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법인세율 인하 경쟁 중! : 월간조선

4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소득주도의 경제성장을 주장했다./ 조선DB

문재인 대표가 ‘법인세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제안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새 경제(New Economy)’를 제시했다. 문 대표는 새 경제의 핵심 내용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고, 내수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의 활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전월세 상한제 도입, 영세 자영업자 대책 마련, 법인세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공정한 과세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문 대표는 소득세에 대해 “최고 세율 구간 설정을 높이고 누진율도 높여야 한다”며 “금융과 자본 소득 및 재산 소득에 의한 고소득에 대해서도 적절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18대 국회는 ‘1%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매겨 나머지 99%가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주도로, 2013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누진소득세 체계를 종전의 4단계에서 5단계로 확대하고, 최고세율을 종전의 35%에서 3억 원 초과 경우에는 38%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문 대표는 ‘법인세 정상화’를 내세워, 이명박 정부 때 취해진 법인세 등 인하 조치를 ‘부자 감세’라는 말로 표현하여 “대기업에 대한 최고 세율을 ‘부자 감세’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3월 31일 발표한 4·29 재·보선 정책 공약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2%에서 감세 전인 25%로 환원하고(주: 이는 지방정부가 제외된 법인세율임), 과세표준 구간의 최저한세율을 상향하며,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지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여기서는 ‘법인세율 인상’을 다룬다.

세계는 지금 법인세율 인하 경쟁 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KPMG는 세계 130여 개국의 조세 관련 자료를 2006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6∼2014년간 변화가 두드러진 몇몇 나라의 법인세율과 권역별 평균 법인세율 변화를 논의한다(<표> 참조). 표의 법인세율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포함된 것임을 밝혀둔다. 특징을 요약한다.

국가	2006	2014	감소 폭 (%포인트)	권역	2006	2014	감소 폭 (%포인트)
독일	38.34	29.58	-8.76	아프리카	30.82	27.85	-3.24
영국	30	21	-9	북미	38.05	33.25	-4.8
이탈리아	37.25	31.4	-5.45	아시아	28.99	21.91	-7.08
캐나다	36.1	26.5	-9.6	유럽	23.7	19.68	-4.02
스웨덴	28	22	-6	남미	29.07	27.52	-1.55
러시아	24	20	-4	오세아니아	30.6	27	-3.6
중국	33	25	-8	EU	24.83	21.34	-3.49
싱가포르	20	17	-3	OECD	27.67	24.11	-3.56
한국	27.5	24.2	-3.3	글로벌	27.5	23.64	-3.85

<표 1> 몇몇 국가들의 법인세율과 권역별 평균 법인세율 변화, 2006∼2014 (단위: %)

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한 법인세율임.

자료: KPMG.

(1) 국가별 법인세율 변화

∙독일은 2006년에 38.34%였는데 2008년에 29.51%로 인하한 후 2014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감소폭은 –8.76%포인트.

∙영국은 2006년에 30%였는데 2009년부터 인하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 21%로 낮 췄다. 감소폭은 –8%포인트.

∙이탈리아는 2006년에 37.25%였는데 2008년에 31.4%로 인하한 후 지금까지 같다. 감소폭은 –5.45%포인트.

∙캐나다는 2006년에 36.1%였는데 2008년부터 인하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 26.5% 로 낮췄다. 감소폭은 –9.6%포인트.

∙스웨덴은 2006년에 28%였는데 2009년부터 인하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 22%다. 감소폭은 –6%포인트.

∙러시아는 2006년에 24%였는데 2009년부터는 20%다. 감소폭은 –4%포인트.

∙중국은 2006년에 33%였는데 2008년부터는 25%다. 감소폭은 –8%포인트.

∙싱가포르는 2006년에 20%였는데 2008년에 18%로, 2010년에 17%로 낮췄다. 감소 폭은 –3%포인트.

∙한국은 2006년에 27.5%였는데 2009년에 24.2%로, 2011년에 22%로 인하했다가 2012년에 24.2%로 인상했다(이 비율은 중앙·지방정부를 포함한 것임). 감소폭은

–3.3%포인트.

∙표에는 없지만 미국은 2006년 이후 40%를 유지해오고 있다.

2014년에 134개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부터 순서대로 10개국을 쓴다.

1위: 아랍에미리트(55%) 2위: 미국(40%) 3위: 일본(35.64%) 4위: 앙골라(35%), 5위: 아르헨티나(35%) 6위: 몰타(35%) 7위: 수단(35%) 8위: 잠비아(35%)

9위: 수리남(34.5%) 10위: 브라질(34%)

(2) 권역별 법인세율 변화

∙글로벌 평균 법인세율은 2006년에 27.5%였는데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2014년에 23.64%로 낮아졌다. 감소폭은 -3.85%포인트.

∙감소가 큰 권역부터 차례대로 쓴다.

1위: 아시아(-7.08%포인트) 2위: 북미(-4.8%포인트) 3위: 유럽(-4.02%포인트)

4위: 오세아니아(-3.6%포인트) 5위: OECD(-3.56%) 6위: EU(-3.49%포인트)

7위: 아프리카(-3.24%포인트)

이는 ‘세계는 지금 법인세율 인하 경쟁 중’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특히 최근에 이를수록 법인세율 감소는 큰 폭으로 이루어져왔다. 한국의 정치가들은 불과 8년 동안에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엄청난 세계적인 변화를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

‘글로벌 법인세율 감소’는 왜 일어나는가?

법인세율의 ‘글로벌 감소’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법인세율이 낮다는 점이다. 134개국 가운데 알바니아로부터 러시아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구사회주의 18개국의 법인세율은 9%∼21% 범위에 속한다. 중국만 25%로 높다. 특히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법인세율이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낮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을 ‘경제발전에 필요한 해외자본 유치’에서 찾는다. 즉, 구사회주의 국가들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한결같이 법인세율을 낮게 책정했고, 지속적으로 낮춰온 것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치로 고도성장을 이룩한 나라들: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여기서는 해외직접투자 유치로 고도성장을 이룩한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를 이야기한다. <그림 1>은 2000∼2013년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 저량(貯量, stocks)을 나타낸 것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입 저량이 2013년 중국은 9567.9억 달러, 싱가포르는 8376.5억 달러, 아일랜드는 3777.0억 달러, 한국은 겨우 1673.5억 달러다.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중국과 싱가포르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빠르게 증가해왔고, 아일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최근에 다시 빠르게 증가해오고 있다. 한국은 완만한 추세다.

2000∼201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중국은 9.9%, 싱가포르는 5.8%, 아일랜드는 2.7%(금융위기 기간 4년 제외하면 4.5%), 한국은 4.4%다.

<그림 1>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저량, 2000∼2013

단위: US 1억 달러

한국은 2006년부터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지속적으로 유입을 초과

한국은 2000∼201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겨우 4.4%다. 필자는 이 같은 저성장의 원인의 하나를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유입을 초과한 데서 찾는다.

<그림 2>에서 보듯이, 한국은 해외직접투자가 2000∼2005년간에는 유입이 유출을 초과했지만 2006년부터는 한 해도 예외 없이 유출이 유입을 초과했다. 특히 최근에 이를수록 유입에 대한 유출의 초과 폭이 확대되어 왔다. 2012년에는 그 폭이 무려 마이너스 211.3억 달러에 이른다. 큰일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유입을 초과하는 이유는 기업과 노동시장 규제 때문

기업규제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막는다. 2014년 1월 1일에 개정된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먼저 예로 든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일반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규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제로 인해 그동안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외자 유치, 벤처투자 활성화, 중소기업과의 협력 등에 필수적인 제휴나 지분투자, 합작투자를 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문제가 거세게 지적되어 개정되기는 했지만 이 법이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도 막았다는 것을 정치가들은 알아야 한다.

<그림 2>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입과 유출, 2000∼2013

단위: US 1억 달러

해외 시장규모에 이끌려 국내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은 2010년에 17.2%, 2011년에 24.2%, 2012년에 32.7%, 2013년에 39.6%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국내시장이 좁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유통기업의 지속적인 해외진출 증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노동시장 규제로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경제자유 관련 노동시장 규제’를 보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2012년 152개국 가운데 134위다.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한 나라는 152개국 가운데 아프리카 미개국과 남미의 독재국가 18개국뿐이다. 대한상의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부문별 규제개선 인식 조사에서 노동 관련 규제 개선이 43.8%로 가장 많았다.

또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 규제가 심한 나라다. 이를 정리한다.

• 외국기업 55.2%는 ‘한국의 투자환경이 열악해’ 투자를 꺼린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 바뀌어서: 32.5%, 경제변수가 변해서: 27.0%, 규제가 심해서: 23.4%, 노사갈등과 반기업정서가 심해서: 10.8%

• 외국계 기업 49.8%는 기업규제입법이 계속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겠다.’

• 기업 관련 입법 가운데 부담이 되는 것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입법이 35.4%로 많다.

• 외국인투자 유치 증대를 위해서는 정책 일관성 확보: 36.3%, 규제 완화: 27.9%, 인센티브 효율화: 22.9%로 나타났다.

이래도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할 것인가?

문재인 대표는 한국의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때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정부를 포함한 27.5% 수준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 비율이 높은가 낮은가는 문재인 대표의 평가에 맡긴다. 문제는 한국의 법인세가 많다는 점이다.

‘법인세율’의 국제비교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는 감면 등 여러 조치로 인해 법인세율 수준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법인세율이 25%이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15%를 적용한다. 미국은 법인세율이 2014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40%이지만 GDP 가운데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은 2013년에 2.29%다. 그런데 영국은 법인세율이 2014년에 미국의 절반 정도인 21%이지만 GDP 가운데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은 2013년에 2.54%로 미국보다 높다. 이런 점에서 OECD는 법인세율 대신 ‘GDP 가운데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을 유용한 지표로 내세워 관련 자료를 발표한다.

한국을 보자. 한국은 2014년에 중앙·지방정부를 포함한 법인세율이 24.2%로 문재인 대표가 문제로 삼을 만큼 비교적 낮지만 ‘GDP 가운데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은 높기로 2013년에 OECD 34개 국가 가운데 놀랍게도 5위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순서부터 차례대로 쓰면 다음과 같다. 1위: 노르웨이(8.536%) 2위: 룩셈부르크(4.886%) 3위: 뉴질랜드(4.443%) 4위: 일본(3.884%) 5위: 한국(3.339%)

이래도 문재인 대표는 한국의 법인세율이 낮으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