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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국제

캐나다 최초의 여성총리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박근혜 그리고 북한'

"한국 민주주의 없이 이만큼 발전 할 수 없었다"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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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아래 인터뷰 기사는 킴 켐벨(Kim Campbell) 전 캐나다 총리가 2년 전 방한했을 때 취재했던 내용입니다. 당시 《월간조선》 지면에는 실리지 않은 내용과 현 한반도 현안 관련 내용을 《월간조선 뉴스룸》을 통해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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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킴 캠벨 전 총리.


 
기자는 제8회 세계민주주의운동(World Movement for Democracy, WMD)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킴 캠벨(Kim Campbell) 전직 캐나다 총리를 만났다. 그는 아직까지 캐나다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총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19대 총리직을 역임했으며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국방부, 재향군인부,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간 책임부(Ministry responsible for Federal-Provincial Relations)까지 총 3개 부처의 수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총리직을 맡기 직전에는 법무부 장관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세계민주주의운동 총회의 의장(운영위원장, Head of Steering Committee)으로서 총회 개회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개회사를 발표했다.
 
킴 캠벨 의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총회의 주제인 <시민사회를 통한 민주주의의 강화와 재개(Empowering Civil Society for Democracy and its Renewal)>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극단주의자들과 여러 독재정권의 공격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리는 이번에 서울을 총회의 개최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정권이었던 한국이 오늘날 민주국가로 성공해 한국으로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총리의 첫인상은 생각했던 것 보다 편안한 이미지였다. 인터뷰에 앞서 “기사에 실을 사진을 찍자”는 기자의 요청에 화장을 고치며 “(기사에) 잘 나와야 한다”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아주머니처럼 푸근했다. 다음은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마드리드 클럽이 세계민주주의 총회 의장이 된 계기
 
-이번 세계민주주의운동 총회의 의장을 맡으셨는데 의장의 역할과 의장직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의장직은 3년간의 임기로 운영됩니다. 의장으로서 세계민주주의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안건과 같은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이 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의장직을 제안한 것은 아마도 제가 캐나다의 전 총리였고, 당시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이끄는데 기여했다고 세계민주주의운동 총회 측에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본래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의 업무와 추진방향을 주의 깊게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드리드 클럽(Club de Madrid)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클럽의 주된 목적과 운영방향은 민주주의의 번영과 발전입니다. 이 때문에 이 클럽의 회원으로서 다른 국가의 정상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국의 이홍구 전 총리도 마드리드 클럽의 창립멤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클럽에서 민주주의와 연관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총회 측에서 알고서 의장직을 제안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론 총리님께서는 아직까지 캐나다의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총리인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국의 수장도 여성입니다. 과거 총리직을 수행할 당시 여성 리더로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추진방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예, 맞습니다. 제가 아직까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총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와 박근혜 대통령은 한 국가의 여성 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마도 지도자가 되는 과정에서 당면했던 문제에 있어 다소 유사한 점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일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선친이 대통령이셨기 때문에 저보다는 나은 조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가족의 전례(family legacy)가 때로는 어려움을 돌파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당혹스러운 상황(perplexed situation)이 꽤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과거 공부했던 분야인 심리학에 비춰보았습니다. 사회적 인지 심리학(Social cognitive Psychology)의 관점으로 보자면  사회는 남성 중심적(masculin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심지어 여성들조차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관점의 변화(Changing landscape)가 필요했습니다. 즉 저와 같은 선례가 나옴으로서 대중에게 '여자도 한 나라의 리더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뿐만 아니라 여성 과학자, 여성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여성의 사회진출이 모이면 여자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됩니다.
 
이것은 단연 젠더(Gender)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양한 인종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인종의 사회진출에 반감을 가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대중이 이런 반감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저는 나쁘다고 단정 짓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태생적으로 나쁘다거나 하는 것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시대적으로 만들어진 우리가 가진 통념입니다. 따라서 이런 관념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는 것이고 점차 변해가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의 경우 캐나다나 미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다민족 국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도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지도자 이후 성별에 대한 이해 나아질 것
 
-일부 국민과 일부 정치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사소한 문제에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과거 남성 정권들 대비 그 빈도가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본래 사회적으로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은 어디서나 목격됩니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라는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학계의 실험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유명 음악단원 중 남성의 비율이 더 많았고, 여성 연주자들이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단원의 대표는 '여성 연주자들은 기술이 떨어진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동일한 경험과 경력의 남성 연주자와 여성 연주자를 커튼 뒤에서 연주하게 한 것입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여성 연주자들이 뽑혔습니다. 결국 면접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서류에 지원자의 사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 받는 것입니다. '여자라서 기술이 떨어진다?' 이건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은 여성을 볼 때 하나의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만 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서는 그렇습니다. 여성 지도자가 분명 누군가의 상관이고 최고직위의 보스(boss)임에도 그녀를 때로는 누나, 이모, 혹은 엄마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남성보다는 쉽게 접근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역으로 생각하면 대중과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교육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또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면 국민들의 정서와 여성에 대한 인식도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일 회담이 진행되던 때라 기자는 캠벨 총리가 바라보는 동북아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가 속학 북미와 남미에는 미국을 비롯한 멕시코 등이 지역적 협력체를 구성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일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를 들 수 있다. 이런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 캐나다의 총리로서 동북아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북한이 동북아 협의체 구성에 걸림돌
 
-유럽은 유럽연합(EU)가 있고, 북미도 NAFTA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적 협의체가 있습니다. 또 캐나다와 미국은 석유파이프 건설(XL Keystone pipeline)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정작 동북아에는 지역적 협의체가 없고, 러시아에서 시작해 북한을 지나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 사업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을 보세요. 전쟁이후 유럽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부서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장 모네(Jaen Monnet)는 EU의 모체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구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수많은 교류가 유럽에서 활발히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지역적 협의체가 완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동북아의 상황은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북한이라는 존재입니다. 북한이 동북아 국가 간의 접근성(contiguity)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는 약간의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만, 남한이나 일본과의 교류는 거의 단절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동북아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교류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이득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단합된 정치적 성향이 맞아야 합니다. 가스 파이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있는 한 활발한 에너지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TPP 가입이 약간의 물꼬를 틔어 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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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캠벨 전 총리. 사진=김동연
 
사과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익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일본이 위안부(sex slavery) 문제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인가?’이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걸려 있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이렇다 할 사과도, 진척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본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감기약인 타이레놀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시판된 타이레놀에서 청산가리(Cyanide)가 검출되었고 이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들 몇 명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타이레놀 제약사는 곧장 생산된 모든 제품을 리콜해 폐기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타이레놀 제약사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판매대에 비치된 타이레놀 포장 안으로 누군가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타이레놀 제약사는 포장된 타이레놀 통 안으로 개봉을 뜯을 수 없게 재포장한 뒤 재생산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청산가리 사건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다시 타이레놀을 사먹었습니다. 왜일까요? 왜냐하면 타이레놀을 만든 제약사는 문제가 발생하자 가장 처음 취한 조치가 ‘고객의 안전(protection of customer)’이었습니다. 다른 회사였다면, 리콜도 하지 않고 ‘우리가 한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청산가리를 넣었다’ 등의 발표부터 늘어놓았을 겁니다. 그런데 타이레놀은 전량 회수한 뒤 다시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타이레놀은 소비자를 가장 먼저 챙긴다’는 신뢰가 생긴 겁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이레놀을 구매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사과를 하고 리콜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봅니다. 그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재생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주게 되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사례는 더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가공육 생산회사는 제작공정에서 박테리아가 들어가 일부 소비자가 썩은 고기를 구매했습니다. 이 사건이 나오자마자 가공육 제작사는 바로 전량 리콜 했고 CEO는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가 이 박테리아가 들어간 고기를 먹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곧장 사과도 했습니다. 역시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타이레놀의 사례와 유사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회사는 썩은 고기를 판 회사야’ 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 회사는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고객을 챙기는 회사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캐나다 정부도 유사한 사례가 약 10년 전 즈음에 있었습니다. 인디안(Indian 캐나다 원주민) 학생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숙(boarding school)을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가족을 자유롭게 만날 수도 없게 했습니다. 당시 이 기숙학교 정책이 학생들의 발전에 좋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숙생활을 하는 동안 일부 학생들에게 학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해했습니다. 결국 캐나다 정부도 이런 잘못을 인정했고 캐나다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제가 언젠가 캐나다의 북부지역의 한 시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청의 한편에 바로 그 캐나다 정부의 사과문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더군요. 관계자가 말하길 ‘우리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그 잘못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것이 캐나다 국민이자 공무원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하더군요. 
 
위안부는 어떻게 보면 독일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전쟁 중이라면 항상 발생할법한 그런 일반적인 강간이나 성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그랬듯이 이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것은 상당히 조직적(systematic)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일본이 인종과 성별 그리고 문화적으로 구분된 집단만을 골라서 저지른 짓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국가에게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왜냐하면 여성들만이 다음세대를 이어나갈 아기들을 출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위안부는 한 국가의 여성들에게 출산(reproduction)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 국가 정상들이 심리학 과목을 수강했으면 해요. 그래서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지 또 사과를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심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문제를 논의해보는 겁니다.
 
일본의 전쟁은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러 일본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이 일본의 이런 과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본에게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 부담은 사죄에 대한 부담만이 아니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과거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과 부담이 남아 있습니다. 독일은 이런 부담을 덜어냈고, 항상 자신들의 과거를 독일의 젊은 세대와 공유했습니다.
 
일본 사과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집단 죄책감(Collective guilt)은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집단적으로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좋은 리더는 훗날 우리가 부끄러워할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최악의 리더는 국민들을 흥분시켜 훗날 부끄러워할 일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듭니다. 국민들은 이 부끄러운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안고 살아야 할까요? 이 죄책감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여러 세대가 지나가야만 합니다.
 
물론 이것을 (일본이)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문제 때문에 동북아에 제대로 된 지역적 협의체가 구성되지 못하고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입니다. 반면에 이 위안부 문제가 계속해서 한국에서 언급된다는 점은 좋은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위안부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보상입니다. 이것이 금전적인 보상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무언의 심리적 보상을 안겨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알아준다는 사실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국민들이 이들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사실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아직까지 일본 정부가 이렇다 할 사과를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애당초 잘해라. 왜냐하면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더 힘들다(do it right first, because saying you are sorry is harder).’
 
아마도 일본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과를 하기까지의 결심이, 또 사과를 하는 것은 분명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과를 하고나면 장기적으로는 일본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일본은 분명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사과를 하면 더 많은 친구(friends)들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제야 알았다. 우리가 한 짓이 얼마나 잘못된 짓이었는지를 우리는 알았다. 그래서  우리가 이러한 못된 짓을 한 것에 사과한다. 잘못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이런 사과가 전쟁직후 나왔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사과해도 늦지 않았습니다(never late to say sorry). 사과를 하고나면 모두가 기뻐할 것이고, 일본에게는 그 사과이후에 날아올 이득(동북아 지역적 협의체 구성,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등)만 기다리면 됩니다.
 
캐나다 정부가 사과를 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자. 거기서부터 국민과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화해를 위한 대화 말입니다. 관계회복에는 사과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습니다.” 
 
민주주의 없이 대한민국 이만큼 발전 못했을 것

-다시 이번 총회의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를 논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철학가입니다. 그런 그도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권위주의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총리께서도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그 기고문을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만,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고비는 있기 마련이고, 위기는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도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집단끼리 싸우기도 하고, 정치권에서도 여러 사안에 대해 반대가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을 보세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이런 발전이 있었을까요? 밖을 보세요. 이렇게 놀랍도록 멋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요?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국민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른 독재정권이나 이런 것들에 비해서는 분명 나은 방안입니다. 반대가 있고, 반론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반대(opposition)를 인정하고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아름다움(beauty of democracy)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 생각에는 민주주의의 고비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더 보완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캠벨 총리는 사과는 분명 “일본과 동북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정”이라고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3국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듯하다.
 
인터뷰 말미에 “남북의 통일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총리는 “남북이 통일된다면 분명 한반도가 더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그럼 통일을 언제쯤으로 전망하나”라고 묻자, 캠벨 총리는 웃으면서 “빠를수록 좋겠지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라면서 인사를 건네고 인터뷰를 마쳤다.

글,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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