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후 사정 당국의 각종 수사가 재개됐다. 그 와중에 전임 정권 시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들도 이전과 달리 하나둘씩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이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기획 수사' '정치 보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반대 진영을 억압하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서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는 얘기인데, 객관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을 찾기는 어렵다.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결국 아무런 문제 없이 수사가 종결될 수밖에 없고, 권력형 비리가 실재했다면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의 법치 체계다. 대체 우리나라 헌법과 각종 법률, 그 어디에 전임 정권의 권력형 비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모른 척하라는 내용을 담은 조항이 있는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제11조 1항) 하다"고 규정한다. 헌법에 의해 우리 국민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 책임과 의무는 똑같다. 같은 의미로 대한민국 국민은 법이 정한 한계를 넘어, 법에 명시된 권한을 초월하는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 유력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 경제 거물,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없다. 신분, 직책, 지위에 따른 특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제11조 2항)"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즉, 문재인 정권 시절 불법을 저지른 그 누구든지 수사를 받고, 자신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문재인 정권이 즐겨 외치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중의 하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강변은 설득력이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임 정부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고강도의 '정치 보복'을 자행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그의 ‘1호 공약’이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 청산’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온 나라는 ‘적폐 몰이 광풍’에 휩싸였다. 법적 공식 권한이 없는 대통령 비서실장(임종석)이란 자가 “적폐 청산 부처별 전담반 구성 현황과 운용 계획을 회신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각 부처는 조직적으로 전임 정부 시절을 ‘적폐’로 규정한 뒤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각 부처에 신설된 ‘적폐청산위원회’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과거사 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전임 정부 시절 야당이 주장했던 의혹들을 파헤쳤다.   

그 결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직권 남용' '국고 손실'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당시 수사를 받은 이는 최소 수 백명, 기소된 이도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당시 이들의 행태를 고려하면, 그들의 집권 이전 대한민국은 합법적인 정부가 국정을 운영한 게 아니라 도적단이 불법 점거하고 나라를 사유화한 걸로 착각할 정도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인사들과 그들의 지지층이 맹목적으로 '적폐' 운운하면서 '청산' 작업을 계속 했다.    

점차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소리를 계속 했다. 

그는 2018년 9월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거듭 적폐청산을 촉구했다. 사실상 그의 집권 배경이었고, 정권 운영 동력이었던 '적폐 청산'은 코로나 19 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 계속 됐다. 코로나 이후에는 '적폐 청산'을 대신해 'K-방역'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렸다.   

이처럼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주문대로 집권 기간 '적폐 청산' 명목으로 전임 정부를 그야말로 탈탈 털어댔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 정권 인사들이 지금 와서 윤석열 정부의 상식적인 불법 행위 수사에 대해 반발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적폐 청산'이고, 문재인 정권 자신들에 대한 수사는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 이런 주장들이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예의 그 '내로남불'적 언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