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베풂’과 공산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 월간조선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은 지금까지 8,000억 원을 출연하여 동양 최대의 장학재단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종환 회장은 출연액을 금년 말까지 1조 원으로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종환 회장의 꿈은 ‘한 명의 빌 게이츠,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는 ‘자발적 베풂’의 모델이다.

우리나라에도 ‘자발적 베풂’의 사례가 적지 않지만 최근 한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발적 베풂’의 반열에 참여했다. 그는 주식 4,576억 원을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출연하여 ‘미국의 브루킹스 재단’ 같은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풂에는 두 가지 조건이 뒤따른다. 하나는 베풀고 싶은 마음, 다른 하나는 베풀 수 있는 경제력. 경제체제를 생각하면 베풂은 사적소유를 허용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선물이다. 그래서 자유시장국가인 미국은 1800년대 중반 이후 카네기재단, 록펠러재단, 포드재단, 빌게이츠재단 등 수많은 자선단체가 탄생해 ‘베풂의 메카’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사적소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베풂은 아예 있을 수 없다. 자유시장국가인 우리나라도 경제력이 높아져 베풀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면 ‘베풂의 원조’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누가 뭐라고 말해도 ‘자발적 베풂’의 원조는 기독교다. 기독교는 출발부터 베풂을 강조했고, 기독교가 강조한 베풂의 성격은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들춰 ‘자발적 베풂’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에게 바칠 예물을 지시하다

이스라엘 백성이 430년 동안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다가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가는 도중에 광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나님이 지도자 모세에게 말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나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여라. 누가 바치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예물이면 받아라.”(출애굽기 25:2)

이는 언약궤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헌납받기 위해 하나님이 모세에게 내린 지시다. 이어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각자의 소유 가운데서 주님께 바칠 예물을 가져 오십시오. 바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주님께 예물을 바치십시오. 곧 금과 은과 동과, … 그 밖의 보석들입니다.”(출애굽기 35:5-9)

이는 3,450여 년 전에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의 성막(聖幕)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헌납받기 위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린 지시다. 하나님과 모세의 지시 가운데 핵심내용은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 기독교는 이처럼 출발부터 하나님을 위한 헌납의 경우에도 ‘자발적’을 강조했다.

공산주의가 기독교와 비슷하다고?

공산주의를 기독교와 비슷하게 보는 목사들이 있다. 그 근거는 신약성경 사도행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었다.”(사도행전 2:44-45)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팔아서 그 판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고, 사도들은 각 사람에게 필요에 따라 나누어 주었다.”(사도행전 4:32-35)

인용은 기독교 초기 교회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초기 교회의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는 공유(公有)와 공용(公用)이 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앞의 두 인용을 살펴보면, 이는 칼 마르크스 사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주창(主唱)했다―“능력 있는 사람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이 말은 곧, ‘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뜻이다. 이런 논리로 마르크스는 ‘공유, 공용, 공산(共産), 평등분배’를 내세워 공산주의를 주창했다. (성경에서 공동 생산을 뜻하는 공산(共産)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공산주의를 기독교와 비슷하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기독교의 베풂은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

그러나 기독교는 마르크스의 주창과는 다르게 가르친다.

“마케도니아와 아가야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예루살렘에 사는 성도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낼 구제금을 마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였습니다.”(로마서 15:26-27)

“그들은 큰 환난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기쁨이 넘치고, 극심한 가난에 쪼들리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남에게 베풀었습니다.”(고린도후서 8:2)

“각자 마음에 정한 대로 해야 하고,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서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고린도후서 9:7)

이처럼 기독교는 남을 위한 베풂은 ‘바치고 싶은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는 베풂과 관련하여 흔히 언급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와는 거리가 멀다. ‘사다리 꼭대기에 오른 사람의 의무’라는 뜻을 가진 ‘노블레스 오블리즈’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공산주의처럼 ‘강요된 베풂’의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남을 위한 베풂은 ‘강요된 베풂’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하는 ‘자발적 베풂’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점에서, 기독교는 강요를 바탕으로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공산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성경에는 ‘굶어죽는 사람’ 이야기가 없다

죽음 가운데 가장 비참한 죽음은 ‘굶어죽는 죽음’이라고 한다. 안성기 영화배우의 ‘기부 광고’에 나오는, 뼈만 앙상한 채 곧 목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아프리카 어린이의 굶주린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한다. 그런데 성경에는 죽음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의 가난은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기독교는 베풂, 자발적 베풂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가장 가난한 계층인 고아나 과부나 외국인이 와서 배불리 먹게 하라고 수없이 가르친다. 두 가지 내용만 인용한다.

“당신들이 사는 성 안에 유산도 없고 차지할 몫도 없는 레위 사람이나 떠돌이나 고아나 과부들이 와서 배불리 먹게 하십시오.”(신명기 14:29)

“당신들이 밭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곡식 한 묶음을 잊어버리고 왔거든 그것을 가지러 되돌아가지 마십시오. 그것은 외국 사람과 고아와 과부에게 돌아갈 몫입니다.”(신명기 24:19)

기독교의 가르침이 이럴진대 성경에 가난한 과부나 고아나 외국인 이야기는 많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일상생활에서 못 먹어 굶어죽는 사람 이야기가 있을 턱이 있겠는가!

기독교의 ‘베풂 정신’이 복지정책 도입에 기여해

기독교의 ‘자발적 베풂’은 복지정책 도입에 기여했다. 영국에서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라 9세기경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일도 목사의 밥퍼운동’ 같은 구빈(救貧)운동이 교구 중심으로 일어나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기독교의 구빈운동은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조차 거지로 만들어 베풂의 대상이 되게 했다. 이 결과 구빈운동은 14세기에 들어와 구빈법(救貧法, The Poor Law) 제정으로 이어졌다. 구빈법은 각 지방의 교구 내에서 그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되, 근로 능력이 있는 거지를 징벌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 후 19세기 초에 이르러 경제·사회 여건 변화로 빈민층이 급격히 증가하자 영국은 1834년에 신(新)구빈법을 제정했다. 신구빈법의 취지는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근로를 통해 생활을 이끌어가게 하려는 데 있었다. 그런데 1870년대 후반에 불황으로 실업이 급증하고, 1880년대에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이 대두하자 영국은 새로운 각도에서 빈곤문제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 결과 구빈법은 1929년에 폐지되었고, 1944년에 베버리지 경의 권고에 따라 기존 제도를 모두 흡수한 포괄적인 복지정책 곧, ‘국민보험법’이 제정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오래 동안 ‘영국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어떻든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복지정책은 ‘가난한 고아와 과부와 외국인을 도우라’는 성경에 그 뿌리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가 베푸는가?

한 과부가 헌금하는 것을 보고 예수가 한 말과, 영생(永生)을 얻으려는 한 부자 젊은이와 예수가 나눈 대화는 ‘누가 베푸는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수는 한 과부가 헌금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가난한 과부가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저 사람들은 다 넉넉한 가운데서 자기들의 헌금을 넣었지만 이 여자는 구차한 가운데서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다.”(누가복음 21:3-4)

영생을 얻으려는 한 부자 청년이 예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예수와 그 청년이 나눈 얘기를 대화 형식으로 구성한다.(마태복음 19:16-26; 마가복음 10:17-26; 누가복음 18:18-27)

청년: “선생님, 제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예수: “어찌하여 너는 나에게 선한 일을 묻느냐? 선한 분은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네가 영생을 얻고자 하거든 계명들을 지켜라.”

청년: “어느 계명들입니까?”

예수: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는 계명들이 있지 않느냐?”

청년: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예수: “네게는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