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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도심 모습. 거대한 마천루와 낡고 오래된 건물이 공존한다. |
[홍콩법조계 견문기 ①]
올해 초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취임 당시 필자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해외 법대와 저명한 변호사들과 교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홍콩대 법대를 찾아 지식재산권법, 중재법 및 금융법 전공 교수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또 홍콩 국제변호사들을 만나볼 계획을 세웠다.
6월 19일 홍콩행 비행기를 운이 좋게도 ‘프리스티지 클래스’로 체크인 했다. 프리스티지 라운지에서 화이트와인과 함께 간편한 조식을 하는 ‘사치’에다 에스코트 서비스까지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친절한 승무원 환대에도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현지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경고성(?) 발언은 조금 마음에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홍콩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이 아니다.
홍콩은 다녀간 적이 여러 번이지만 홍콩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멀어 애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한국의 공항철도처럼, 홍콩 시내까지 24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고속열차가 운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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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고속열차 내부 모습. |
필자가 숙소로 정한 호텔은 홍콩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이 호텔과 같은 체인인 ‘만다린 오리엔탈’은 홍콩배우 장국영이 마지막 머물던 호텔로 유명하다. 장국영은 꼭 13년 전 24층 객실에서 투신했다. 현대적이고 깔끔했으나 안내 직원의 유감(?)처럼 “바깥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워” 아쉬웠다.
몸은 고단했지만 내일 찾아가기로 한 홍콩대 법대를 미리 답사하고픈 설렘에 두 다리가 지하철로 향했다. 2호선 신촌역에서 내려 연세대를 가듯, 지하철을 타고 홍콩대에 갈 생각이었다. 지하철 티켓 발급기가 우리나라보다 투박하고 작동이 잘 안 돼 불편했으나 이용방식은 한국과 비슷했다. 홍콩대역에서 내려 홍콩대 캠퍼스로 향하니, 산중턱에 대학건물이 비스듬하게 서 있었다. 홍콩의 높은 인구밀도와 해변가 주변에 소재한 건물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산기슭에 선 건물들이 왠지 불안하게 느껴져,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를 연상시켰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기분이 좀 미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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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대 법대에 전시돼 있는 법관 의상. |
홍콩의 대학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홍콩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서양 선진문물을 가장 먼저 흡수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에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홍콩 시민들의 ‘이중언어 습관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홍콩대 법대건물 앞에 서니 바다가 보였다. 주변 경관이 정원형태로 꾸며져 상당히 돋보였다. 건물 안 벽에 적힌 ‘법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의 초석’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판사가 쓰는 가발과 판사복이 전시된 곳을 지나 법대 도서관과 모의법정을 둘러보았다.
호기심에 대학 구내식당을 찾아갔다. 중국과 서양의 퓨전음식으로 구성된 식단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필자가 주문한 치킨 윙, 프렌치 토스트, 커피가 18 달러(한화 2700원)였다.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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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대학 입구. |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기는데 운동화와 수영복이 보이지 않았다. 급히 출국하느라 빠뜨린 모양이었다. 호텔 근처 국제금융센터 쇼핑몰에 가는데, 그야말로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구대국,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그제야 들 정도였다. 2개의 국제금융센터 사이에 위치한 쇼핑몰은, 필자가 상임감사로 재직한 한국예탁원 본사가 입주한 부산의 국제금융센터 쇼핑몰과 흡사했다. 부산 국제금융센터가 홍콩을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주변 상점이 세계적 유명 브랜드로 채워져 있었다. 명품 전시장 같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유명 브랜드 사이로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같은 매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수영복을 10달러, 운동화를 90달러에 샀는데 의외로 품질이 괜찮았다. 값비싼 명품과 중저가의 제품이 공존하는 곳, 왜 홍콩을 ‘쇼핑의 천국’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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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대에서 필자. |
문득 이런 혼재된 홍콩문화를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문화적인 홍콩의 자기정체성은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에 속하면서 서양문물이 자리잡은 도시, 홍콩. 정치적으로 중국에 반환됐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그러나 그 불안함 속에 안정을 찾으려 분주한 도시의 모습이라 해야 할까? 너무나 많은 문화가 어우러져 정체성이 혼란한 도시….
그러나 소수의 선택된 사람에겐 성숙한 자본주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가 홍콩이다. 거대한 군중과 화려한 건물 사이 우중충한 슬럼의 도시 골목을 걸으며 필자는 문득 이방인이 된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