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 당시 강한 지도자상, 스트롱맨 리더십을 설파하며 '홍트럼프'라 불렸던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최근 야성(野性)을 찾은 듯 현 정권 견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약점인 외교안보 현안을 집중 거론해 맹공하고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반격을 가하는 등 강한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특보가 할 소리"
  
우선 대외적으로는 안보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핵심 주제는 전술핵이다. 홍 대표는 전술핵재배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는 23~27일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지난달 9일과 15일 서울과 대구에서는 자유한국당 측에서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부산 등 지역에서 관련 보고대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전술핵 재배치 1000만인 서명운동' 또한 온오프라인에서 순행 중이다. 추석민심 여론전에도 돌입한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전술핵 재배치 선전물을 제작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고속터미널 등 여러 장소에서 귀성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
       
원내에서는 '안보에 강한 야당' 노선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예산 기자간담회를 연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 용역비, 핵추진 잠수함, 북한 핵미사일 방어체제 조기 구축 등 방위력 개선사업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련 돌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서도 연일 강공(强攻)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논란 발언을 한 문 특보에 대해 “자유롭게 학자적 견해를 밝히고 싶다면 지금에라도 공직을 내려놓고 학자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게 아니라면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안 브리핑을 맡은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문 특보가 최근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했는데, 핵 억지력이 전무한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한다면 북한 핵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이 깨져 한국이 무방비상태가 되는 것은 북한에서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더해 최근 문 특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이는 북한 김정은의 특보가 할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코미디 같은 발상"
   
홍준표 대표도 직접 가세했다. 지난달 29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문 특보의 논란 발언과 관련 “도발 응징을 전쟁으로 과장하고 국민에게 겁을 주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세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진정 묻고 싶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근 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추진에 대해서도 “코미디 같은 발상이며 이는 북한이 바라는 바”라고 일갈했다. 홍 대표는 “세계에서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뿐이고 유럽의 나라들도 군사 동맹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보다 무서운 호전적인 전쟁광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전작권을 환수해서 나라를 지킬 수 있겠냐"며 "그것은 북한이 바라는 바로 대통령이 세계적 안보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더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의 주사파와 반미(反美) 자주파들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친북 이념에 경도된 일방적 말만 들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지난 보수정부를 향한 현 정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도 제동을 걸었다. '진보정부 때는 적폐가 없었나' 하는 역공(逆攻)으로 응수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홍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오찬 자리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도 뇌물수수에 대한 공범인 만큼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보복에 가만있지 않을 것"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검찰이 (MB정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도) 공소시효가 없다고 한 만큼 이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권(與圈)의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보복”이라며 “곁가지 논란으로 번질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당 출신의 대통령들을 조사하고 부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적폐 광풍(狂風)에 맞서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재결집을 점치기도 했다.
   
같은 날 홍 대표는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며 “5000만 국민이 핵인질이 되어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에 이어 그 앞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에만 여념이 없는 것은 참으로 추석연휴를 앞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홍 대표는 “5·18 재수사로 전두환-노태우 부정,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 새마을 예산 대폭 축소로 박정희 부정, 건국절 논란으로 이승만 부정 등 앞서간 우파정권은 모두 부정하고 자신들의 좌파정권만 정당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5년도 남지 않은 좌파 정권이 앞서 간 대한민국 70년을 모두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간 정권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국민을 위한 정부는 될 수 없는 건가”라고 안타까워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