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그르렁거리고 차가운 금속성 소리, 때로 어둡고 흐느끼는 기타 사운드 : 월간조선

‘성깔’이란 단어는 성질이 있거나 성질을 부리거나 성질이 사납거나 고약한 심성을 뜻한다. 그런데 기타에 성깔이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기타의 다양한 소리, 그중에서도 사람의 성질을 건드는 소리일 것이다.

지난 7월 22일 ‘성깔 있는 기타 사운드’를 소개하며 그 소리를 ‘휘몰아치고 긴장감 넘치며 와일드하고 조급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성깔 있는 사운드’로 그르렁거리고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성 소리, 때로 어둡고 침울하며 흐느끼는 소리를 들려준다.

《헤이, 헤이 마이 록(Hey, Hey, My Rock)》(명작 刊)의 저자인 최영무 씨는 기타 소리를 의인화시켜 생명을 불어넣는다.

문장은 최영무 씨의 친절한 화법을 살려 ‘~습니다’체로 전한다.

⓵그르렁거리는 기타 사운드

포리너(Foreigner)는 ‘Long, Long Way From Home’에서 가볍게, 데프 레퍼드(Def Leppard)는 ‘Rock! Rock! Till You Drop’에서 신나게, 오비추어리(Obituary)는 ‘Insane’에서 강하게, 애시드 킹(Acid King)은 ‘Electric Machine’에서 낮게 그르렁거리며 기타 사운드의 이빨을 드러냅니다.

포리너의 데뷰 앨범에 수록된 싱글 ‘Long, Long Way from Home’

‘Long, Long Way from Home’은 1970년대 말, 성인 취향의 소프트 록(AOR)의 대표 밴드들 중 대표격인 포리너의 데뷰 앨범 수록곡입니다. 미크 존스(Mick Jones)는 부드럽게 그르렁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리프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루 그램(Lou Gramm)은 그 위에 적당히 내지르는 스타일의 시원한 보컬 사운드를 실어 화답합니다. ‘대처(大處)’를 동경했던 어린 시절, 고독한 이방인들의 분위기가 풍기는 파스텔톤의 이 앨범 자켓을 좋아했었습니다.

②날카로운 금속성의 기타 사운드

갱 오브 포(Gang of Four)는 댄스 펑크곡 ‘Damaged Goods’에서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또 다른 펑크 밴드 버즈콕스(Buzzcocks)는 ‘Ever Fallen In Love’에서 비슷한 톤의 기타 사운드를 경쾌하게 연주합니다. 뉴욕 아트 펑크 밴드 텔레비전(Television)의 기타리스트 톰 벌레인(Tom Verlaine)과 리처드 로이드(Richard Lloyd)는 ‘Marquee Moon’이라는 곡에서 차가운 금속성의 기타 리프와 솔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갱 오브 포는 댄스 펑크곡 ‘Damaged Goods’의 싱글 자켓

갱 오브 포의 ‘Damaged Goods’를 들어보셨나요?

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 사인방(四人幇)의 음악으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파손된 상품과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을 비유한 곡(1978년)입니다. 단순한 코드, 펑키한 리듬, 금속성 톤으로 날카롭게 긁어 대는 기타 사운드, 메시지 강한 가사가 특징이며 댄스 펑크(Dance Punk)라는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 노래이어서 펑크계에서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노래죠.

③어둡고 침울한 기타 사운드

영국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 갓플레시(Godflesh)는 ‘Time, Death And Wastefulness’라는 곡에서 무겁고 어두운 기타 사운드를, 뉴욕돌스(New York Dolls)출신의 기타리스트 조니 선더즈(Johnny Thunders)는 ‘So Alone’이라는 곡에서 어둡고 우울한 기타 사운드를 허공에 흩뿌립니다.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가 연주한 2003년 영화 <브라운 버니(The Brown Bunny)>의 삽입곡 ‘Forever Away’에서 나오는 담담하고 침울한 기타 사운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존 프루시안테

‘Forever Away’는 래드 핫 칠리 페퍼(Red Hot Chili Peppers)의 ‘Californication’을 연주하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의 솔로곡으로 영화 <브라운 버니>의 OST앨범에 들어있습니다. 투명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짧게 끊어 치는 전기 기타의 담백한 솔로 연주는 구슬픈 코러스와 함께 영화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임에 있어서는 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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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라운 버니>(2003) 포스터

영화 <브라운 버니>는 일종의 로드 무비입니다. 영화 속 버드 클레이는 모터 사이클 레이서입니다. 그저 내키는대로 질주하며 짧은 사랑을 반복하죠. 젊음이란 달려가고 무언가 억눌린 것을 분출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해가 되고, 또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길에는 황량한 지평선과 무심한 전신주,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바람과 정적, 고독, 낭만이 있어요. 카메라를 따라 그저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때로 행복하다? 2003년작. 빈센트 갈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어요.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고 느낍니다. 혹자는 쓸쓸함과 외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담고 있다고 평하죠. 대사가 거의 없고 기타 사운드가 요란합니다. 게다가 느린 카메라 움직임... 다음은 영화 OST의 트랙 리스트입니다.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 연주곡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1. Tears for Dolphy - Ted Curson

2. Come Wander With Me - Bonnie Beecher, Jeff Alexander

3. Beautiful - Gordon Lightfoot

4. Milk and Honey - Jackson C. Frank

5. Smooth - Matisse/Accardo Quartet

6. Forever Away - John Frusciante

7. Dying Song - John Frusciante

8. Leave All the Days Behind - John Frusciante

9. Prostitution Song - John Frusciante

10. Falling - John Frusciante

④흐느끼는 기타 사운드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heeps’, 제프 힐리(Jeff Healey)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비틀즈 커버곡), 게리 무어(Gary Moore)의 ‘Still Got The Blues’, 제이슨 베커(Jason Becker)의 ‘Altitudes’ 등은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울부짖으며 흐느끼는 기타 사운드를 가진 공통점이 있는 노래들입니다.

기타리스트 제프 힐리

기타리스트 제프 힐리는 조지 해리슨의 ‘While My Guitar Gently Sweeps’를 자신만의 특유의 블루스 록 풍으로 커버하였습니다. 호소력 넘치는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울고 있는 기타에 대한 이 노래 자체를 더 흐느끼게 만드는 기타 사운드와 연주를 들려줍니다. 2008년 암투병 중 41세로 요절한 그가 평생 짊어진 고통과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