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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음주車에 꺾인 어린 꽃들

‘후쿠오카현과 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그 즉시 해고 조치한다’는 원칙 세워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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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꽃 한 송이 피는데도 이렇듯 어려운데,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험난하고 고달플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다니......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詩)다.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의 후쿠오카(福岡)에서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 같은 어린아이 3명이 음주 운전 車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사고를 당한 가족은 물론 후쿠오카 시민 모두가 눈물에 젖었다. 지난 달 25일 밤 10시경,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오오우에(大上, 33세) 씨 가족 5명이 탄 차를 음주 운전차가 뒤에서 덮쳤다. 후쿠오카만(灣)을 가로지르는 다리(海の中道大橋)를 행복하게 달리던 일가족은 갑작스런 충격으로 흔들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너무나 어이없고 안타까운 사고였다. 어두운 바다 속에서 헤매던 부모와 어린아이 두 명은 긴급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진 장남(4세)도 뒤늦게 발견되었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양친 오오우에(大上) 씨 부부는 경상이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세 자녀를 본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깜깜한 해면(海面)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보다는 “우리 아이가 차안에 갇혀 있어요―”라는 부모의 처절한 절규가 후쿠오카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어린이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음주 운전자는 후쿠오카 시청 직원(22세)이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그는 혈중 알콜 농도 0.25 - 그의 취중 객기(客氣)가 살인(殺人)을 불렀다. 후쿠오카 시(市)는 다음날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에게 사죄했다.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시청 직원이 이토록 불상사를 야기 시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과 유족,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음주 운전자는 즉각 면직 처리되었다. 또 후쿠오카 시(市)는 8월 29일로 예정되었던 ‘2016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시민 궐기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조용한 마음으로 어린 꽃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후쿠오카 시(市)는 직원교육 미비와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후쿠오카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시청의 전화통에 불이 났음은 물론 항의 e-메일이 1,000건을 넘었다. “시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음주사고를 내다니 언어도단이다.” “직원 교육을 똑바로 시켜라.” “후쿠오카 시장은 사직하라.”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야마가사(山笠) 축제를 좋아했다 오오우에(大上)씨 가족은 모두 후쿠오카의 전통 축제인 야마가사(山笠)를 좋아했다고 한다. (필자의 칼럼 7월 19일자 참조) 치요나가레(千代流) 소속인 이들은 지난 7월 15일에 열린 축제의 대열에 끼여 미래의 꿈을 빌었다. 장남 히로아키(紘彬, 4세)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치요나가레(千代流)의 일원이 되어 5km를 질주했으며, 차남과 딸은 엄마의 품에 안겨 난생 처음으로 이 축제를 구경했단다. 이러한 뜻을 기려 어린이들의 제단은 야마가사 의식으로 장식했고, 야마가사(山笠)관계자 400여 명이 이들의 장례식에 참가하여 밤을 새웠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일을 ‘츠야(通夜)’라고 한다. 필자와 10년이 넘도록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야마사키 히로타로(山崎 廣太郞, 65세) 후쿠오카 시장도 장례식장에서 밤을 샜다.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 야마사키 시장은 “음주 운전이 박멸(撲滅)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관(棺)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상자’에 엎드려 울부짖는 부모의 목소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서일본신문은 “영구차가 떠나는 날, 세 마리의 비둘기가 날았고, 갑자기 몰려드는 먹구름 속에서 비가 쏟아졌다. 하늘도 이들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보도했다(8월 29일 자). 짧은 생을 마친 아이들에게 꽃과 과자를… 음주 운전차에 받쳐 바다에 추락한 다리 난간에는 꽃다발과 과자, 그리고 그들의 명복을 비는 편지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곳을 지나가던 차량들은 잠시 멈춰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1999년에 음주운전 트럭에 치여 두 딸을 잃은 이노우에(井上) 씨 부부도 멀리 도쿄에서 날아와 사고 현장에 헌화했다. 이노우에(井上)씨는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쉽게 잊어버린다. 음주 운전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음주운전 ‘0’이 되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후쿠오카 현(縣)과 시(市)는 ‘후쿠오카현과 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그 즉시 해고 조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음주운전 사고가 늘고 있다 정부의 ‘2006년 교통안전 시행계획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도 음주운전 사고가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1년 2만 4,994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2005년에는 2만 6,460건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해 한 해에만 910명이 음주 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4만 8,15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버렸을까? 우리는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나 미약하다. 어린이 3명이 목숨을 잃은 음주운전 사고로 인하여 온 시민이 하나가 되어 ‘음주운전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후쿠오카. 우리도 이러한 운동을 펼쳐야 한다. 고귀한 생명이 어이없는 죽음으로 내몰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입력 : 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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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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