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사설(社說)은 주필, 논설주간, 논설위원 등 신문사에서 식견이 높은 기자로 구성되는 논설위원회가 집필한다. 사설(社說)의 역할을 든다면 그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 민중의 입장에서 비평을 가하는 것이다. 또한 사설은 민중의 궁금증을 풀어 주는 해설가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설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신문이 있다. 다름 아닌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지난 5월 4일, 일본 평화 헌법 60주년을 맞이하여 8면에 걸쳐 21개의 사설을 내걸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 신문은 하루에 2개의 사설을 쓰던 관례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사설 21 제언, 일본의 새 전략」이라는 명제의 사설(社說)을 내걸었던 것이다.
논설주간 ‘와카미야 게이후미(若宮啓文)’ 씨는 <총론> “지구공헌 국가”라는 사설에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담았다.
“지구 온난화나 인구 증가, 글로벌화에 의한 폐해.....여러 가지로 닥쳐오는 지구상의 곤란에 대하여 일본은 에너지 절약, 환경기술을 비롯한 특기(特技)로 공헌해야 한다.
다양한 국제 활동으로 보살펴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결실을 낳는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직결된다.
전쟁포기의 제 9조를 가지는 일본의 헌법은 그 때문에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므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결론이다.”
결론적으로 평화헌법 9조를 바꾸지 말고 세계를 위한 ‘보살펴 주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이러한 아사히(朝日) 신문이 8월 15일자 사설(社說)에서 “전쟁이라는 역사, 「1000마리의 파리」를 상상하자”는 사설을 써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중학, 고교에서 역사를 배우는 여러분께’
우리의 광복절을 일본에서는 ‘종전 기념일’이라고 한다. 일본 신문들은 대부분 평소보다 긴 사설을 썼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사설을 써서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오늘은 62번째의 종전 기념일입니다. 여름 중에서 가장 더운 시기입니다만, 잠시 생각을 바꾸어서 전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으렵니까?”로 시작된 사설은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하여 생동감 넘치는 접근을 했다.
〈당돌한 질문입니다만, 1000마리나 되는 파리를 본 적이 없겠지요?
올해로 95세가 된 영화감독 ‘신도우 가네토(新藤兼人)’ 씨는 그것을 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도우 가네토시(新藤兼人) 씨는 31세에 군대에 소집되어 그 다음 해에 효고(兵庫)현의 해군항공대에서 패전을 맞았습니다. 1년 반 정도의 군대생활이었지만 상관으로부터 이유 없이 곤봉으로 엉덩이를 얻어맞는 비참한 나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대 내에 하나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1000마리의 파리(식용 잉어의 먹이)를 잡아오면 하루 밤의 외출이 허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싶은 일념으로 이 일을 해낸 동료가 있었답니다.
병에 들어 있는 파리를 신문지 위에 쏟아서 상관 앞에서 가느다란 대나무 끝으로 한 마리씩 세었습니다. 신도우 가네토시(新藤兼人) 씨는 ‘正’자를 써서 그것을 기록했습니다. 988, 999....1000을 다 세고 외박 허가를 받던 동료의 미소 띤 얼굴을 그는 잊을 수 없었습니다.
‘1000마리의 파리라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요?’
살충제 등 실험용으로 연구소에서 죽은 파리 1000마리를 실제로 본 적이 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흩어진 거무튀튀한 죽은 파리 떼-
이것을 한 마리씩 모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추악(醜惡)함을 전해야 하는 책임’
〈신도우(新藤) 씨의 경우 함께 소집된 10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6명뿐이었습니다. 그는 전쟁이 용감스럽고 사람이 죽는 것을 아름답게 묘사한 책과 영화를 보면 분노가 끌어 오른다고 했습니다.
‘전쟁은 추악하다. 개인을 파괴하고 가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책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신도우(新藤) 씨는 스스로의 전쟁 체험을 토대로 하여 ‘육지에 올라온 군함’이라는 영화의 각본을 써서 그 자신이 직접 증언자로 출연하였습니다.
특공대, 집단자결, 대량살육.....전쟁의 여기저기에 광기(狂氣)가 있습니다. 신도우(新藤) 씨가 본 파리도 그 하나였을 것입니다.〉
‘과거에 다가가는 도전(挑戰)’
이 신문의 사설은 계속해서 금년 초, 어느 중학교 수업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 DVD의 얘기를 풀어나갔다.
“주인공인 여고생이 모르는 청년과 만나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에 따라 갑니다.......
일본의 청년회의소가 제작한 ‘긍지’라는 제목의 DVD입니다. 여기에는 신도우(新藤) 씨가 맛보았던 비인간적인 군 생활이나 일본이 침략해서 아시아인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고 하면서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을 현장 체험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히로시마(廣島)나 나가사키(長崎)에 있는 원폭자료관을 방문하면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비참한 피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沖繩)에는 지상전의 이면에서 펼쳐진 장렬한 체험을 이야기하는 ‘히메유리’ 부대 생존자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과 한국에는 일본 침략과 식민지 통치,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가 새겨진 기념관이 많이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다고 눈을 피해 버리면 편중된 역사가 되어 버립니다. 62년 전 가족을 만나기 위해 1000마리의 파리를 잡았던 부대가 확실히 존재했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오늘날, 그러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떠할까요?”
필자는 최근 도쿄(東京)에서 아사히(朝日) 신문사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큰 건물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큰 것은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이 신문사의 안목(眼目)이었다.
아사히(朝日) 신문이 최근 사설을 통해서 주창하는 논조(論調)를 유추해 보면, ‘평화 헌법 9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며,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자.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가자는 것이다.
그렇다. ‘과거를 덮어버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만이 해결의 실마리다.
우리에게는 ‘용서(容恕)와 화해(和解)’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 된 반성(反省)을 전제로 한다.
국가 간의 문제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