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내수 진작의 견인차로 보는 것은 치명적 오류 : 월간조선

2015년 2월 7일 서울 맥도날드 신촌점 매장 앞에서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직원의 처우개선을 주장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조선DB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협화음(協和音)을 내는 정부·정치권·노동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내수 진작의 견인차(牽引車)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수 진작을 위해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 또한 최 부총리 발언을 계기로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새정치연합은 더욱 구체적이다. 새정치연합은 최 부총리의 발언을 놓고 “오래전부터 우리 당이 주장해온 것”이고, “그동안 우리가 주장했던 ‘가계소득 중심 성장론’과 일치한다”며 환영했다. 최근 새정치연합 당대표 선출 경선에서 한 최고위원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의 대표 정책처럼 강조했고, 문재인 당대표는 ‘경제정당’을 표방(標榜)하면서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마치 2012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벌인 ‘복지 경쟁’을 보는 듯하다. 빠질세라 민주노총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정치권이 세계적인 흐름을 오해한 듯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 진작의 호재가 된다는 정부·정치권의 주장은 세계적인 흐름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본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놓고, OECD, 세계은행, ILO는 2014년 9월에 열린 G20 노동장관 회의에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 원인이 임금격차에 따른 소득불균형이라고 지적하면서 임금격차 해소가 지속적인 성장의 필수 요소라는 내용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것 같다.

• 그래서 그런지 내수확대를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14년 말경 ‘기업이 배당 늘리고 임금 더 많이 주게 하는 등의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여러 지표로 볼 때 우리는 지금 일본의 장기불황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한데, 내수 진작을 위해 기업만 짜서 배당 몇 푼 늘리고 임금 조금 올려주면 성장이 이루어지리라고 보는가? 그리고 기업이 최 부총리의 발언대로 배당 늘리고 임금 더 주리라고 기대하는가? 최 부총리의 연이은 ‘임금 인상 필요’ 발언에도 대기업들은 ‘여력 없다’며 2015년 임금을 줄줄이 동결하고 있지 않는가? 현재 같은 불황에서는 저임금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 때맞춰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부터 5년 넘게 시간당 7.25달러로 동결되어온 연방 최저임금을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시간당 10.10달러로 올리려고 의회를 압박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지난 2월 미 의회예산처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약 1650만 명이 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고 약 9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저임금 근로자 고용이 약 5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를 근거로 미 연방 상원이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고용 감소를 가져온다는 증거다.

• 130여 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의 최대기업 월마트가 6년 만에 2015년 4월부터 임금을 연방정부 최저임금보다 1.75달러 많은 9달러로 올리고, 2016년에는 최저 10달러로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임금으로 악명 높은 월마트가 임금을 인상하게 된 진짜 이유는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노동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마트 외에도 고용규모가 큰 미국 기업들은 최근 임금인상에 나서고 있다.

• 일본의 아베 총리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는 무관한 행보다.

• 중국 베이징시(市)가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한다. 베이징시는 2010년에도 최저임금을 10%씩 두 차례나 올렸다. 중국은 지역 최저임금제도를 실시하므로 지자체가 맘 내키는 대로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임금이 낮은 데다 고도성장으로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 한국이 1970년대에 했던 것처럼 임금을 올려주어야 할 처지다. 베이징시의 최저임금 인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을 정치권이 놓칠 리가 있겠는가! 2012년 대선에서 한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에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는 최저임금을 ‘매년 물가상승률에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더하고 여기에다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한 만큼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최저임금 인상은 박 대통령의 약속대로 이루어져 2014년 대비 7.1% 올라 시간당 5,580원이 되었다. ‘최저임금 인상 공식’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2015년 최저임금 인상은 ‘후한 편’이다. 최저임금법이 1938년에 도입된 후 최저임금이 제조업이나 평균임금의 40% 정도를 유지해온 미국에서(이는 인상 공식이 아니고 최저임금 수준의 변동 추세임) 오바마 정부가 2015년에 6년 만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39.3%나 인상하려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은 ‘후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최저임금이 2015년에 10.10달러로 오른다면 미국은 연평균 6.6% 오른 셈이니까.

최저임금 인상을 내수 진작의 견인차로 보는 것은 치명적 오류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을 내수 진작의 견인차로 보는 것은 치명적 오류다. 그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의 대표적 규제로, 그 평가에서는 찬반 견해가 엇갈린다. 최저임금제의 수혜자는 ‘비숙련 근로자’다.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 결정을 노동시장에 맡기면 저임금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제 찬성 입장에서 볼 때, 노동의 대가로 지불받는 임금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면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의 복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제가 1894년에 뉴질랜드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후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이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최저임금제 반대 입장에서 볼 때, 최저임금제가 도입되거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임금은 정부 아닌 사용자가 주는 것이어서 사용자는 인건비 인상에 대처하고자 저임금 근로자 고용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제 도입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고용을 줄인다는 견해는 경제학자들 간에 일치되어 있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고용을 줄인다는 견해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정부 아닌 사용자가 주는 것이므로 그 인상은 인건비 상승을 가져와 저임금 고용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 원리는 ‘수요의 법칙’으로 일컫는다. 곧, 비싸지면 덜 산다는 뜻이다. 이는 단기 분석에 해당되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를 타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고용을 줄이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이는 단기 아닌 장기, 이를테면 약 10년 동안의 변화를 놓고 이야기된다.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저임금 고용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저임금 고용이 증가한다’는 견해를 비판하는 입장을 보면, 장기에서는 생산 증가가 이루어지므로 생산 증가로 인한 저임금 고용 증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를 압도하게 되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저임금 고용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쟁은 실증의 문제로, 경제학자들 간에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생산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 단기를 가정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고용 감소를 가져온다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셋째, 지금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저임금 고용은 분명히 감소할 것이다. 정부·여야 정치권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부·정치권의 주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가 진작됨으로써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에 대한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용자는 저임금 노동 대신 기계로 쉽게 대체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는 고용 증가가 제로인 1960년대의 브라질이다. 물론 페론 정부의 아르헨티나도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에서 1960년대에 고용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지나친 임금 상승으로 사용자가 노동 대신 기계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근로자가 하루만 일하고 그만두어도 해고시킬 수 없어서 사용자는 노동 대신 기계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교과서에 나온다.

이는 곧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탄력적’이라는 뜻이다. 이는 실증의 문제에 속하지만 ‘탄력적’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는다면 놀랄만한 결과가 나온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경제 전반에 걸쳐 최저임금 수혜자들의 총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게 되어 소비가 진작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말 것이다. 소비 진작은커녕 저임금 고용만 감소하고 말 것이다. 이 논리는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그래서 경제학 전문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정치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넷째, 한국도 아파트 경비원 같은 일부 감시단속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왔다. 즉, 2007년에는 70%, 2008∼2014년간에는 90%, 2015년부터는 100% 적용. 이처럼 특정 근로자의 경우 적용률을 낮게 적용한 이유는 최저임금 적용이 이 부문 근로자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정치권이 최저임금을 빨리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저임금 근로자 고용 감소에는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다섯째, 최저임금 수혜자가 얼마나 되는가는 현실적으로 아무도 모른다. 최저임금 관련 보고서에 ‘최저임금 영향률’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이는 전체 근로자(또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 곧 ‘최저임금 수혜자 비율’을 말한다. 2015년의 영향률은 14.6%(수혜 근로자 2,668천 명÷(1명 이상의 전산업) 적용대상 전체 근로자 18,240천 명)이다. 그런데 영향률 14.6%는 아무도 모른다. 추정치일뿐이니까! 정부·정치권은 ‘허구의 숫자’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셈이다.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히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를 줄인다

최저임금제는 복지정책이 아니다. 복지정책은 부자의 돈으로 약자를 돕는 정책이다. 최저임금제는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포켓을 강제로 털어 저임금 근로자를 돕는 것’이다. 따라서 그 후유증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공화당은 올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려는 오바마의 정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저임금 고용이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 외에 주 최저임금도 시행하는데, 뉴욕주는 식당·호텔 등에서 일하는 팁노동자의 최저임금을 2010년부터 금년 말까지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의 70%도 안 되는 5달러로 낮게 적용해 왔다. 고용 감소를 우려해서다. 그런데도 한국은 정부·정치권이 최저임금을 ‘빨리 그리고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같은 불황에서는 저임금 일자리 하나라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에 관한 밀튼 프리드먼의 평가는 유명하다.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가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부·정치권·노동계는 프리드먼의 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이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정부·정치권·노동계가 벌이는 ‘정치놀음’을 중단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들에게 기능이 낮은 근로자들을 차별하도록 한다. 이런 투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야말로 최저임금법의 실상이다. 예를 들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기능이 거의 없어서 노동이라고 해야 시간당 2달러의 가치밖에 없는 10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소년 또는 소녀는 앞으로 보다 낳은 일자리를 얻도록 해줄 수 있는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그 임금으로라도 몹시 일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법에는 사용자가 이 소년 또는 소녀에게 시간당 2달러 90센트(1979년 현재)를 줄 의사가 있어야만 비로소 이러한 사람이 고용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사용자가 그 사람의 노동의 값어치인 2달러에다 사랑의 정신으로 90센트를 덧붙여 줄 의사가 없는 한 이 10대는 고용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젊은이가 시간당 2달러를 지불하는 일자리라도 얻게 될 때보다도, 시간당 2달러 90센트를 지불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없게 될 때가 어째서 형편이 더 낫다는 것인지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불가사의한 일이었다.”¹⁾

각주

1) Friedman, M. & R.(1979), Free to Choose, Harcourt Brace Jovanovich, 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