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씨 등에 대한 마약 수사는 서울 강남의 회원제 고급 술집 종사자의 제보로 시작돼 강남의 한 병원 의사가 마약 공급책으로 지목됐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공급처로 의사 이모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최근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씨에게 약을 처방한 의사도 프로포폴을 '셀프 처방' 해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정부가 올 초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이면서 마약류 범죄의 중심에 일부 의료기관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8~23)간 마약 관련 의료인 면허 재교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교부를 신청한 의료인 29명 중 8명의 의사(승인율 27.5%)가 면허를 재교부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스스로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는 지난 5년간 3만 7천여 명, 처방건수는 11만 8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환산하면 매년 8000명에 달하는데 한 의사가 1년에 16만 정, 하루에 440정씩 셀프처방해 검찰에 수사 의뢰 되기도 하고 유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의사 44명은 스스로에게 한 해 50번 넘게 마약류를 처방한 일이 있으며 의사 12명은 100번 넘게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의사들이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의 의혹과 책임에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2일 서울 압구정역 인근서 고급 외제차인 롤스로이스를 몰고 인도를 돌진해 20대 여성을 크게 다치게한 신모씨가 구속된 사례가 있다. 당시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었는데 이 약품은 전신마취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신씨는 당시 "의사가 처방한 주사액에 케타민 성분이 들어 있었다"며 병원 소명서를 경찰에 제출한 일도 있다. 그러나 신씨는 여러 병의원에서 '마약쇼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의사가 자신에게 처방한 의료용 마약류의 조제·투약내역>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 2018년 5월~12월: 마약류 취급보고 제도는 ‘18.5월부터 시행되어 그 이전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음

** 2022년 1월~11월: ‘22.12월 취급 보고자료는 데이터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집계 불가능

최근 국회 입법 논의들

앞서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13일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자신이나 그 가족에게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투약 등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일도 있다.

또 지난 10월 30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도 <마약류 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규제 조항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9월 18일 최연숙 의원이 주최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관한 국회 토론회에서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의료용 마약류의 셀프처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다른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대리처방이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마약류 관리시스템과의 연계나 의심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닝 등의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이지영 변호사는 “의사의 마약류 오남용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현형 법률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들의 마약류 자기 처방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여 양심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의사의 마약류 자기 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서대 김종호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류 자기처방에 대해 의료윤리강령이나 가이드라인 등으로 자율적 준수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강제성을 띤 법률형식의 규범을 제정해 두지 않는다면 다른 명칭의 자율규범 등은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더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8일 최연숙 의원이 주최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의사의 마약류 셀프 투약.처방 사례 자료다.

의협과 약사회 반응은?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모든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우려가 있는 위험약물은 아니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오남용 의심사례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에 제출한 관련 개정안은 의사 본인과 의사 가족의 치료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의사의 진료권 및 처방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약사회는 “의사 본인이 의료용 마약류를 본인에게 손쉽게 처방하여 투약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관리감독을 하고자 하는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다만 요양급여비용 청구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마약류 취급 보고는 병·의원뿐만 아니라 약국서도 동일 적용되는데, 연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약국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국회에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