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까운 여권 정치인의 이야기다.

이 의원이 최근 잇따른 말 실수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선 국회의원에 전남지사를 지낸 이 의원의 가장 큰 무기는 정책 이해도와 뛰어난 언변이다. 정부 내에선 '군기반장', 국회에선 야당에 맞서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해온 이유다.

완벽주의자로 통하며  연설문의 토씨 하나까지 손보는 그가 흔들리고 있다. 좀처럼 하지 않는 말실수를 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극복을 주제로 강연하던 중 출산과 육아와 관련해 오해를 빚을 수 있는 발언을 했다.

7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 강연에서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며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여성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 돌리는 차별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불임 부부는 평생 철 못 드느냐" "군대 가야 철든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결국 당일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5월 5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족들과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됐다.

총리 신분이었던 이 의원은 이날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들이 '정치권이 싸움만 하느라 대책 마련을 안 했다'고 항의하자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다" "저의 위치가 이렇다" 등의 답변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한다.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의원이 스트레스 받는 일은 또 있다. 바로 당 대표 임기다. 당권레이스에 뛰어든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초 중도 사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표 궐위' 상태에서 4월 재보궐선거를 치르거나, 임시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내년 4·7 재·보궐선거가 역대급 규모로 치러지게 된 점이다.

서울·부산만 해도 1143만명(지난 총선 기준)의 유권자가 참여한다. 현재 시도지사가 재판 중인 경기(1106만)·경남(260만)까지 포함되면 전국 유권자의 절반이 선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까지만 해도 4·7 재·보궐선거의 무게감은 이렇게 까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당내에 "4·7 재·보궐선거를 이끌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과 양자대결을 벌일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임기 2년 당대표 중책을 완수할 것"이라며 당대표로 선출돼도 당헌에 따라 내년 3월 사퇴해 '7개월 당대표'에 그칠 수 있는 이 의원을 겨냥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대선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의원이  총리 출신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선 지지도 1위의 주인공이 첫 위기를 맞은 셈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