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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 조선DB |
문재인 대표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제안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제안했다. 2011년 초 전월세 급등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났다. 서울 도심에 살고 있던 대부분의 서민들이나 신혼부부들은 급등한 전월세에 밀려 변두리나 수도권으로 옮겨가야 했다. 이를 계기로 여야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놓고 숨 가쁜 경쟁을 벌였는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국회의원님들, 제발 ‘전월세 상한제’만은 도입하지 마세요!”2)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글을 써가면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2015년 4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다시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의 전월세 도입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전의 민주당 안을 바탕으로 논의한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놓고 여야가 경쟁을 벌였다
2013년 초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핫이슈였다. ‘전세 대란’으로 특히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현실에서 국회가 그렇게 나선 것은 당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민주당은 전월세 계약갱신 때 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2월 8일에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이 민주당 당론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그 후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이 시민단체와 함께 전월세난 대책에 관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2013년 3월 3일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은 72.8%, 세입자에게 추가계약 연장권을 주는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은 88.0%나 되었다. 이를 놓고, 한나라당은 주택 매매 활성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철폐를 대안으로 제안하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반대했다. 당시 김황식 총리도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지원하는 헌법 체계 하에서는 재산권 침해가 없는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지지했다.
전월세 폭등이 멈추지 않자 급기야 당시 한나라당도 2013년 3월 16일에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지역에 따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 무렵 나는 전월세 도입 반대 글을 썼는데 이 글이 한 유력 정치인의 트위터에 올랐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월세 상한제는 끝내 도입되지 않았다.3)
무엇이 ‘전월세 상한제’의 문제점인가?
‘전월세 상한제’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그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을 보자.
첫째, ‘전월세 상한제’ 시행 다음날부터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의 핵심 내용은 당시 민주당 안에 따르면, ‘전월세 계약기간 갱신 때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법정 전월세 계약기간이 2년이므로 이는 곧 전월세 인상률은 ‘2년 동안 10% 이내’가 된다는 뜻이다. 전월세 계약은 전국적으로 일 년 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시행 다음날부터 신규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2년간 전월세 10% 이내 인상’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전월세를 미리 엄청나게 인상하려고 할 것이다. 전국 평균 전세금 인상률이 2010년 7.1%, 2011년 12.3%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특별법을 동원하여 강요한다 해도 2년 계약에 10% 이내의 인상률이 지켜지겠는가! 새로운 ‘전월세 대란’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둘째, 당시 민주당 안에 따르면,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에게 총 4년에 걸쳐 추가계약 연장권이 보장된다면 계약이 끝나고 신규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4년 동안 20% 정도밖에 인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 신규계약 때 전세금을 엄청나게 올리게 될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초 닉슨 정부가 1차 유가파동 직후 임금·물가규제 정책을 2년 동안 실시했다가 이를 해제한 직후 임금과 물가가 폭등하자 이 같은 정책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할 때 4년 동안 전세금 인상이 규제되다가 해제되면 전세금은 더욱 폭등하게 될 것이다.
셋째, 주택정책이 실효를 거두어 전월세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전세금이 하락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는 독소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공급 초과로 전월세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전국의 모든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를 내세워 2년간 10% 정도 인상을 요구한다면 세입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넷째,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가 4년간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집주인이 어떤 이유로 자기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할 경우에도 팔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자유시장 국가에서 ‘계약갱신 청구권’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다섯째, 한나라당 안대로 집주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로 벌을 준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자유시장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까?
‘전세 대란’ 해법은 주택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그래서 필자가 애절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국회의원님들, ‘전월세 상한제’만은 제발 도입하지 마세요! 서민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전월세 대란’ 폭탄을 맞게 됩니다.”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 주택시장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왔다. 특히 2007년 9월부터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주택공급은 크게 감소해 왔다. 그래서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대란 해결을 위한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올바른 해법은 주택 매매 활성화와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어떻든 2011년 초에 핫이슈로 등장한 ‘전월세 상한제’는 2015년 초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잘 된 일이다. 그러면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전월세와 관련하여 주택 정책은 변한 것이 있는가? 사실상 거의 없다. 정부와 정치의 무능의 결과다. 이런 처지에서 문재인 대표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다시 들고 나왔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임시처방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다행히도 박근혜 정부가 뒤늦게라도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어서 몇 년 후에는 전월세 대란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각주
각주 1)은 제목임: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내용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박동운(2015.4), 『대한민국 가꾸기』, 선.
2)박동운(2011.3.17.), <국회의원님, 제발 ‘전월세 상한제’만은 도입하지 마세요!>, 한국경제연구원 keri칼럼.
3)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데는 필자의 글이 한몫 했다는 후일담(後日譚)이 있다. 당시 영향력 있는 한 장관이 필자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놓아 전월세 도입의 문제점이 정치권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박동운(2011. 3. 15), <국회의원님, 제발 ‘전월세 상한제’만은 도입하지 마세요!>, keri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