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득표율 89,77%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6공화국 출범 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의 최고 득표율이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뉴시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70석이다. 조국혁신당 등 진보계열 의석수를 모두 합치면 187석으로 3분의2를 훌쩍 넘는다. 민주당이 대권까지 차지한다면 입법과 행정을 장악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2008년
한나라당, 대선과 총선 모두 압승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역대급 표차(520만여표)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여당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뿐만아니라 뿌리가 같은 친박연대가 16석, 캐스팅보트인 자유선진당이 18석 등으로 여당이 사실상 국회를 장악할 수 있었다.
이 때 정치상황은 어땠을까. 한 전직 의원은 “MB 정부가 경제 성과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수준도 높았다는 것은 수치로도 나타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세계 경쟁력 분석기관인 EUI(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2006년부터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 즉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나타낸 지표 얘기다. 한국은 MB 정부 초기인 2008년엔 167개국 중 28위였으나 2010년에는 20위로 8계단 상승했다. 22위 일본보다 높은 순위였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가장 높은 단계인 1단계에서 가장 낮은 4단계까지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06년 2단계에서 2008년 1단계로 올라섰고 MB 정부 5년간 1단계를 유지하다 2014년 2단계로 다시 밀려났다. 한국 순위는 2010년과 2012년 20위를 차지한 이후 쭉
20위권 밖이었고, 2024년 순위는 32위다.
“MB는
이념에 관심없는 워커홀릭 실용주의자,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독재 등장했을 것”
MB 정부에서 민주주의 지수가 높았던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긴밀하게 협조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 좌파 세력이 주동한 광우병 파동과 리먼브러더스발 세계 금융위기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MB 정부는 집권 시기의 대부분을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야당과 좌파세력의 딴지걸기도 만만치 않았고, 여당 내 친이-친박의 계파 갈등도 극심했다.
다만 MB가 이념이나 정치싸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워커홀릭 실용주의자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 대통령이었다면
독재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는 게 MB정권 당시 고위공직자들의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보수진영의 생존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탄핵을 당하지 않은 인물이 됐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통합(14회)다. 선대위 등 인물 영입에 대해서도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하겠다고
했다. 미래와 AI(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잘사니즘’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도약하자고 했다.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는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지도자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지도자다. 탄핵당한 두 전직 대통령은 과거지사에 연연하고 주변과 불통하다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 이 후보가 지금의 각오를 잊지 않길 바란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