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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구애 행보' 이재명이 말한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뜻은?

정치인들이 왜곡하고, 호남인들이 오해하는 대표적인 글귀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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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6일,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언급하면서 호남 구애성 발언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 그것도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신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택한 광주·전남의 민심을 잡기 위해 26일, 소위 '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전남 목포시로 향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앞서 언급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언급하면서 “어떤 상인분이 저한테 주신 편지에 이 말이 쓰여 있었다. 위대한 분이 하신 말씀이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서 "호남은 역사를 통틀어 억압받고 힘들어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온 우리 민중들의 본거지이고, 현대사에서도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 곳”이라며 “호남의 희생과 헌신 덕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내렸고, 앞으로도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곳”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실제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뜻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제멋대로 해석일 뿐이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은 이 나라의 ‘개혁 진보 세력’의 요람이라고 자처한다. 걸핏하면 ‘약무호남 시무국가’에 실제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 지역의 주체성, 정통성, 개혁성, 중요성 등을 주장한다. 호남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자들은 꼭 호남에 가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같은 '정치적 자기 위로'를 부추기고, 원전에 나오는 뜻과 전혀 거리가 먼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들먹인다. 

 

참고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조선조 이순신 장군의 유고집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등장하는 글귀인데, 이는 호남인들의 그 무슨 희생과 헌신 정신을 찬양하는 말이 전혀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던진 애국심이 충만한 지역이라고 치켜세울 때 인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이는 원전의 문장을 거두절미하고, 자기가 필요한 대목만 쏙 빼서 제멋대로 왜곡하는 '단장취의'일 뿐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발발 후 1년쯤 지난, 1593년 7월에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절상호남국가지보장 약무호남시무국가(竊想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是無國家)"라고 했다. 이는 "혼자서 가만히 생각하건대, 호남은 국가의 보루이며 장벽입니다.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습니다"란 뜻이다. 

 

충무공은 이어서 "시이작일 진진우한산도 이위차해로지계(是以昨日 進陣于閑山島 以爲遮海路之計)"라고 적었다. "그래서 어제 한산도로 진을 전진배치하고, 바닷길을 차단할 계획을 세웠습니다"란 뜻이다. 당시는 왜군이 호남으로 진격하는 데 걸림돌인 된 진주성을 공격해 관군과 의병, 민간인 등 도합 3만여명을 몰살한 이른바 '제2차 진주성 전투'가 있고 나서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다. 

 

정리하면, 충무공의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임진왜란 당시 수군의 활약에 따라 해상 보급선을 확보하지 못해 병참 지원에 어려움을 겪던 왜군이 곡창인 호남을 점령할 경우 더는 나라를 지킬 방법이 없다는 뜻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호남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글귀인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호남 출신 정치인, 선거철에 호남의 지지가 필요한 정치인들은 이를 마치 “이순신 장군이 말하기를 호남이 우리나라의 근간이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해 호남의 환심을 사려 한다. 그러면 또 일부 호남 사람들은 잘못된 인용에 따른 치켜세우기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근거없는 '우월감' 또는 '선민의식(選民思想)'에 빠진다. 마치 자기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시대적 역할을 타고 난 것 같은 착각 또는 '소영웅주의'에 빠진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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