 2022, Stainless steel, patinated bronze, 91.4 × 30.5 × 43.2 cm
아샴은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연작인 캐스트샌드 흉상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 조각들은 역사적 고전 조각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디지털 렌더링, 3D 프린팅 등 동시대 기술을 도입해 제작되었다. 고전적 우아함과 함께 르네 마그리트, M.C.에셔로부터 영감을 받은 인식의 퍼즐 같은 요소를 담고 있으며, 스케일이 변형된 건축적 디테일이 인간의 형상을 관통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이 향후 수년간 주요 탐구 영역이 될 것이라 밝혔다.
회화와 드로잉도 새롭게 제작되어 전시에 함께 소개된다. 2025년에 완성된 연작 중 〈In the Blue Mist〉(아크릴 캔버스, 150×108×5.1cm), 〈The Wanderer and Their Dog〉(아크릴 캔버스, 76.2×58.4×5.1cm) 등의 작품은 차가운 단색 톤 위에 거대한 조각상의 머리가 정글과 폐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포착한다. 이 풍경 속 인물들은 마치 고고학적 발굴 현장을 탐험하는 고독한 여행자처럼 연출되며, 관람자가 동일한 경외의 순간을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다니엘 아샴. Photo: Claire Dor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다니엘 아샴은 1980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뉴욕 쿠퍼 유니언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회화, 조각, 드로잉, 영화,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낭만주의와 팝아트 사이에 자리하며, 상징과 형태의 무시대성을 실험하는 독창적 세계관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전시 〈기억의 건축〉은 고대와 현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아샴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8월 16일까지 열린다. 페로탕 서울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