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 관련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가 내려졌다.  2017년 기소 이후 7년만이다. 

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부장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6년 전 고등법원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다며 형량을 기존 판결의 절반으로 줄였다. 

해당 사건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권의 요직을 지낸 7명이 기소된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 재판이 유독 길어진 이유는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상당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데다 특별검사 박영수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재판 일정이 난항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서울고검이 특검에서 사건을 이어받기까지 2년이 걸렸고, 파기환송심에만 3년이 걸렸다. 뿐만아니라 재판부는 선고공판도 애초 작년 12월로 확정했다가 올해 1월 초로, 또다시 이번 1월 24일로 두 차례 미뤘다. 

김 전 실장은 다른 국정농단 연루 사건에서는 모두 무죄판결 또는 사면을 받은 상태로 이번 사건이 마지막 재판이다. 그의 기존 수감생활은 총 1년 6개월으로 이번에 형이 확정되면 6개월을 더 복역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고령(85세)이며 성실히 재판에 임한 점을 고려해 이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 51명의 재판은 모두 결과가 나왔고, 복역중인 최서원(최순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의 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 이재용 삼성 회장도 사면을 받았으며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출소했다. 

김 전 실장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남은 형기 6개월을 복역해야 하는 만큼 상고에 나설 예정이다.  김 전 실장은 앞서 최후변론을 통해 특검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재판부에 1) 수사기록에 수사 착수를 위해 필요한 박영수 특검의 범죄인지서가 없는 점 2) '최순실 특검'법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건은 '최순실과 관련사건'이 아니기때문에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점 3) 국정조사 특위가 작성한 보고서는 절차상 무효하다는 점 4) 1급공무원 사표 종용은 공무원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 5) 블랙리스트 공모를 인정하는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과 직원들은 입건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광풍처럼 휘몰아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법률가 답지않게 부패한 특별검사의 탐욕과 공명심에 기인한 무리한 수사, 기소, 구형,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일부 법리판단을 소상히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러한 여러가지 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는다면 장차 역사의 법정에서 밝혀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