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천 건축왕’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2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7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30대 남성에 이어 두 번째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6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후 8시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연립주택에서 2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방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으나 유서는 없었다.

최근까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A씨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심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준공된 주택에 그해 8월 입주한 그는 전세금 6800만원에 계약한 뒤 2021년 8월 재계약 때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고 한다.

앞서 2월 28일에는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도 건축왕의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 피해자로 피해대책위 구성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최근 직장을 잃은 데다, 전세사기 피해로 7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연장까지 되지 않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지난 13일 ‘건축왕’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외 공범 6명은 불구속 기소했으며 아직 기소하지 않은 피의자 3명도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건축왕 일당은 지난해 1~7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세입자들을 속이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161명으로부터 가로챈 보증금만 약 125억원이다. 현재까지 경매에 나온 건축왕 소유 주택은 690채인데, 검찰은 앞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