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남한산성〉의 시사회와 간담회가 9월 25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영화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는 본 영화의 주연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과 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병헌은 “(자신이 맡았던 前作 영화) 〈광해〉나 〈협녀〉처럼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어서 많은 부분을 감독님과 상의하고 고증을 따라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연기 당시) 실수로 시나리오가 바뀐지 몰랐다. 대사를 다시 숙지해야 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급조하다 보니 밸런스가 바뀔 때도 있었다. 이병헌이 잘 받아줘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이병헌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이에 이병헌 역시 동료배우 김윤석에 대해 “불같은 배우”라며 “자신을 그 상황에 던져놓고 연기한다. 어떻게 연기할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어 촬영 내내 긴장했다"고 화답했다.

본 영화는 조선 중엽 병자호란(丙子胡亂) 당시 남한산성으로 몽진(蒙塵)한 왕실과 조정이 화전(和戰)을 거듭했던 47일간의 전쟁사(戰爭史)를 담았다. 배우 이병헌이 주화파(主和派)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김윤석이 척화파(斥和派)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둘 사이 대의명분(大義名分)의 불꽃 튀는 대결구도가 본 영화의 백미다.

한편 본 영화는 소설가 김훈의 동명(同名)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감독은 “이 작품도 고민을 안 하고 있었는데 소설(김훈 작가의 동명원작)의 구절들이 온 마음에 다가와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준비할 것이 많더라”며 “사실에 기초해야 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더해 황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면서 한국을 둘러싼 외교나 정세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 소설을 읽었을 때, 380년 전의 역사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많은 분들이 보시고 다시 한 번 되새겨서 현재를 돌아보고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소설과 영화의 현재적 의미를 강조했다.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 〈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당시 사면초가에 놓인 남한산성 속 흔들리는 조선왕조의 운명을 치밀하게 묘파했다. 해당 소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을 당시 동갑내기 선배 소설가 이문열은 “문장에 감칠맛이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달 5일자 《국민일보》에 관련 칼럼을 기고한 김영찬 문학평론가는 해당 작품에 대해 “김훈의 소설이 그리는 전쟁은 의미와 가치가 제거된 참혹의 세계”라며 “살아남음의 무참함을 홀로 견디면서 울음을 삼키며 신음해야 하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라도 살아내야 하는 곳”이라고 김 작가의 세계관을 해석했다.

개봉일은 10월 3일. ‘처절한 생존의 비애(悲哀)’와 ‘무력한 역사의 신음’을 직시한 원작을 따라갈지, 아니면 명신(名臣)들의 치열한 이념적 고뇌를 그려낼지 영화의 귀추가 주목된다.

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