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1) 박근혜 대통령에게 : 월간조선

‘읽기나 말하기’만으로 노동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법을 갈구(渴求)한 노동개혁은 2015년 정기국회를 넘기고 말았다.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야당은 불참을 예고한 상태다.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한 데는 그 책임이 야당에게만 있을까? 아니다. 박 대통령에게도 있다. 그러면 박 대통령은 어떤 자세로 노동개혁에 임했어야 하는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다.

노동개혁을 갈구해온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읽기나 말하기’다. 지난 7일 새누리당 대표·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주요 법안 입법을 호소하면서 ‘한숨만 쉰다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느냐’고 호소했다. 그렇다. ‘하늘에서 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돈은 찾아 나서야 손에 쥘 수 있다. ‘읽기나 말하기’만으로 노동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처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야

노동개혁에 임한 대처는 한 마디로 ‘철의 여인’이었다. 1979년 5월 4일 다우닝가 10번지 주인이 된 대처는 6월 관례에 따라 소득정책 관련 기구를 통해 노조 대표들을 만났다. 그러나 7월 대처는 오래 동안 지속되어왔던 그 기구를 없애버렸다. 그 기구는 우리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것으로 매달 열렸는데, 노조는 그 기구를 통해 임금 인상 등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관철시켜왔었다. 대처는 노조 대표와의 모임을 없앤 다음 노조파워 무력화 계획을 계속 밝혀나갔다. 이후 대처는 다섯 차례에 걸친 노동관계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노조파워 무력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개혁에 임한 대처의 자세는 ‘읽기나 말하기’와는 전혀 달랐다. 1983년 6월 선거에서 승리한 대처는 1기에 마무리 짓지 못한 정책과제들을 손대기 시작했다. 1984년 3월 6일 대처는 효율성이 낮은 탄광 20개소를 1985년에 폐쇄･통합하고 직원 2만 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알렸다.

석탄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대처는 석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리라고 예상하고 석탄을 몰래 수입해 놓는 등 대비책을 철저하게 마련했다. 심지어 대처는 석탄가루가 흩날리는 파업 현장까지 찾아가 팔을 걷어붙이고, 정권도 멋대로 바꾼 제왕 같던 스카길 노조위원장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 파업은 1984년 3월 6일에 시작해 363일 동안 이어지다가 다음 해 3월 3일 “여러분, 투쟁은 물론 계속합니다. 그러나 파업은 끝입니다”라는 스카길 위원장의 선언으로 끝이 났다. 노동개혁은 ‘읽기나 말하기’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처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노조 대표나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벌어야 노동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슈뢰더처럼 노사정위원회 대신 별도의 위원회 구성해서 노동개혁 추진해야

슈뢰더는 2015년 5월 21일 전경련에서 가진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특강에서 제목이 시사하듯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중한 ‘조언’을 주었다.

이 특강에서 슈뢰더는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된다”며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측이 한 테이블에서 모여 의논을 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노사정위원회를 버리고 하르츠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개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어젠다 2010’에 포함된 ‘노동개혁’이 독일경제를 살린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슈뢰더는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하다면”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라는 ‘값진 교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겼다.

노동개혁에 성공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노조대표와 문재인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하든지, 게르하르트 슈뢰더처럼 노사정위원회 아닌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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