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의힘 탈당 후 이준석 신당 창당설'을 부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오세훈을 중심으로 한 '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제가 당을 새로 만들 일은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신당 창당설'은 정치권을 맴도는 호사가들의 '망상'이란 식으로 부정하면서 “제가 탈당을 한다거나 창당을 한다거나 (등의 이야기는) 저는 거의 음해 수준으로 본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에 “이준석이라는 자원이 국민의힘 외연을 정말 획기적으로 넓힌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그 점에 대해 국민들의 오해가 있다면 그건 종국적으로 당에 손해”라며 “그런 원론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2013년 당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으로부터 2회에 걸쳐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6개월 정지'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윤석열 정권을 흔드는 '여론전'을 계속 펼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준석 신당 창당설'이 돌기도 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연일 비판 글을 올리는 지경에 다다르고, "이준석이 국민의힘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판명된 후에는 이전과 달리 '이준석 신당 창당'을 점치는 인사들이 소수 존재했다. 

그 '설'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의 핵심 인물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대선 이전부터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차기 주자"란 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계속 서울시만 생각하고, 서울시장을 하고 싶다는 오 시장의 '진의'와는 달리 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힌다. 실제 지지율도 그랬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사상 초유의 '4선 서울시장' 고지를 밟게 된 오세훈 시장의 '미래'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고조됐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6월 11일~13일, 전국 성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누가 윤석열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정치 지도자로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받은 이들의 29.3%는 '이재명'을 꼽았다. 이어서 23.9%가 '오세훈'을 선택했다. 한 마디로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여권 차기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같은 오세훈 시장의 지지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리서치뷰가 6월 28~3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권 차기 주자 지지율'을 조사했을 때 오 시장의 지지율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똑같은 15%다. 4선 서울시장이 아직 정치권에 들어오지 않은 장관과 동률을 기록한 셈이다. 

얼마 가지 않아 그 '동률'마저 깨졌다. 리서치뷰가 7월 30~3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중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결과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은 11%, 순위는 3위에 그쳤다. 1위는 13%를 기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2위는 12%를 얻은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 

결국 지방선거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세훈 시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과 '역전'을 오 시장이 겪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방선거가 이후 오세훈 시장이 주목받을 사안이 없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화제가 되고,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선거가 끝난 후에는 상당 기간 관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또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직설적인 화법을 대외적으로는 하지 않는 개인 특성 탓에 같은 입장인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세간의 관심을 받거나 언론 지면에 등장할 일이 많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지지율 하락을 겪는 원인은 그가 정치 현안에 말을 아끼는 와중에도 소위 '보수' 성향 유권자,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의 기대와 다른 발언을 이따금씩 하는 데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준석 징계안'를 다루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은 다양성을 먹고 산다. 이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를 비롯한 당원 전체에 대한 징계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닌데도, 오세훈 시장은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소에는 정치 현안에 대해, 그것도 논란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 자체를 회피하는 성격이면서도 '이준석 옹호성 발언'을 이처럼 했다는 점은 뜻밖이다. 

이는 사실상 오세훈 시장이 '‘친(親)이준석’ 행보를 공개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오 시장은 당 윤리위의 '이준석 징계안 회부'에 대해 “민주적 절차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 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시키는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쿠데타”라고 강변한 '유승민계' 오신환 전 의원을 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내정했다. 

자신은 과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실제 표결에도 참여했으면서 지금 와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는 당 대표에 대한 징계는 '쿠데타' 운운하는 자를 '차관급'인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앉힌다는 점은 오세훈 시장의 정무적 감각, 정치적 계산 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세훈 시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새누리당을 뛰쳐나가 김무성·유승민 등 소위 비박계가 만든 '바른정당'에 가담한 일이 있다. 이런 전력 때문에 그가 이준석 대표를 옹호하고 오신환 전 의원을 차관급 요직에 앉히는 것인지, 또는 원내 지지 기반에 없는 그가 '유승민계' 또는 '바른정당계'의 중심이 되려 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다. 

그와 달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는 전투력 없이 무기력하게 자리만 지키고 앉아 "나 국회의원이요"라고 거들먹거리는 국민의힘 의원들, 정무적 감각이 없고 원론적 답변밖에 내놓지 못해 대국민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만 되풀이하는 관료 출신 각료들, 약삭빠르게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그 '속내'를 국민에게 다 들키는 '눈치 9단'들과 다른 언행을 보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