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기억하는 별사탕은 군(軍)시절 건빵봉지에 매달려 나오는 형형색색의 설탕 과자다. 색깔도 예뻤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얼음 조각을 깨트려먹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별사탕은 설탕을 주원료로 만든 사탕의 일종이다. 이 별사탕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별사탕은 어떤 경로로 일본에 들어갔을까?

 일본의 사탕과자인 곤페이토(金平糖, 金米糖, 金餅糖 등으로 표기)는 유럽에서 건너간 것이다. '곤페이토'는 원래 포르투갈어로 '사탕'을 뜻하는 'confeito'라는 단어를 일본식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이 '곤페이토'는 15세기 무렵 유럽에서 소개되고 16세기에 일본에 수입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일본에서 사탕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으며, 별사탕은 많은 설탕을 소비하므로 매우 희귀하고 비싼 과자이기도 했다.
이 별사탕은 1569년에 포르투갈인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Luís Fróis)가 포교 허가를 받기 위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에게 이를 선물했다고 한다.(위키백과)



오다노부나가와 별사탕

<일본을 통일하려는 야망이 부풀었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1569년 4월 16일 봄날 인부들이 성(城)을 쌓는 공사현장에서 포르투갈 선교사를 맞는다.....포르투칼의 선교사인 프로이스는 이 자리에서 노부나가(信長)에게 유리병에 든 별사탕과 양초를 선물한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기독교 포교를 허락받는다.>

 한양대 일어일문학과 정하미 교수가 쓴 일본의 서양문화사에 나오는 별사탕에 대한 내용이다. 정교수는 실크로드와는 다른 포르투갈이 개척한 종교 전파의 길을 일명 '별사탕 로드'라고 했다.
이처럼 별사탕을 포함한 서양의 과자들은 기독교의 포교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생활혁명을 가져오기도 했다. 실크로드와는 다르게 서구의 생활필수품이 일본에 전달된 것이다.

<대륙에서는 실크로드의 문물이 한국을 통해서 일본에 전달되었으나 '별사탕 로드'의 문물은 일본이 종착지였고 임진왜란이라는 불행한 전쟁을 통하여 조선에 들어오기도 했다.>

 일본의 3대 요리학교 이사장인 나카무라 테쓰(中村哲, 55세) 씨는 '16세기에 유럽으로부터 새로운 식재료 및 물건들이 전달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감자, 고구마, 고추, 카스텔라, 덴뿌라 등이 일본에 들어왔으며, 조선으로 부터는 도자기 제조 기술이 일본에 전달되었다고 했다. 나카무라(中村) 씨는 또 '이러한 식재료와 물건들을 통하여 일본의 요리가 오늘날의 형태로 완성된 시기는 17-19세기'라고 했다.
"17-19세기에 오늘날의 스시, 덴뿌라, 소바, 가이세키(會席) 요리 등이 완성된 시기였으며, 1871년에 육식 금지가 풀려 스키야키, 돈카스, 카레라이스 등이 급속하게 확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맥도널드, 켄터키 후라이 치킨, 스타벅스 커피 등 미국의 요식산업이 일본에 상륙한 것은 비교적 늦은 1970년 이후로 보고 있다.

가이세키(會席) 요리는 일본요리의 진수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사인 호시 노리미츠(星則光, 60세) 씨가 나카무라(中村) 아카데미의 특별 강사의 자격으로 서울에 왔다. 1969년 일본의 유명 호텔인 오쿠라의 일식당 '야마사토(山里)'에 입사하여 88년 올림픽 시절 우리나라 신라호텔의 총 요리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일본요리의 진수는 역시 가이세키(會席)"라고 했다.
'가이세키(會席)'요리는 에도시대(江戶時代)부터 연회요리에 이용된 코스요리다. 가이세키(會席)는 '모임의 좌석'이라는 말이다. 일본의 정통요리인 혼젠요리(本膳料理)를 근대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이 요리는 결혼식이나 공식연회 또는 손님을 접대할 때 사용된다. 가이세키(會席)요리는 처음부터 음식을 모두 차리는 혼젠요리(本膳料理)와 달리 국과 생선회를 먼저 내고 순차적으로 맛깔스러운 요리를 차린다. 호시(星) 씨는 일본의 가이세키(會席)요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 했다.

"가이세키 요리는 쉽게 말하면 일종의 코스요리입니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마다 같은 재료를 쓰지 않아야 하며, 조리 방법이 달라야 하고 맛이 중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맛, 색깔, 모양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일본요리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식에는 계절감이 있어야 하며 음식을 담는 그릇도 계절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요즈음과 같은 여름철에는 도자기나 칠기 그릇보다는 유리그릇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음식은 정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서 발전해야 한다"면서 음식의 신화(新化)를 강조했다.

"음식도 때로는 단순환 변화가 아닌 혁신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일본음식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요리는 서양 음식의 유입을 통해서 성장했다. 어쩌면 서양음식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모방을 통한 진화를 도모했던 것이다. 일본은 서양문화의 수용을 통해서 근대화를 이룩한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양문화를 토대로 더욱 발전적인 문화를 끊임없이 산출해 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식의 세계화, 충분히 가능

 우리나라의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한식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세계화를 이룩했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은 물론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나카무라 테쓰(中村哲) 이사장은 '한식의 세계화는 일본 음식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식은 야채와의 밸런스가 좋은 건강식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를 보급하는 기술 즉, 홍보와 마케팅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고 귀 뜸했다.

"한국요리가 세계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마땅한 이유로는 야채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거기에 동물성 단백질(육류, 생선)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한식이 영양학적으로는 일본요리보다 우수한 요리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부터 한국요리의 건강학적인 장점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치, 냉면, 불고기, 순두부, 비빔밥이라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맛있는 요리는 전 세계에서 폭넓게 평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사샤 아이센버그(Sasha Issenberg)'는 "음식은 늘 사람과 환경 간의 협상점이었다. 수산물을 먹는 것은 문명을 거부하는 유일한 영역인 바다와 설익은 불장난을 계속하는 일이다"고 했다.
식(食)문화는 단순히 먹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큰 개념에서 보면 새로운 문화의 창달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서 이를 발전시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지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