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이인규 회고록에 실린 DJ 정권 시절 송정호 법무부장관

DJ 두 아들 구속시키고 6개월만에 물러나… 읽지 않은 퇴임사에 ‘사리사욕에 물든 간신들이…’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이 2002년 7월 11일 오후 과천 청사에서 퇴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오른쪽은 이인규 전 검사의 회고록.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펴낸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 간)가 베스트셀러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전 부장이 검사시절 겪었던 많은 인물과 굵직한 사건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김대중(金大中, 이하 DJ) 정권 시절 당시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 대목에 눈길이 간다.

 

DJ 정권 말기인, 2002711일 김정길(金正吉) 장관이 제53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했다. 김 장관은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 출신으로, 앞서 199968일부터 2001520일까지 제49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같은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으로 두 번 기용된 사람은 없었다.

 

전임 송정호 장관은 20021월 부임해 그해 7월 물러났으니 재임 기간은 고작 6개월 남짓이었다. 검찰에 의해 DJ의 두 아들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청와대 압력으로 사임한 것이었다.

 

송 장관 시절인 그해 518DJ의 삼남 김홍걸(金弘傑)이 체육복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타이거풀스 등으로부터 15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 달 뒤 621DJ 차남 김홍업(金弘業)이 삼성, 현대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22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연이어 구속되었다.


김홍걸은 DJ와 이희호(李姬鎬) 여사 사이에 난 자식으로 DJ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고 한다. 언론에서 김홍걸 구속으로 DJ 내외가 크게 상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장관은 20026월 청와대로부터 DJ의 둘째 아들 김홍업은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DJ의 관계 등 인간적 고뇌가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송 장관은 그러나 당시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하고,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가 되었다그 무렵, 송 장관이 호가호위하던 청와대 참모들의 모함을 받아 사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음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 나오는 송 장관 퇴임사에 얽힌 에피소드다.

 

<나는 법무부 검찰국 검찰1과장으로서 검찰의 인사, 예산, 조직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였다. 장관 퇴임사는 보통 검찰1과에서 초안을 작성해 가져다 드린다. 그러면 퇴임하는 장관이 수정해 완성하는 것이 관례였다. 송 장관에게 검찰1과에서 작성한 퇴임사 초안을 드리려고 하였으나, 그는 미리 작성해 놓아 필요 없다고 하셨다.

 

김진환(金振煥) 검찰국장이 나를 불러 송 장관이 쓴 퇴임사를 읽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본인이 직접 쓰셨다는데 보지는 못했다고 대답했더니 김 국장이 송 장관이 쓴 퇴임사를 보여 주었다. 당신의 평소 인품이 그대로 담긴 퇴임사였다.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직설적이고 강렬했다. 그대로 나갈 경우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김 국장이 송 장관께 말씀드려 내용을 순화할 수 있도록 해 보라고 지시했다.>

 

결국 송 장관은 후배 검사의 뜻을 받아들였다. 퇴임사에서 읽지 않은 두 문단은 어떤 내용일까. DJ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주위에 있는 간신배 무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계속된 책의 내용이다.

 

<송 장관이 읽지 않은 두 문단의 요지는 청와대에서 사리사욕에 물든 간신들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하는 간신들을 처단하는 것이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지원(朴智元)이었다.>

 

01242002071171101101.jpg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이 2002년 7월 11일 오후 과천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법무부와 검찰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 전 부장은 지금도 송 장관을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공직자이자 온유하지만 강직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검사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분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분을 충심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송 장관의 퇴임사에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 1551~1592)이 왜군에게 한 말이 적혀 있다. 이 말 속에 검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교훈이 담겨 있다는 게 이 전 부장의 생각이다.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

입력 : 2023.03.24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김태완 ‘Stand Up Daddy’

kimchi@chosun.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