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찍기 위해 만든 용어는 해명할 때도 쓰면 안 된다” : 월간조선

“통합당을 보면 남양유업이 떠오른다”

“보수의 반대말은 진보가 아닌 급진”

“보수정당이 그동안 해온 혁신은 당명‧당색‧당사(黨舍) 바꾸기”

“변호사처럼 ‘좌뇌(이성)’만 쓰지 말고, 미스터트롯처럼 ‘우뇌(감성)’도 써라”

미래통합당 간담회에서 에델만코리아 권신일 수석부사장이 한 말이다.

에델만코리아 권신일 부사장

통합당 허은아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 ‘비호감, 그 참을 수 없는 프레임에 대하여’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브랜딩으로 보수합시다-보수 정당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딩)를 맡은 권신일 부사장은 “(보수정당은) 공동체를 위한 규범을 지키며, 낙오하는 사람 없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통합당은 우선 ‘보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
권 부사장은 보수정당이 혁신을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혁신은 보수 정당의 본질적 가치가 아닌, 당명‧당색‧당사(黨舍) 바꾸기였다고 했다. 그는 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를 설명하며 “(보수정당은)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차별화된 상징, 고유한 이미지‧이름이라면, 브랜딩은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은 ①네이밍(naming‧이름 짓기), ②슬로건(slogan‧브랜드의 철학, 비전, 가치를 함축한 한마디), ③심볼(symbol‧상징) ④광고‧홍보‧캠페인으로 구성된다.

관광학 박사인 권신일 부사장은 한나라당에서 홍보 업무를 맡은 당직자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그는 “프레임 워딩(낙인찍기 위한 용어)은 해명할 때에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친일, 적폐, 최순실(최서원), 진보, 보수꼰대와 같이 보수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를, 반박하겠다는 이유로 다시금 들고 나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콘텐츠의 개인화’, ‘맞춤형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연히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공급자 중심이 아니다’‘육아정책을 잘 세워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이야기할 때면, ‘30대 입장에서의 아파트’와 ‘40대 입장에서의 아파트’를 구분해 마치 ‘내 문제’인 것처럼 구체적으로 와닿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설명하려는 게 이 (통합)당의 특징”이라면서 “변호사처럼 좌뇌(이성)가 아닌 미스터트롯처럼 우뇌(감성)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을 보면 남양이 떠오른다
권신일 부사장은 “남양(유업)을 보면 (통합)당이 떠오른다”며 유제품 업계의 라이벌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을 비교했다. 통합당이, 우수한 품질에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신뢰를 잃어 불매운동을 겪은 남양유업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매일유업은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해 나갔다.

대리점 갑질 사태란,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 ‘물량 밀어내기’를 강요하며 욕설과 협박을 한 것을 말한다. 이에 남양은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고, 2019년에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황하나)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해온 게 적발됐다. ‘물량 밀어내기’란 본사에서 생산한 물건을 대리점이나 가맹점에 강제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권 박사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통합당 내에서도 ‘최순실’이라는 낙인찍기 용어를 너무 쉽게 쓰는 사람이 있다”며 “상대가 우리를 부정적 틀에 가둬놓기 위해 만든 단어(프레임 워딩)는 써서는 안 되며, 정 쓰려거든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이라고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감성적 접근 없이는 아무리 옳은 말이어도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4‧15총선에서 통합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이름만 바꾼 채 탄핵과 연관된 인물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새로운 당명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묻자, 권 부사장은 “(통합당은) 자신이 누군지 먼저 알고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허은아 의원. 사진=허은아 의원 페이스북

이미지 전략가로 인재 영입된 허은아 의원은 “노무현 열풍, 안철수 현상, 문재인 팬덤 등 정치인의 성공과 실패 뒤에는 브랜딩 전략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통합당은 친일, 기득권 등 부정적인 꼰대 이미지로 인해 웬만해선 빠져나오기 힘든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내용적 쇄신과 이미지 전환으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수권정당으로 면모 일신하기 위해 1차로 ‘보수정당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딩’ 간담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은아 의원실은 <정당, 정치인-이제는 브랜딩 시대> 연속 전문가 간담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