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기타 소리는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원래 ‘질감’이란 표현이 감각을 초월한다는 의미와 상관이 깊다. 정통 블루스나 로큰롤의 연주 방식과 달리, 일그러진 질감을 주는 디스토션이나 이펙트, 와와 페달, 전기적 증폭장치(픽업과 앰프 등) 등을 총동원해 요란하고 환상적(몽환적)이며 때로 다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견고한 멜로디 라인과 화성의 조화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헤이, 헤이 마이 록(Hey, Hey, My Rock)》(명작 刊)의 저자인 최영무 씨는 블루스가 로큰롤의 등장에 영향을 미친 시대에서 21세기 새로운 펑크 밴드까지 기타 사운드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모두 아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을 수 없다.

그의 친절한 말투를 살려 ‘~습니다’ 체로 전한다.

①지저분한 기타 사운드

닐 영은 1969년 걸작 앨범 《Everbody Knows This Is Nowhere》에 수록된 ‘Down By The River’에서 단순하고 날 이미지의 기타 사운드의 물줄기를 엽니다. 1990년대 그런지 록의 선도자 머드허니(Mudhoney)는 ‘Here Comes Sickness’에서 와일드하고 지저분한 기타 사운드를 유감없이 들려줍니다. 그 뒤로 소닉 유스도 ‘100%’에서 못지않게 얼룩진 기타 사운드를 제시합니다. 

머드허니의 싱글 ‘Here Comes Sickness’

1990년대 너바나(Nirvana)가 일으킨 그런지 록의 광풍의 근간 밴드인 그린 리버(Green River)의 후신, 머드허니의 동명 타이틀 데뷰 앨범 곡이 ‘Here Comes Sickness’입니다.

지저분하고 일그러진 질감의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를 통해 소외되고 상처뿐인 변방의 젊은 패배자들의 공허한 일탈을 표현하고 있죠. 약간은 팝이 더 가미된 너바나의 노래보다는 날것의 느낌이 더 드는 메탈+하드코어 펑크의 합이라고 생각합니다.

②두꺼운 결의 기타 사운드

스웨덴의 데스 메탈 밴드 인툼드(Entombed)의 ‘Drowned’는 뒤틀리고 빠르고 두꺼운 기타 톤의 곡인 반면, 영국의 블루스 록 밴드 사보이 브라운(Savoy Brown)의 1968년 곡 ‘Getting To The Point’의 기타 사운드는 부드럽고 두터운 톤의 기타 사운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디 록 밴드 위저의 1994년곡 ‘Undone(The Sweater Song)’은 느리고 결이 거친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는 반면 비교적 최근의 영국 밴드 루시드 드림(The Lucid Dream)은 2016년 곡 ‘Bad Texan’에서 밝고 사이키델릭하며 굵은 결의 기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기타리스트 킴 시몬스(Kim Simmonds)가 이끌었던 60년대 블루스 록 밴드인 사보이 브라운의 비교적 초기 연주곡 ‘Getting To The Point’은 두터운 톤의 리듬 기타 사운드 위에 백인 블루스 특유의 깔끔한 리드기타의 솔로 터치가 돋보입니다. 후에 유명해진 대곡인 ‘Hellbound Train’에 비해 짧은 소품이지만 그의 소박한 면모가 듣기에 편안합니다.

③겹겹이 쌓인 기타 사운드

원조 슈게이징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1991년 명반 《Loveless》  첫 번째 수록곡 ‘Only Shallow’의 기타 사운드는 캔버스에 여러 색의 물감을 뭉개어 덧칠한 몽롱한 느낌입니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미국 인디밴드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프런트 맨인 아이라 카플란(Ira Kaplan)은 2009년에 발표한 곡 ‘And The Glitter Is Gone’에서 기타 한 대와 앰프, 이펙트들을 사용해 여러 겹으로 쌓인 기타 사운드를 만들어 냅니다.

수백가지 색의 물감들이 겹겹이 덧칠해진 한 폭의 추상화와 같은 곡이 ‘Only Shallow’이죠. 기타리스트 케빈 쉴즈(Kevin Patrick Shields)가 노이즈를 활용한 새로운 사운드의 창작에 대한 편집광 같은 애착의 산물입니다. 그의 이런 음악적 태도는 록 역사상 획기적인 시도들 중의 하나였으며 몽환적인 슈게이즈(Shoegaze)/드림 팝의 세계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어 후에 라이드(Ride),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등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원조 슈게이징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 슈게이즈란...

여기서 잠깐! 슈게이즈, 혹은 슈게이징(Shoegazing)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신발(Shoe)을 뚫어져라 쳐다본다(Gaze)는 합성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고집스런 자기 음악을 고수하려는 밴드들의 무대매너에서 파생되었다. 관객 취향에 맞추기보다 자기들만의 세계를 지향하겠다는 외곬의 음악이다. 

이펙터를 총동원해 록의 시끄러움(Noise)과 기타의 하드한 사운드, 들릴들 말듯하는 여린 보컬로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밴드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라이드, 스매싱 펌킨스, 슬로우다이브(Slowdive), 더 버브(The Verve), 러시(Lush),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등이 있다.

④긁어 대는 기타 사운드

영국 펑크 밴드 댐드(The Damned)의 1976년 곡 ‘New Rose’는 전형적인 초기 펑크곡으로 지속해서 짧게 긁어 치는 기타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픽시즈(Pixies)의 기타리스트 조이 산티아고(Joey Santiago)는 ‘Caribou’라는 곡에서 유연하게 기타 줄을 긁는 반면 라디오헤드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는 ‘Creep’을 연주하며 팔이 떨어질 정도로 위아래로 긁어 댑니다.

1980년대 미국의 인디 록의 원조들 중 하나인 픽시스

80년대 미국의 인디 록의 원조들 중의 중요한 밴드인 픽시스의 데뷰 EP인 《Come On Pilglim》(1987) 수록곡  ‘Caribou’를 한번 들어보세요. 픽시스의 리더인 블랙 프란시스(Black Francis)의 문학적 가사와 ‘Repent(회개)라는 후렴구가 특색있는 노래입니다. 기타리스트인 조이 산티아고의 부드럽게 긁어대는 기타 사운드의 물결이 데이비드 로버링(David Lovering)의 역동적으로 출렁거리는 드러밍과 조화롭게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