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저녁에 만나 3시간여에 걸쳐 만찬회동을 했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간 만남은 지금까지의 사례에 비해 가장 늦었지만 만남 시간은 가장 길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부터 오후 8시50분까지 171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날 만남은 대선 후 19일만으로 과거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늦어도 10일 내에 만났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늦은 셈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반주를 곁들인 만찬을 포함해 3시간에 가까운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첫 회동에서 가장 긴 기록을 세웠다.  앞서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가장 긴 회동은 2007년 12월2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130분 만찬 회동이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지난 2020년 6월22일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1관 1층에서 차량으로 도착한 윤 당선인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웃으며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한 후 녹지원 잔디밭을 가로질러 회동 장소인 상춘재까지 함께 걸었다.  상춘재는 국내외 주요 외빈을 맞이하는 전통 한옥 공간으로 과거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은 청와대 대통령집무실 또는 관저였고 상춘재에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에 의미를 담아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봄나물비빔밥과 탕평채가 주 메뉴였으며 주꾸미·새조개·전복 등 계절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더덕구이 등도 제공됐다.반주로는 레드 와인이 나왔다.

두 사람은 과거 인연 등을 주제로 흉금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의 회동에 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주요 현안과 관련해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방안도 회동 테이블에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갈등을 겪어왔던 임기 말 인사권과 관련해 장 실장은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아직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상태는 아님을 시사했다.

다만 관심이 쏠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장 실장은 "두 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시는 느낌이었다"며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현 정권과 차기 정부의 정권 인수인계를 정말 원할하게 잘 해야되겠다는 의지들이 두 분이 다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