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끌 지방대학 30곳을 2026년까지 선정하는 ‘글로컬대학30’의 로드맵을 확정됐다.

향후 30개 지방대학에는 5년간 1000억 원의 국비를 파격 지원한다. 대신 이들 대학은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대학 통폐합 등 혁신을 수반해야 한다.

18일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글로컬은 글로벌(국제)과 로컬(지방)의 합성어다.

글로컬대학 선정을 희망하는 대학들은 내달까지 ‘혁신기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6월 중 15곳 안팎의 예비지정대학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 예비지정대학은 이후 3개월간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 광역지자체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올해 10개 대학 ▲2024년 10개 대학 ▲ 2025년 5개 대학 ▲ 2026년 5개 대학 등 4년간 30개 대학을 선정할 예정이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학의 글로컬사업에 대한 ‘혁신’ 동력(動力)과 더불어 지자체의 ‘의지’와 ‘지원’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대학서열 격차가 심하지 않는 국립대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거점국립대(지거국) 10개교의 로고다.

현재 국립대인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같은 국립대인 충남대와 한밭대 등은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거나 공청회를 통해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가급적 이른 시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또 경북지역 4년제 국립대인 안동대(안동 소재)와 금오공대(구미 소재), 공립 전문대인 경북도립대(예천 소재)가 통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대인 경북대는 캠퍼스가 대구와 상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본교는 대구에 있다.

비단 경북만이 아니라 경남, 전남 등 각 권역마다 ‘1도 1국립대’를 목표로 통합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부산지역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간의 통합 논의도 국립대 재편 움직임에 편승할 수 있다.

이미 통합을 선언한 대학도 있다. 국립대인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올 3월 통합하면서 한경국립대로 교명이 변경됐다. 앞서 경상국립대는 지난 2021년 3월 경상대가 경남과학기술대를 흡수통합하면서 새로운 교명으로 발족했다.

국립대 가운데 통합논의가 불거졌다가 중단된 곳도 있다.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 등 대전, 충남 3개 국립대가 지난 2011년 3월 공주대에서 통합 추진 및 세종시 융복합캠퍼스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적이 있다.

당시 이들 3개 대학이 통합되면 서울대(대학원생 포함 2만 6900여명)보다 훨씬 많은 학생 수 4만9000여명의 초대형 대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 2021년 부산교대는 부산대와의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까지 맺었었다. 그러나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 반발로 통합논의 진행이 중단되었다.

만약 부산대-부산교대가 통합의 공통분모를 찾게 되면, 경북대-대구교대, 충남대-한국교원대-청주교대-공주교대 통합도 자연스레 논의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특히 교원 양성 대학인 한국교원대(충북 청주 소재)를 중심으로 충남대 사범대, 충북대 사범대, 공주대 사범대, 공주교대, 청주교대 등의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학인 만큼 많은 동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대 정문 모습. 사진=조선DB

국립대 끼리의 통합 논의는 과거 여러 차례 논의되었고 몇 가지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방안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1방안=서울대를 포함해 거점국립대를 통합하는 방안이다. 현재 거점국립대는 모두 10곳으로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이다.

다만, 서울대는 현재 국가설립 법인이어서 국립대라고 할 수 없다.

제2방안=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도 국립대를 통합하는 방안이다. 수도권의 경우 국립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도권 국립대를 설립하거나 특정 수도권 사립대를 국립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각 대학마다 저항과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이를 뛰어넘을 역량이 현 정부에게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지방 국립대 보직 교수의 말이다.

 “대학 구조조정과 통합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사립대보다 대학의 수직적 서열화가 비교적 덜한 국립대 통합이 먼저 논의될 수밖에 없다. 수직 서열화 된 대학을 수평 다양화 된 대학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국립대학 체제 개편 논의는 정치권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총선 공약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와 <학부 폐지론>이었다.

2007년 여당이던 민주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공약으로 <국공립대 공동 학위제>를 주장했었고 야당 후보였던 민노당 권영길 후보 역시 <국공립대 공동 학위제> 및 <서울대 학부 폐지>를 주장했다.

2012년에는 국회에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설치 방안이 논의됐고, 김상곤 당시 경기도 교육감은 <국립기초교양대학안>을 주장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란, 전국의 국공립대학이 공동의 운영체제를 마련한 뒤 수업 및 학점을 교류하고 더 나아가 공동입학·공동학위까지 주는 방식을 말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 중 하나는 <서울대 일부 단과대학>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 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은 <국립대 공동학위제>였다. 또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 폐지 / 국공립 통합 캠퍼스> 안을 발표한 일도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는 후보 시절 대선 공약과 재임 시절 국정과제 등을 발표할 때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추진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학, 교수, 학생, 동문 모두가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 정서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대학 구조조정이 탄력을 얻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국립대 통합 논의가 사립대보다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