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이 여운을 준다. 

최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내용을 담은 저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를 내놓은 뒤 친노(親盧, 친 노무현)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전가의 보도’인 도덕적 우월감을 이제는 내려놓겠다는 뜻일까.  《100분 토론》에서 유 전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 젊었을 때는 보수는 이익을 탐하다가 보수가 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아닌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사명감이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진보가 된다는 생각을 한 때는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요.”

이 발언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진보 지식인의 솔직한 자기반성 내지 성찰이 느껴진다.

유 전 장관은 여기에 이 말을 덧붙인다.

“그냥 사람은 자기를 표현하면서 사는 존재 같아요. 그 사람이 보수가 되고 어떤 사람이 진보가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선택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냥 그 사람의 자아가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는 거라고···. 제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몇 년 됐어요”

행간을 유추해보면 자아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도, 또 “자아가 그렇게 돼 있다”는 말처럼 유전적인 지배를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흔히 우파 지식인은 지적 우월감을, 좌파는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고 한다. 역으로 좌파는 도덕성을 잃어, 우파는 지식이 부족해(낡은 지식에 사로잡혀)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좌파 정권들은 도덕적이고 우월하며 오류가 없다는 듯이 행세해 왔다. 

이승만 정권을 비롯해 우파 정권의 “모든 가치들을 뒤집어엎고 정의롭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 문재인 정권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과거사 진상 조사’ ‘적폐 청산’이란 명목으로 전 정권 인사 150여명이나 감옥에 넣었다.

사진은 지난 9일 열린 MBC 《100분 토론》 장면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패널로 나왔다. 유튜브 영상을 캡처했다.

오랜 세월 진보정당 활동을 해온 주대환씨는 “좌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도덕적 우월감을 내버려야 한다”며 “그동안 좌파는 친일하지 않았고 독재에 부역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그 도덕적 우월감은 종종 무능이나 나태, 무지를 감추고자 앞세우는 핑계가 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몇 해 전 펴낸 저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2020)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문재인 정부와 강성 지지자들이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강 교수는 또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싸움의 뿌리가 상당 부분 권력의 선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시각의 차이 즉 이른바 ‘선한 권력’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며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건 ‘선한 권력’이지만, 권력 주체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남탓’의 상례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