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문모닝’(문재인 비판으로 아침을 연다) 공세(攻勢)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측에 날을 세웠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최근 달라진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어떤 정치적 행동을 구체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현 정권 견제에 있어 톤 조절에 나서며 ‘칭찬’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및 같은 당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달라진 발언 양상에 대해 '중도야당의 색채를 추구하던 국민의당에서 진보적 선명성을 강화하려는 조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그의 주요 발언을 모아봤다.

“현 정부의 대북 제재와 대화(對話) 병행노선 참 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하며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괜찮고 안철수 대표가 직접 대북특사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정당으로 자처하고 있으므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당에 적극적으로 특사를 제안하고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적으로 대북제재 국면인 상황에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차단된 지금 실현되기 힘들다는 이유로 ‘대북특사론’은 이후 자연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비록 불발됐지만 박 전 대표를 천거한 이 대표의 추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이 (북한에게) 강력한 제재를 하면서도 평화 얘기를 하고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6차 핵실험에 성공했으니 핵 보유국이고 미국이 침공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강화되고 있어서 김정은 자신도 굉장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럴 때 문 대통령이 자꾸 대화를 강조하는 것에 (북측이) 유혹도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또 “그래서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했다.

박 전 대표는 “다른 정치세력이 아무도 대화 얘기를 못하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제재와 평화, 대화를 요구하는 건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해 “문 대통령 칭찬은 국민의당도 들으라고 한 말”이라면서 당내 대북정책을 향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전날 《가톨릭평화방송(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박 전 대표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고민하는 김정은에게 탈출구를 열어줄 수 있는, 계속 대화를 제안한다고 하면 그 대화의 제안은 어떤 의미에서 미북 간의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미북 간의 대화를 위해서 (북측이) 우리 한국과의 대화도 생각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관계는 참으로 잘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소통 거절하면서 협치 요구하는 洪 대표 잘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가 주도한 여야 지도부 회동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 비판했다. “소통은 거절하면서 협치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적폐세력인 나를 왜 부르느냐. 무슨 말을 하겠느냐’라고 하는데 저는 홍준표 대표가 아주 잘못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적폐세력 대표이지만 대통령이 초청을 하면 가서 자기 할 말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며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대통령의 반응도 알고, 그런데 그걸 거절을 하면서 협치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26일 박 전 대표는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처럼 조작을 해서 보복을 하는 것이 정치공작이고 정치보복”이라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자기들이 나쁜 짓 한 것 청산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정치보복인가”라고 비판한 것이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밝힌 홍 대표의 회동 불참 의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질타했다. 그는 “홍 대표는 참 이상한 분이다.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가 적폐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인정한 것은 좋고 반성해야한다”며 “일국 제1야당의 대표라고 하면 청와대 대통령의 초청에 응해서 자기가 할 말을 다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날인 27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며 “자유한국당에서 적폐청산 대상으로 DJ, 노무현 정부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며 “포함시킵시다. 아예 단군조선부터 하자 주장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 필요성 제기한 文 대통령, 시의적절했다”

이처럼 청와대 회동에 불참한 홍 대표의 독자행보, 현 정권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 등을 비판한 박 전 대표는 다시 현 정부의 안보 기조에 대해 칭찬했다. 29일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필요성을 제기하신 것은 시의적절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가 전작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기념사에 대해 호평한 것이었다.

해당 게시물에서 박 전 대표는 “그러나 방위비 부담도 잘 챙기셔야 한다”며 “또한 중국 대북제재가 강화된 사실도 북핵 해결에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제재를 통한 압박과 평화를 위한 대화 촉구 또한 잘 하신 대북정책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달 2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일컬어지던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노 대사는 지난달 29일 ‘중국 내 한국기업 피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노 대사는 이날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기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듯이 외부 환경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 (정부) 몫이고, 다만 자구적 노력은 역시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계는 "정부가 돕지는 못할망정 사드 보복 문제의 책임을 기업에만 떠넘기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野) 3당 또한 “어느 나라 대사인지 모르겠다”며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자 노 대사는 1일 “나는 롯데의 사업 철수가 사드와 무관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롯데는 사드 때문에 철수하는 게 맞다”며 수습에 나섰다.

“주재국(駐在國) 입장에서 모국(母國) 바라볼 수도”

박 전 대표는 이달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서 말한 “노영민 대사의 사드 관련 발언은 도가 넘는 부적절한 내용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주재국 대사는 주재국 입장에서 모국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고 모국 대사로서 해결 방법 모색을 위한 발언이라 생각하면 어떨까”라고 옹호했다. 그는 “노 대사에게는 국민 정서를 실감한 기회로, 중국에 부임해 국민 정서를 감안해 사드 배치와 경제보복 해결의 기회를 부여하였으면 하는 심정에서 비난을 감수하며 개인 견해를 밝힌다”고 털어놨다.

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