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도심 한 복판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오호리(大濠) 공원이다. 우리로 치면 호수 공원이다. 공원의 둘레는 2킬로미터 쯤 된다. 그 공원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고, 각종 새들이 모여든다. 새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필자는 얼마 전 그 공원에 다녀왔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햇볕은 따스했다.

때마침 '성인의 날(1월 14일)'이어서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전통 기모노를 입고 가족단위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들이 장관이었다.

오호리(大濠) 공원은 우리의 일산 호수 공원 보다는 작지만, 대체로 안정된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목례하면서 웃는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필자도 그들 틈에 끼어 공원을 돌았다.

후쿠오카 성터의 해자

이 공원은 본디 후쿠오카 성(福岡 城)의 해자였다. 후쿠오카의 초대 번주 구로다나가마사(黑田長政, 1568-1623)에 의해서 7년(1600년- 1607년)만에 축성되었다. 그 옛날의 성터에서 공원이 태어난 것이다.
 공원에는 자그마한 섬도 있고, 아름다운 다리도 여러 개 있다. 다리의 이름을 우리말로 하면 관월교(觀月橋), 송월교(松月橋), 다촌교(茶村橋)며, 부견당(浮見堂)이라는 아름다운 정자도 있다.
 그날도 수많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갈매기, 솔개, 매 등이 한데 어울려 창공을 날면서 자연을 즐기는 듯 했으나, 거기에도 삶의 투쟁이 있었다. 솔개, 매들이 순식간에 어린 갈매기들을 덮쳤다. 이제 겨우 날개 짓하는 연약한 갈매기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필자는 공원의 아름다움을 잠시 놓쳐 버렸다.

“희망은 꺾여 눈물짓고 너무나 모진 고뇌가.....”라는 보들레르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후쿠오카 시민들의 놀이 공원

이 공원은 후쿠오카 현이 운영하고 있다. 넓이가 약 40평방킬로미터의 공원이다. 공원의 주변에는 후쿠오카 성터인 무학공원(舞鶴公園)이 있고, 일본 정원, 후쿠오카 시립미술관과 NHK 방송국이 있는 후쿠오카 시민들의 휴식처다.

 후쿠오카(福岡)의 한 시민은  마라톤을 하면서 “이 공원에만 오면 힘이 솟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맑은 공기, 예쁜 꽃과 새들이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고 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체조하는 사람, 열심히 뛰는 사람.....다양했으나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도심 공원에서도 낚시를 하다니......참으로 행복한 나라다?”
이 공원에는 낚시 허용구역과 금지 구역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예로부터 이곳에는 뱀장어, 붕어 등의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이었습니다. 공원이 된 후에도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돌려주기 위하여 낚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원 관리자 하사키(66세) 씨의 말이다. 그는 또, 시민들은 낚시를 하나의 스포츠로 생각하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는 가져가지 않고 다시 놓아 준다고 했다.
그리고, 맑은 물을 보존하는 방법은 평소에 빗물을 모아 저장탱크(35만 톤)에 보존하여 3개의 기계로 인공 순환시킨다고 했다. 저장 탱크의 물을 하루에 1만 5,000톤씩 내보내어, 호수의 물을 정화한다는 것이다.
 화재예방을 위해 화기물질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고, 애완견도 필히 주인이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목에 줄을 매야 하며, 배설물 처리도 주인의 몫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에 의해 발생한 쓰레기는 집으로 가지고 간단다. 그래도 이 공원을 관리하는 직원이 5명이나 된다고 했다. 3명은 공원의 전반적인 관리자, 2명은 청소 전담 직원이다. 성숙된 시민의식과 직원들의 엄격한 관리에 의해 공원의 아름다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1929년에 문 연 도시공원

이 공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먼 얫날의 얘기는 아니다. 1925년(大正 14年)에 이곳에서 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그 박람회를 계기로 이곳이 아름답게 정비되었던 것이다. 그 후 1929년(昭和 4年)에 오호리(大濠) 공원으로 문을 열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공원의 주변은 주거환경이 좋아서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처럼 고층아파트는 없다. 아름다운 공원과 자연즤 정취가 어울리는 그러한 주택들이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아파트만 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 같다.

 근대공원은 중세 이후에 영국의 왕족이나 귀족이 소유했던 대규모 공원을 19세기 중반에 일반에게 공개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공원은 천연적인 자연지와 인공적으로 조성한 후생적 조경지로 구분된다. 전자를 자연공원이라고 하고, 후자를 도시공원이라고 한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그러한 공원을 많이 가진 나라가 행복한 나라이리라.

 우리나라도 1967년에 공원법이 제정되어 지리산, 금오산, 오대산, 설악산, 속리산 등 많은 공원이 생겨났으나, 도심에는 아직도 공원이 모자란다.
필자는 "우리도 도심 한 복판에 아름다운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총총걸음으로 오호리(大濠) 공원을 벗어났다.

 국보 1호 남대문(숭례문)이 불타버린 안타까움으로 온 국민이 슬퍼한다.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국보도, 공원도, 자연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지극정성이 없이는 아름다움이 보존될 수 없다. 잃어버리고 한탄하기에 앞서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