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정치인에 대해 조직적인 불법 사찰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세훈 원장이었고 민정수석비서관은 고(故)권재진 전 법무부장관이었으며,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이 시점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만큼 선거국면을 앞두고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16일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인 불법사찰 사실을 인정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이 정치인 사찰을 2009년 12월 1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매우 민감한 정보,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문서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했도 사찰 대상 목록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실은 ‘VIP(대통령) 통치 보좌, 정부와의 협조·견제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 민정수석실에서 자료를 수시로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민감한 사안이니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자료를 관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그런 근거는 (열람할 수 있는 자료 가운데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정치인 사찰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끝까지 파헤칠 태세다. 박지원 원장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면 공개 여부나 자료 폐기 등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 또는 정보위 차원의 자료 열람을 검토할 예정이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전 법무부장관은 작년 5월 사망해 진실을 가릴 수 없게 됐다. 사정 업무를 맡은 민정비서관이었던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그 아래 선임행정관이었던 한동훈 연구위원이 입을 열 가능성도 희박하다.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정원이 유력 후보인 박형준 전 정무수석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찰 문건은) 법적 절차에 따라서 공개되고 밝혀져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선거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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