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창덕궁 앞 나마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만나다-일맥상통(一脈相通)' 전이다. 혈연으로 이어진 화가 3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소호 김응원(小湖 金應元, 1855~1921)은 당대 대표적인 서화가였다. '석파란'을 구사한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화법을 익혔다. 

소호 김응원, 괴석묵란도 10곡병 127x28.5cm x 10폭. .[사진 나마갤러리]

    소호가 그린 묵란화는 소호란이라는 화풍으로 자리잡았다. 소호란(小湖蘭)은 난의 곡선이 일품이다. 보고 있으면 묵화에서 난향이 풍겨나오는듯 하다. 일제 강점기인 1918년, 민족사회의 전통적 서화가들과 신미술 개척자들이 한데 모여 서화협회를 만들었다. 소호는 13인의 발기인 중 한명으로 참여했다.

류민자, 가족, 97x194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 나마갤러리]

소호의 외손녀도 화가의 길을 걸어왔다. 류민자(柳敏子, 1942~ ) 화가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류민자의 그림은 온고이지신 자체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매력을 한 폭에 담았다. 류민자와 서양화가 하인두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하태임(河泰任, 1973~ ) 화가다. 

 하태임은 어깨와 같은 각도로 그린 '칼라 밴드'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는 하태임의 신작들이 선보인다. 중첩되는 색상들 속에서 어쩐지 세월에 견뎌온 힘이 느껴진다. 소호가 그린 난에는 부드러운 곡선이, 고손녀인 하태임의 그림에는 강함이 담겨있다. 세 화가의 화풍이 흥미롭게 조화된 전시다. 조선 후기부터 한류시대까지 200년 이상의 세월을 관통해 온 한국 화가들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