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다리 떠는 사람을 만난다. 회의실이나 버스, 카페, 혹은 강의실에서. 다리 떠는 사람이 눈에 거슬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그 상황을 피해야 할까. 예전 어른들이 하신 말씀처럼, “복(福) 나간다”고 충고해야 할까.

그런데 왜 발을 떠는 걸까. 무아지경이 되어 발 떠는 사람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줘야 할 것도 같은데,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때 바둑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조훈현 9단은 줄담배(요즘의 ‘에쎄’와 같은 긴 담배인 ‘장미’)에다 다리를 떠는 습관으로 유명했다. 프로기사들에겐 대국 자체가 피를 말리는 작업이니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몸에 밴 것이었다. 예컨대 수읽기에 빠질 때마다 무릎을 달달 떨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런 버릇을 두고 “자신의 천재성을 발산할 길 없어 자연스레 나오는 행동”이라 했지만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상대 기사(棋士)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다리 떠는 게 반칙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훈현 9단. 2002년 4월 LG배 세계기왕전 때 모습이다. 사진=조선DB 

포털 사이트에 보면 다리(발) 떠는 버릇 내지 습관에 관한 글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 대개 이런 식이다.

“왜 다리를 떨면 복 달아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요?”

“어제 남자친구랑 라멘집을 갔는데 옆 테이블 여자가 앉자마자 다리 떨더니 5분 후엔 양다리를 달달 떠는데 식탁도 흔들리고···.”

“다리 떨면 키가 안 크나요?”

“떡볶이 먹고 싶어서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비위 거슬리게 어떤 꼬마 남자애가 다리를 떨지 뭐예요. 진짜 거슬리더라구요. 왜 남자들은 항상 다리를 떠는 겁니까?”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리 떠는 버릇이 너무 심각해졌어요.”

이처럼 주위에서 혹은 본인이 다리 떠는 문제로 고민하는 이가 의외로 정말이지 속 시원한 정답은 없다.

다리나 발을 떠는 행위는 습관이나 버릇이다.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 지지 않았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뇌에 있는 기저핵 부위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이 다리 떠는 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란다.

다만 불안이나 두려움을 감추려고 그런 행동을 한단다. 다리(발)를 떨면 긴장과 불안감을 푸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견해도 있다. “혈액순환이 어려워져 말단신경이 이를 인식하면 다리가 저린다. 그래서 혈액순환을 활발히 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다리를 떤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떨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경직된 근육도 풀린단다.

결론적으로, 일단, 적당히 다리를 떠는 행위는, 떠는 이에게, 실(失)보다 득(得)이 많아 보인다. 문제는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불쾌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박민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다리를 떠는 동작은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다리를 떨게 된다면, 스트레칭 등의 다른 동작으로 몸을 풀어 주거나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리 떠는 행위를 주변에서 불편하게 여기니 ‘떨기’ 대신 몸 전체를 스트레칭하거나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복 나간다”고 나무라거나 충고하기 보다 함께 스트레칭을 해보자고 권해보면 어떨까.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