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법조인 양산 시스템과 한국 로펌의 독일 진출에 대하여 : 월간조선

뮌헨에 있는 독일 박물관 입구. 독일의 문명과 생활 역사를 잘 정리해 두었다.

모처럼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주말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맛보았다. 아침을 먹고 나서 근처의 독일 박물관을 방문했다. 독일 문명의 수많은 역사자료가 잘 정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리, 종이, 도자기, 물리, 기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그 발전 과정과 이와 관련한 자료를 집성해 놓은 조금은 독특한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의 꼭대기층을 올라가니 뮌휀시의 전경이 한눈에 다 보였다.

독일의 법조 시스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준 알렉산드리아 손 변호사.

점심은 현재 독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손 변호사와 함께했다. 호텔 근처의 일식집이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점심식사를 하며 독일법조계 현황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묻고 대화를 나눴다.

독일에서 변호사가 되는 시스템은 좀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법과대학은 9학기가 규정이고 3학기, 6학기를 마치는 시험을 쳐야 하는데 시험을 통과해야 제1차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고, 이 시험을 합격해야 법과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법대 입학생의 40%정도가 이 시험에 합격한다. 이후 2년간의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 이는 각 주의 고등법원에서 관할하는데 법원, 검찰, 행정부 그리고 법률회사로부터 법상 정한 기간동안 연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연수자체를 못 받게 되는 일은 없다.

이 연수과정을 거쳐 변호사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합격률은 대략 60~70% 정도다. 불합격하면 1년 더 기회가 주어진다. 현재 독일에는 대략 17만명의 변호사가 있고, 판사, 검사는 법과대학 졸업시험과 연수 후에 치는 2차시험의 성적으로 임용을 결정한다.

독일 박물관 전경. 꼭대기에 올라서면 뮌헨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현재 독일의 한국계 법조인은 대략 70~80명 정도라 볼 수 있다. 법조인 중 검사가 2명 이상, 쾰른에는 한국계 여성 판사가 있다. 그리고 판사와 검사는 통상적으로 정년까지 근무하고 한국과 같은 전관예우는 전혀 없다.

초봉은 판사, 검사가 세전으로 대략 월 700~800만원정도이고,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연봉이 1억 이상이다. 중소형로펌의 경우는 이보다 적지만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때문에 법과대학에 대한 선호도도 높고 변호사에 대한 인식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3~5년이 되면 Salary Partner가 되는데 이 경우 연봉이 90,000~120,000 유로정도이고, Equity Partner의 경우는 120,000~150,000 유로정도 된다.

판사나 검사는 임용되면 그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정년 전에 퇴직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전직 판사나 검사가 전관예우를 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변호사 등 실무가가 법과대학의 교수가 되는 경우도 찾기 힘든데 이는 법학박사 학위뿐만이 아니라 5~8년간 논문실적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수가 되기는 어렵다.

지식재산분야에 있어서는 뮌휀에 유러특허청이 있고 헤이크에 그 분점이 있다고 한다. 특허법원은 뮌휀에 소재하고 있어 많은 지식재산전문로펌이 상주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에 해당되는 기관은 별도로 없다고 한다.

독일은 각주별로 지방법원, 고등법원이 있고 카일스루헤에 연방대법원이 있다. 그리고 노동, 행정 등 6개 분야의 경우는 별도의 연방 대법원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허무효 등 사건은 특허법원이 1심이고 연방대법원이 최종심인 2심체제로 되어 있다.

한국로펌에서 독일에 진출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손 변호사가 2010년 경에 대형로펌의 연락사무소의 책임자로 2년 간 일한 적은 있으나. 이내 폐쇄되어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어쨌든 앞으로는 한국로펌도 유럽 진출부분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어떻게 협업 내지 제휴관계를 맺을지, 설정 작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일에서 한국을 보는 눈은 상당히 호전되었고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하여 상당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독일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근현대사 관련 유물.

독일의 경우 통독이후에 많은 통일비용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근래에는 모두가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향후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세금의 5.5%가 통일세로 추가되어 있어 그간 이에 대한 불만도 많았지만 27년이 지난 지금에는 모두가 이를 이해하고 있다. 메르켈의 장기집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출신이 동독인지 서독인지 여부로 따지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다.

뮌휀의 생활비는 서울에 비하여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30평형의 아파트의 경우 대략 6억원 정도다. 비록 겨울의 낮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후도 좋고 살기에 안정적이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도심에 고층 빌딩이 거의 없고 과거 양식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 내지 멋지게 복원되어 있는 상태에서 곳곳에 현대적인 건물이 어우러져 전체적인 풍경이 너무나도 멋지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도시의 풍모를 풍기는 뮌휀의 모습이 더 낭만적이고 친숙하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