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 시각) 오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 각국에서 여왕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와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상징,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한국에 관한 관심이 각별했다. 1999년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74세 생일상을 받기도 했다.  

여왕은 2004년 11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수교 120년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영국 왕실의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여왕은 외국인에게 수여 가능한 영국 최고훈장인 ‘바스 대십자훈장(Grand Cross of the Order of the Bath(GCB)’을 노 전 대통령에게 수여했다.

2009년 4월 1일 제2차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2일 6박 8일 일정으로 프랑스·영국·벨기에·유럽연합(EU) 등 서유럽 순방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중 4~7일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였다. 

박 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할 당시 에피소드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013년 11월 6일(현지 시각) 로저 기퍼드 런던시티 시장 초청 만찬장에 도착, 차체가 다소 높은 벤틀리 차량에서 내리던 중 입고 있던 파란색 한복을 밟고 앞으로 넘어졌다. 

길드홀 앞에 나와 있던 기퍼드 시장 내외가 놀라서 다가가자, 바닥을 짚고 일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웃으며 “드라마틱 엔트리(Dramatic entry극적인 입장)”이라고 해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5월 15일 여왕의 2남 영국 앤드루 왕자를 만났다. 

접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방문한 것에 대해 “안동이 한·영 양국 간 교류 협력의 상징적 장소이자 국제적 관광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에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