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청사. 사진=조선DB
외교부는 6일 새벽 올해 첫 대북 독자 제재안을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발표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2차 발사한 직후인 지난 7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제재를 부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100여 일 만이다.
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독자 제재안에는 지난 9월 26일(현지시각) 미국이 독자 제재한 북한인 26명 중 18명만 포함됐다. 미국이 제재한 북한인 중 8명에 대해 우리는 제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제재한 북한 은행 10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나마나 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독자 제재를 피한 북한인 중에는 조선금강은행 두바이지점 대표로 중동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급여로 지급된 외화를 거둬 김정은 정권에 바친 곽종철·염휘봉도 들어 있다. 북한 하나은행 중국 단둥(丹東)지점 대표로 안보리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을 위해 거액의 달러화 거래에 관여한 호영일, 중국 은행에 다수의 계좌를 보유하고 위장 회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조선금강은행 베이징지점 대표 차성준 등도 제외됐다.
미국은 북한의 중앙은행인 '조선중앙은행'도 독자 제재했지만 우리 정부는 제재하지 않았다. 이 은행은 개성공단 가동 시절 북한 노동자들의 급여 지급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6년 이 은행에서 나온 금괴가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육로를 통해 한국으로 반입돼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일도 있었다.
이날 발표된 제재안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안보리 제재 대상 기관에 소속된 북한인만 제재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독자 제재란 안보리 제재의 빈틈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데, 안보리 제재 범위 안에서만 이뤄지는 독자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독자 제재 발표 형식도 심야 관보 게재로 끝냈다. 과거에는 외교부·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배석한 상태에서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발표했었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