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했다. 허 교수는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이 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에 중요한 공헌을 한 40세 미만의 수학자들에게 주는 상이다. 허 교수는 1983년생으로 만 39세다. 

허 교수는 교수인 부모(고려대 통계학과 허영회 명예교수,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이인영 명예교수)의 미국유학시절 태어나 국적은 미국이지만 초-중-고-대학교를 한국에서 나왔다. 한국인이 필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허 교수는 서울 방일초, 이수중, 상문고, 서울대를 다녔다. 다만 상문고는 졸업하지 않고 1학년때 중퇴했다. 이때문에 '고교 중퇴 수포자(수학포기자)'가 필즈상을 받았다는 점에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허 교수는 어린시절 학교 공부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학교때까지도 수학을 잘하지 못했고, 상문고 진학 후에는 야간자율학습 등 통제된 학교생활로 학업에 흥미를 잃고 1학년때 자퇴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시절에도 F학점을 다수 받았고 결국 6년간 학부를 다녔다.

학부시절 수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허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당시 서울대 초빙석좌교수였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사과정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UIUC)로 진학했다. 박사과정 1학년 말에 수학계의 대표적 난제인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리드 추측은 채색 다항식을 계산할 때 보이는 계수의 특정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968년 제기된 수학계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미시간대학교로 옮겨 201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 교수는 수많은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앞서 사이먼스 연구자상, 삼성 호암상, 뉴호라이즌상, 블라바트닉 젊은과학자상 등을 받은 바 있다.

허 교수는 수상 후 "필즈상 수상자 명단엔 저에겐 영웅 같은 분들도 이름이 줄줄이 있다. 그 명단 바로 밑에 내 이름이 한 줄 써진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