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위원회가 들려주는 '2017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업적 : 월간조선

요약

우리는 생명체의 복잡한 기구들에 대한 상세 이미지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노벨 화학상은 저온전자현미경(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을 개발한 자크 두보쉐, 요아킴 프랑크, 리처드 헨더슨에게 돌아갔다. 이 현미경은 생체분자의 영상화를 단순화함과 동시에 향상시킴으로써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뭔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는 영상화이며, 획기적인 과학발전은 종종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의 성공적 가시화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생화학 지도(地圖)는 오랫동안 공란으로 가득 채워져 왔다. 왜냐하면 기존의 기술로는 분자기구 중 상당부분을 영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온전자현미경은 이 모든 것을 바꿨다. 이제 연구자들은 움직이는 생체분자를 순간적으로 동결하여, 지금껏 보지 못했던 과정들을 가시화할 수 있다. 이는 생화학의 기본사항을 이해하고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이다.

① 전자현미경은 오랫동안 '죽은 물질'을 영상화하는 데만 적당하다고 여겨져 왔다. 왜냐하면 강력한 전자빔은 생체물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 리처드 헨더슨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원자적 해상도의 단백질 3D 영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획기적인 업적은 전자현미경 기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② 전자현미경 기술을 일반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은 요아킴 프랑크였다. 그는 1975년부터 1986년 사이에 영상처리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방법은 전자현미경의 흐릿한 2D 영상을 분석하여 선명한 3D 구조로 통합했다.

③ 자크 두보쉐는 전자현미경에 물(water)을 추가했다. 액상 물(liquid water)은 전자현미경의 진공 속에서 증발하여, 생체분자를 붕괴시키는 게 상례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두보쉐는 물을 유리화(vitrification) 하는 데 성공했다. 즉, 그는 물을 신속하게 냉각시켜, 생물표본 주변을 둘러싸는 액상으로 고화(固化)시켰다. 이로써 생체분자는 진공 속에서도 자연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세 사람의 발견 이후, 전자현미경의 모든 사항들이 최적화되었다. 바람직한 원자 수준의 해상도는 2013년에 달성되어, 연구자들은 이제 생체분자의 3D 구조를 일상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과학문헌들은 항생제내성 관련 단백질에서부터 지카바이러스의 표면에 이르기까지 온갖 영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제 생화학은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으며, 인류에게 흥미로운 미래를 선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1. 생명체를 원자적 해상도로 포착하다

자크 두보쉐, 요아킴 프랑크, 리처드 헨더슨은 생물 분자의 3D 영상을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저온전자현미경(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생체분자를 순간적으로 동결한 다음,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영상화한다. 이 기술은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태어난 뇌손상 신생아들에게 유행병을 초래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을 때,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를 가시화하기 위해 cryo-EM에 눈을 돌렸다. 최근 몇 달 동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원자 해상도의 3D 영상이 작성되어, 연구자들은 신약개발의 잠재적 표적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생물의 분자기구 구조를 보여주는 놀랄 만한 그림들이 과학문헌들을 가득 메워왔다(그림 1). 살모넬라균이 세포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주삿바늘, 화학요법과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부여하는 단백질들,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분자복합체, 광합성에 필요한 광포획반응 복합체(light-capturing reaction complex), 청각을 허용하는 압력센서, ... 이러한 구조체들은 오늘날 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영상화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생체분자들의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자크 두보쉐, 요아킴 프랑크, 리처드 헨더슨은 혁신적인 발견을 통해 cryo-EM의 개발을 가능케 했다. 이 방법은 생화학의 새 시대를 열어, 생체분자의 영상 포착을 유례없이 용이하게 해줬다.

그림 1.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자들은 수많은 단백질 복합체들의 원자적 구조를 발표해 왔다. a.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단백질 복합체. b. 귀의 압력변화를 읽어 청각을 가능케 하는 센서. c. 지카 바이러스. 사진=노벨상위원회

2. 영상화 - 지식의 중요한 열쇠

20세기 전반, 단백질, DNA, RNA와 같은 생체분자들은 생화학 지도에서 미지의 영역이었다. 과학자들은 생체분자들이 세포 내에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생체분자들의 물결이나 나선형 구조가 처음 가시화될 수 있었던 것은 1950년대, 케임브리지의 연구자들이 단백질 결정을 엑스선 빔에 노출시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1980년대 초 핵자기공명법(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의 도움으로, 엑스선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고형상태 및 용액 속에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방법은 생체분자의 구조는 물론, 그 움직임과 다른 분자와의 상호작용까지도 규명할 수 있다.

엑스선결정학과 핵자기공명법 덕분에 수천 가지 생체분자 모델을 포함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어, 오늘날 기초연구에서부터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용액 속의 NMR은 비교적 작은 단백질에만 작동하며, 엑스선결정학은 '잘 조직화된 분자 결정'을 요구한다. 그 이미지들은 초기 카메라로 촬영한 흑백사진과 비슷해서, 그런 변변치 못한 상태로는 단백질의 역학을 거의 규명하지 못했다.

또한 많은 분자들은 결정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이는 리처드 핸더슨으로 하여금 1970년대에 엑스선 결정학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로 작용했다. 그리하여 2017 노벨화학상의 스토리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3. 헨더슨, 분자 결정의 문제점 때문에 진로를 바꾸다

리처드 헨더슨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엑스선결정학의 수호자들로부터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단백질을 영상화 하는 데 엑스선결정학을 이용했지만, 세포막에 천연적으로 박혀있는 단백질 하나를 결정화하려고 시도하다 문제에 봉착했다.

막단백질은 관리하기가 어렵다. 자연환경인 막(膜)에서 분리하려고 하면, 막단백질들은 종종 한데 엉겨 불필요한 덩어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헨더슨이 처음 연구했던 막단백질은 적절한 양을 생성하기가 어려웠고, 두 번째로 다뤘던 막단백질은 결정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실의에 빠졌던 그는, 사용 가능한 유일한 대안에 눈을 돌렸다. 그것은 전자현미경이었다.

'전자현미경이 그 당시에 정말로 가능했던 대안이었나'라는 문제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소위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은 과학현미경과 다소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빛 대신 전자빔이 샘플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파장은 빛의 파장보다 훨씬 더 짧으므로, 전자현미경은 매우 작은 구조들을 가시화할 수 있다. 심지어 개별 원자의 위치까지도 말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볼 때,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는 헨더슨이 막단백질의 원자구조를 얻는 데 필요한 수준 이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 프로젝트는 거의 불가능했다. 193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발명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그것이 '죽은 물질'을 연구하는 데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는 데 필요한) 강력한 전자빔은 생체물질을 소각시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전자빔을 사용하면 이미지가 대비(contrast)를 잃어 흐릿해지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현미경은 진공을 필요로 하는데, 진공 속에서는 주변의 물이 증발하여 생체분자의 상태가 악화된다. 다시 말해서, 건조된 생체분자는 붕괴되어 천연 구조를 상실하므로, 이미지가 쓸모없게 된다.

이 모든 점들을 감안할 때, 리처드 헨더슨은 실패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그의 프로젝트는 그가 선택한 특별한 단백질 때문에 기사회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박테리오로돕신(bacteriorhodopsin)이었다.

4. 전자현미경에 큰 희망을 걸었던 헨더슨

박테리오로돕신은 광합성 생물의 막에 박혀있는 자줏빛 단백질로, 햇빛 속의 에너지를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 리처드 헨더슨이 종전에 시도했던 것과 달리, 헨더슨과 동료들은 민감한 단백질을 막에서 분리하는 대신 자줏빛 막을 통째로 전자현미경 아래 놓았다. 그랬더니 막에 둘러싸여 있는 단백질은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들은 샘플의 표면을 포도당으로 덮어, 그것이 진공 상태에서 건조되는 것을 막았다.

문제는 강력한 전자빔이었지만, 그들은 '박테리오로돕신 분자가 생물의 막에 포장되어 있는 방법'을 이용했다. 그들은 박테리오로돕신에 고용량의 전자 대신 약한 전자빔을 통과시켰다. 그랬더니 이미지의 대비(對比)는 형편이 없어, 개별 분자를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백질들이 규칙적으로 포장되어 있는 데다, 모두 똑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그래서 모든 단백질들이 전자빔을 거의 같은 방식으로 회절시키자, 그들은 회절 패턴에 근거하여 좀 더 상세한 이미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즉, 그들은 엑스선결정학에서 사용된 것과 비슷한 수학적 접근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음 단계로, 그들은 막을 전자현미경 아래에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1975년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박테리오로돕신의 구조에 대한 개략적인 3D 모델을 작성할 수 있었다(그림 2). 이로써 박테리오로돕신의 사슬은 좌우로 씰룩이며 막을 일곱 번 통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 2. 1975년 처음으로 발표된, 박테리오로돕신의 개략적인 모델. Image from Nature 257: 28-32. 사진=노벨상위원회

그것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만든 단백질 영상 중 최고였다. 많은 사람들은 7옹스트롬(0.0000007 ㎜)이라는 해상도에 감동을 받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할 리처드 헨더슨이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엑스선결정학과 동일한 3옹스트롬의 해상도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자현미경이 보여줄 게 더 많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5. 헨더슨, 원자적 해상도의 영상을 최초로 얻다

그 후 몇 년 동안, 전자현미경의 성능은 점차 향상되었다. 렌즈의 품질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온기술(cryotechnology)이 발달한 덕분에 측정되는 샘플을 액체질소로 냉각시킴으로써 전자빔에 의한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

리처드 헨더슨은 박테리오로돕신 모델에 세부사항들을 점점 더 많이 추가했다. 그는 좀 더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세계 최고의 전자현미경들을 찾아다녔다. 그 전자현미경들은 각자 약점이 있었지만, 서로를 보완하는 장점들을 갖고 있었다. 마침내 1990년, 그는 15년간의 노력 끝에 최초의 모델을 출판했다. 그리하여 목표를 달성한 헨더슨은 원자적 해상도의 박테리오로돕신 구조를 제시할 수 있었다(그림 3).

그림 3. 1990년, 헨더슨은 박테리오로돕신의 구조를 원자적 해상도로 제시했다. 사진=노벨상위원회

그럼으로써 헨더슨은 "cryo-EM이 엑스선결정학만큼이나 상세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하나의 예외, 즉 '막 속에 규칙적으로 포장되어 있는 천연 단백질'에 근거하고 있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단백질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방법이 일반화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샘플 속에 무작위로 산재하며 중구난방으로 뻗어있는 단백질에 대해서도,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고해상도의 3D 이미지를 작성하는 게 가능했을까? 리처드 헨더슨은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건 유토피아다'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 즈음,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의 뉴욕 주 보건부에서는 요아킴 프랑크가 그 의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다년간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1975년 프랑크는 이론적인 전략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인즉 "전자현미경의 2D 이미지 속에 포함된 외견상 최소한의 정보를 통합하면, 고해상도의 3D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데는 1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6. 프랑크, 이미지 분석을 세련화하다

요아킴 프랑크의 전략(그림 4)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전자현미경의 흐릿한 이미지에 나타난 '무작위로 배열된 단백질의 흔적'과 '단백질의 배경'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구분하는 방법에 의존했다. 그는 수리모델을 개발하여, 컴퓨터로 하여금 이미지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이한 패턴을 확인하게 했다. 다음으로, 비슷한 패턴들을 분류하여 동일한 그룹으로 묶고, 그 이미지들의 정보를 통합하여 평균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게 했다. 그는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고해상도의 2D 영상들을 여러 개 만들었는데, 이 영상들은 동일한 단백질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알고리즘이 완성된 것은 1981년이었다.

그림 4. 프랑크의 3D 구조를 위한 이미지 분석. 사진=노벨상위원회

두 번째 단계는, 상이한 2D 이미지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결정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하여 3D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에 의존했다. 프랑크는 이 단계에 관한 내용을 1980년대 중반에 출판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리보솜의 표면에 대한 모델을 만들었다. (리보솜이란 세포 속에서 단백질들을 생산하는 거대한 분자기구다.

요아킴 프랑크의 영상처리 방법은 cryo-EM이 개발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우리는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 1978년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프랑크가 자신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완성하느라 애쓰고 있을 때,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는 자크 두보쉐라는 연구자가 전자현미경의 기본적인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물 샘플이 진공에 노출되었을 때 건조되어 손상되는 문제'였다.

7. 두보쉐, 물을 유리로 만들다

1975년, 헨더슨은 포도당 용액을 이용하여 막을 탈수로부터 보호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수용성 생체분자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은 샘플을 동결시키는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는 얼음이 물보다 서서히 증발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음 결정은 전자빔을 교란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얻어지는 이미지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물이 증발한다는 것은 커다란 딜레마였지만, 자크 두보쉐는 잠재적인 해결책을 떠올렸다. 그것은 물을 매우 빨리 냉각시킴으로써 액체 상태에서 굳어지게 하되, 결정 대신 유리(glass)를 형성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유리는 고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액체인데, 그 이유는 무질서한 분자이기 때문이다. 두보쉐는 다음과 같이 깨달았다: "만약 물을 유리, 즉 유리화 물(vitrified water)로 만들 수 있다면, 전자빔이 균질하게 회절되어 균일한 배경을 형성할 것이다."

처음에, 두보쉐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세한 물방울을 영하 196°C의 액체질소에서 유리화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액체질소를 (액체질소에 의해 냉각된) 에탄으로 교체할 때만 유리화에 성공했으며,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물방울은 종전에 봤던 어떤 물방울과도 달랐다. 그들은 처음에는 그것이 에탄이라고 가정했지만, 물방울을 살짝 가열하자 분자가 갑자기 재배열되어 익숙한 얼음 결정을 형성하는 게 아닌가! 일부 연구자들이 '물방물을 유리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대성공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물은 유리화된 물"이라고 믿고 있다.

8. 간단한 대비 기법

1982년 획기적인 발견을 한 후, 두보쉐가 이끄는 연구진은 cryo-EM의 기본적인 기법을 신속히 개발했다(그림 5, 이 기법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된다). 그들은 생물 표본(처음에는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을 물에 녹인 후, 그 수용액을 미세한 금속망 위에 얇은 필름처럼 도포했다. 그리고는 활 비슷한 구조체를 이용하여 금속망을 액상 에탄에 발사하여, 얇은 물막을 유리화시켰다.

그림 5. 두보쉐의 유리화 방법. 사진=노벨상위원회

1984년, 자크 두보쉐는 다양한 바이러스들의 이미지 여러 개를 처음으로 출반했다(그림 6). 이미지는 둥근 육각형 모양으로, 유리화된 물을 배경으로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오늘날 생체물질은 비교적 쉽게 전자현미경 표본으로 준비될 수 있으며, 연구자들은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 위해 두보쉐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림 6. 두보쉐는 1984년, 유리화된 물에 둘러싸인 바이러스의 이미지를 최초로 만들었다. Image from Nature 308: 32-36. 사진=노벨상위원회

9. 블라볼로지(blobology)에서 혁명으로

cryo-EM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이렇게 하여 완성되었지만, 이미지의 해상도는 여전히 형편이 없었다. 1991년 요아킴 프랑크는 두보쉐의 유리화 방법을 이용하여 리보솜 샘플을 준비한 후,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분석했다. 그가 얻은 것은 40옹스트롬 수준의 3D 구조에 불과했다. 그것은 전자현미경을 향한 놀라운 일보전진이었지만, 겨우 리보솜의 윤곽을 보여줄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블랍(blob: 방울)처럼 보였고, 엑스선결정학의 원자적 해상도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cryo-EM는 울퉁불퉁한 표면 이외에는 보여준 게 거의 없었으므로, 간혹 블라볼로지(blobology)라는 굴욕적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의 모든 면이 점차 최적화되었는데, 그것은 대부분 ('전자현미경이 언젠가 원자적 해상도의 영상을 일상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유지했던) 리처드 헨더슨 덕분이었다. 해상도는 1옹스트롬씩 향상되어, 2013년 마지막 남은 기술적 걸림돌이 해결되자 새로운 종류의 전자검출기(electron detector)가 사용되기에 이르렀다(그림 7).

그림 7. 최근 몇 년 동안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체 없는 방울(blob)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단백질을 원자적 해상도로 가시화할 수 있게 되었다. Image: Martin Högbom. 사진=노벨상위원회

10. 세포의 감춰진 부분들을 모두 샅샅이 탐험하다

오늘날 꿈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생화학의 폭발적인 발전을 목도하고 있는데, cryo-EM이 그토록 혁명적이었던 이유를 몇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다. 두보쉐의 유리화 방법은 사용하기가 비교적 쉬우며 샘플 크기의 최소화를 유도했다. 움직이는 생체분자들은 신속한 냉각과정 덕분에 순식간에 동결되어, 연구자들로 하여금 한 과정의 다양한 부분들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단백질이 움직이며 다른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cryo-EM을 사용하면, 막단백질과 커다란 분자복합체를 유례없이 손쉽게 기술할 수 있다. (막단백질은 종종 신약개발의 표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작은 단백질들은 전자현미경으로 연구할 수 없으며, NMR 분광학이나 엑스선결정학을 이용하여 가시화될 수 있다.

1975년 요아킴 프랑크가 일반적인 영상처리방법에 대한 전략을 제시했을 때, 한 연구자는 이렇게 썼다: "만약 그 방법이 완성된다면, 한 과학자의 말에 따라 인간의 한계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한계는 정말로 사라졌다. 자크 두보쉐, 요아킴 프랑크, 리처드 헨더슨은 연구를 통해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혜택을 베풀었다. 세포의 감춰진 부분들은 모두 샅샅이 원자적 해상도로 포착될 수 있으며, 생화학은 인류에게 흥미로운 미래를 선사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11. 논문과 동영상

(1) 논문
Dubochet, J. (2016) A Reminiscence about Early Times of Vitreous Water in Electron Cryomicroscopy. Biophys J., 110, 756-757.
Elmes, J. (2016) Interview with Richard Henderson. Times Higher Education, www.timeshighereducation.com/people/interview-richard-henderson-university-of-cambridg
Gelfand, A. (2016) The Rise of Cryo–Electron Microscopy, Biomedical Computation Review, http://biomedicalcomputationreview.org/sites/default/files/riseofc-e_bcr-spring-2016-web.pdf
Mossman, K. (2007) Profile of Joachim Frank, Proc. Natl Acad. Sci. USA, 104, 19668-19670.
Wilson, R. och Gristwood, A. (2015) Jacques Dubochet. www.embl.de/aboutus/alumni/news/news_2015/20150709_dubochet/

(2) 동영상
Serious Science (20 June 2017) Electron Cryomicroscopy — Richard Henderson (www.youtube.com/watch?v=L6U--sYUF9s )
Serious Science (22 Aug. 2017) Single-Particle Electron Microscopy - Richard Henderson (www.youtube.com/watch?v=j_sfs6uwWlc)
The Franklin Institute (5 July 2016) Joachim Frank — 2014 Laureate of the Franklin Institute in Life Science (www.youtube.com/watch?v=mtvht8Uyh2s)

12. 수상자 소개

자크 두보쉐: 1942년 스위스 에이글에서 출생. 1973년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와 바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 스위스 로잔 대학교 생물물리학 명예교수. www.unil.ch/dee/en/home/menuinst/people/honorary-professors/prof-jacques-dubochet.html

요아킴 프랑크: 1940년 독일 지겐에서 출생. 1970년 독일 뮌헨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생화학, 분자생물물리학, 생물학 교수. http://franklab.cpmc.columbia.edu/franklab/

리처드 헨더슨: 1945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출생. 1969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 케임브리지 대학교 분자생물학 MRC 프로그램 프로그램 리더. www2.mrc-lmb.cam.ac.uk/groups/rh15/

※ Source: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17/press.html)
※ Illustrations: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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