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집행하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인근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주장했다. 마치 남북이 분단된 것처럼, 이들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외쳤다.

한남동 일대 시위에서 시민들 간 마찰이 벌어진 모습. 사진=백재호 기자

시민들 간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질서 유지를 하고 있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언성이 점차 높아지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이들을 저지했다.

한남동 일대 집회가 어느덧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그간 시민들은 추위를 대비하기 위한 난방 버스와 무료 음식 제공 등 편의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시 측도 한남동 집회장소 인근에 화장실을 설치했다. 시 관계자는 “한남동 일대에 대규모 집회가 장기화함에 따라 화장실 부족으로 주변 상인과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어 집회 장소 주변에 이동형 화장실 2개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집회에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찬‧반 통합)는 ▲무료 컵라면 제공 ▲푸드 트럭 ▲간이 화장실 ▲난방 버스 ▲탄핵 찬‧반 피켓 제공 ▲핫팩 제공 등이다.

컵라면을 먹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백재호

탄핵 반대 시위 측 컵라면 무료 제공처에서 식사를 하던 A씨(38)는 ‘컵라면으로 허기가 채워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컵라면을 무료로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정말 든든하게 먹었다. 원래 컵라면은 추울 때 먹어야 맛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탄핵 반대 시위에는 자주 나오느냐’고 질문하자 “이번 주는 내내 나왔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시위 현장에 있었다”라며 “곧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한다는데,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몇 시까지 시위에 참여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는 “오늘은 끝까지 있을 것”이라며 “새벽에 공수처가 들이닥치면 여기 있는 애국 시민들이 막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공정하게 보도해달라"며 기자에게 건넨 초콜릿. 사진=백재호

이번엔 탄핵 찬성 시위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위 현장에서 기자를 알아본 한 시민은 초콜릿 하나를 건네주더니 “언론의 역할이 무겁다”라며 “언론은 항상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한 치의 거짓도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막바지 계획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공수처와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청 형사기동대장 등 광역수사단 지휘부는 이날 오전 10시 체포영장 집행 관련 3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14일 고출력 확성기와 액션카메라인 고프로 충전기 및 여분 배터리, 액션캠 전용 셀카봉 등을 배송받아 구비하는 등 조만간 있을 영장 집행에 대비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 착수 시점은 이르면 15일 오전 새벽 5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 경호처와 안전하고 평화적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서울 한남동 집회 일대 편의시설 지도. 월간조선 제작.

글=고기정, 백재호 기자

사진=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