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은 스포츠와 사촌. 인본적 바탕 위에 더 발전해야 : 월간조선

볼빅 LPGA대회 리셉션이 열린 미시간대 풋볼 경기장에서 만난 박찬호 선수와 필자.

[미국 앤아버에서 LPGA 참관기 ⑧]지난달 ‘한국 10대 골프선정위원’으로 위촉된 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 앤아버를 찾아 LPGA 대회를 둘러보고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필자에겐 힘든 도전의 시간이었다.

새로운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먼저 우버 앱의 사용이다. 의외로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 좋은 인상을 주었다. 다만 요금이 사후 청구(정확한 요금은 서비스 이용 후 핸드폰에 나타나는 기사평가서 화면이나 추후 이메일을 통해 알 수 있다.)되고 운전기사 자질의 편차가 심했다. 기사를 사전 택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필자가 머무른 호텔이 대학도시 중앙에 있어서 그런지 조식 계산서가 간단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어 멋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마케팅 일환이란 사실을 알고 실망하고 말았다.

관중이 꽉 들어찬 미시간대 폿볼 경기장. 10만명이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규정이 종목마다 다양하다. 그 규정을 어기면 스포츠 의미가 퇴색되고 관중이 외면한다. 경기규정의 기본토대가 올바로 설정됐는지 분석,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스포츠 법 규정의 법철학적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필자가 미시간대 법대 프리드먼 교수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신간을 준비 중인데 그 책 내용은 ‘스포츠 경기의 법 규정이 왜 정당성을 가져야 하고, 또 예외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법철학적 또는 논리적인 배경을 왜 따져야 하는 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알기로 지금까지 이런 시각에서 스포츠를 분석하는 법학자나 관련 서적은 거의 없었다. 현대 들어 법학에서도 좀 더 인본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이 중시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대학에서 법대 교수를 뽑을 때 철학박사(PH.D) 학위를 요구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법률 실무가로서 법 실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철학적 연구가 학문연구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앤아버 골프장 주변에는 목가적인 집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골프장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스포츠 법철학, 한류, 스포츠 에이전시

미시간대 한국학센터의 소장인 곽노진 교수를 통해 한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가진 것도 보람이었다. 한류가 보편적인 세계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국문화를 현지기호에 맞게 수정·변경하기보다 한국적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현지인이 그 자체로 이해하도록 돕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시간대 동문이 세운 한국학연구센터는 의미가 사뭇 깊다. 영어를 잘 하는 한국학자를 초빙하고, 한국학과 관련된 정보나 자료, 한국의 음악·미술·영화·스포츠를 알리는 행사를 자주 열고 이 과정에서 현지인에게 한국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미시간대는 미국 중서부 최고의 명문대다. 한국학센터가 적어도 미국내 한국문화 자원(資源)의 인프라 내지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한다.

국내 스포츠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좀 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 LPGA투어의 경우 국내 선수들이 겪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골프는 체력소모가 많은 종목이다. 현지 교민과 연계한다면 숙소걱정, 음식걱정을 덜 수 있다. 언어장벽 역시 교민의 도움을 받는다면 편안히 경기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선수들이 연로(年老)한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스포츠 에이전시를 통해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필자가 지켜본 한국 골프선수들은 스윙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돋보이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사회 인프라가 미흡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투어를 지속하니 성적이 들쭉날쭉해 안타까웠다.

볼빅 대회를 보며 국내 골프대회도 선수보호 차원에서 프로암을 9홀로 줄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아니면 ‘중간 프로암 제도’를 도입해 컷오프 된 선수들과 아마추어가 같이 즐기고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 어떨까.

골프장이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필요한데, 예를 들어 골프장 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 골프장이 그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유도하면 좋겠다.

미시간대 법대(로스쿨) 모습.

법학이 인본적 바탕 위에 더 발전했으면…

미래는 문화예술과 스포츠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법학도 음악과 매우 가깝다. 음악이 법처럼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의 전직 대통령 이보 요시포비치는 법대 교수 출신이지만 작곡가다.

이제는 법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법이 그저 딱딱하고 진부한 것이라 치부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생각이다. 법학이 음악과 스포츠에 가까운 것처럼 어쩌면 인간 본연의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분야일지 모른다.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의 법학이 인본적인 바탕 위에 더욱 더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역시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련 ‘법률실무’ 뿐만이 아니라 ‘현장경험’도 동시에 축척해 보고 싶다. 문화예술을 즐기고, 문화사회 가치창출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인생 후반전 새로운 도전의 기쁨을 즐기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