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오르니 본색이 나왔다. 이 지지율은 ‘LH 사태' 반사이익 때문이란 분석이다. 본인들이 지지율 상승에 별로 이바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이야기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는 두 후보가 서로 “분열 잉태” “3자 구도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1987년 '김영삼(YS)-김대중(DJ) 단일화'가 깨질 때가 딱 이랬다. 

1987년 6월 29일 직선제 개헌을 핵심으로 한 ‘6·29선언’으로 민주화가 이뤄졌고, 가장 큰 화제는 ‘양 김’의 단일화였다. 후보만 단일화되면 누가 나가도 이길 상황이었다.

홍영림 <조선일보>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이 2012년 <관훈저널>에 당시 상황에 대한 기고문을 올렸는데, 그 일부다. 

<당시 여론조사로는 양김의 독자 출마는 당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던 반면,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두 사람 중 누구라도 당선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두 김씨의 출마 선언 며칠 뒤인 11월 15일 갤럽조사에서 노태우 후보(38.2%)에 이어 김영삼 후보(27.7%), 김대중 후보(24.0%) 순이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 뒤 대선에서도 노태우 후보(36.6%)와 김영삼 후보(28.0%), 김대중 후보(27.0%)의 최종 득표율은 여론조사와 비슷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영삼, 김대중 이들 양김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서로 “내가 나가야 당선된다”는 주장이 분명했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신군부의 대표인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김은 역사적인 죄인이 됐다. 민주화를 확립할 수 있는 마지막 판을 개인적인 욕심으로 엎어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YS·DJ 정계의 강자로 군림했고, 대통령을 했다. 혹시 오·안 두 후보가 본인들도 YS와 DJ처럼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 아닐까. 

시대가 다르다. 만약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정계 군림은커녕, 정치생명이 끝나는 비극을 맛볼 가능성이 크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