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계속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 인생 구석구석을 의혹으로 만들어냈다."(2006년 8월 1일 국회 교육위 전체 회의)

당시 교육부총리였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격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교육부총리직'서 자진 사퇴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논문은 표절하지 않았다. 논문 재탕이라는 말도 동의 못 한다. 연구비를 이중수령 한 행위도 없었다.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와 거래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죄다 부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전히 당시 언론 보도로 여러 차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밝혔다. 

"보도는 보도로 끝나지 않았다. 곧 정치적 쟁점이 되었고, 이는 다시 더 큰 보도로 이어졌다. 이어 신상털이가 시작되고, 가족이 노출되고, 검찰 고발 등이 따랐다. 정말, 목숨을 끊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오죽하면 국회 청문회를 열어 따져 달라 자청하기도 했고, 또 실제 그렇게 했겠나.

오히려 검찰 수사가 반갑기도 했다. 진실을 밝힐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진실이 드러났을 때도, 나와 가족을 그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언론은 한 줄의 의미 있는 보도도 해 주지 않았다. 지금도 내 가슴 속에는 그때의 그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보다 더한 고통을 앓은 사람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

그런데도 김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같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달리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앓은 고통의 수천 배, 수만 배의 고통을 나와 내 자식에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의 질서를 파괴하면서 말이다. 두통이 있다고 머리를 자를 수는 없는 법, 언론의 자유는 바로 그러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중재법 설명회를 하면서 신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인지에 관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명확한 내용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려고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불편한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거의 생각이 비슷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제주 강정기지를 추진하자 많은 측근이 옆을 떠났는데, 그때도 김병준만은 곁을 지켰다. 

왜 노 전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담은 책도 냈다. 노 전 대통령은 보수 언론과 적대적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처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진 않았을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를 담은 글을 보면 말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