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대의 신간 《막전막후, 정치를 들추다》에는 내년 총선 출마자들이 교훈 삼아 새겨야 할 메시지가 가득하다.

①‘선거철이 되면 벌어지는 일’에 이어 ②‘선거판 의외의 한 수’에 대해 설명한다.

고(故)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9선 의원을 지냈는데 헌정사상 최다선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홉 번 모두를 지역구에서만 당선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한 사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나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도 9선 기록을 갖고 있지만 전국구(비례대표)로 당선된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박 전 의장은 YS나 JP처럼 한 선거구에만 거의 ‘올인’해 선수(選數)를 쌓아왔던 게 아니라 서울·대구·경북 등지에서 선거구를 옮겨가며 당선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 선거구에서의 당선 회수는 가장 많았던 게 세 번이었다.

그만큼 선거전에 자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에겐 남들이 모르는 어떤 선거 비책이 있을 듯했다.

그래서 박 전 의장이 마지막 의정활동을 할 때인 1990년대 후반 15대 국회 당시, 이에 대해 물어본 적 있었지만 딱히 비책이라고 꼽을만한 걸 전해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측근을 통해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표심의 향배를 감지하는 방법....‘유권자들과의 악수’

박 전 의장은 ‘유권자들과의 악수’를 통해 선거구 표심의 향배를 감지하고, 선거전략을 짠다는 것이다.

선거구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 악수하고 얘기를 나누게 되면 판세를 가늠할 수 있고 그에 맞춰 득표전략을 세운 뒤 선거 운동원들을 본격적으로 투입한다고 했다. 자신이 당선권 쪽인지 아닌지 등 후보들간 우열은 물론, 표차가 어느 정도라는 것까지 개략적으로 파악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를 통해 불리하던 선거판을 막판에 뒤집은 적도 몇 차례 있었단다.

선거전에는 늦게 뛰어드는 편이다. 선거 열기가 고조된 후에야 판세를 점검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3선 의원이 된 후 지역구를 서울에서 대구·경북 선거구를 바꿔가며 9선을 기록했다.

유력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

선거전에선 당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방송화면) 역시 출마자들에게 득표 전략 차원에서 활용돼 왔고, 실제로 선거전에서 먹혀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선거홍보물을 통해 이를 부각시키거나 아예 선거사무실의 걸개사진으로 내걸기도 했다.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 사이엔 사진 찍기 경쟁이 치열해지기 일쑤였다. 울산지역의 전직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지역에 온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찬조연설을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무리 옆에 서 있으려 해도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며 "악착같이 붙어있으라는 핀잔을 참모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으나 그러지 못했고 자꾸 뒤로 밀릴 때마다 쓴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주지역의 한 전직 의원은 "카메라만 보면 환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유명 정치인이 나타나면 바람 같이 옆자리를 차지한다"고 지적한 뒤 "많은 정치인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