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티베트)에서의 시시마(四島) 씨
일본의 후쿠오카 시티은행은 금융뿐만 아니라, 문화ㆍ예술의 선도자적 역할을 해왔다. 하카다(博多)역 앞에 위치하고 있는 이 은행의 본점은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헨리 무어의 거대한 조각품이 손님을 맞이하고. 벽면에는 독일 신 야수파의 거장인 안젤름 키퍼의 대작이 방문객을 감동시킨다.
이 은행에는 사무실은 물론 회의실, 접견실에 이르기까지 피카소, 모네, 간딘스키, 미로, 마크 로스코 등 미술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걸려있다. 한국 추상화의 거장인 유경채 화백과 권여현 화백의 작품도 그 대열에 끼여 있다. “문화적 가치가 21세기를 지배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인생, 경영, 문화를 사랑하면서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전 후쿠오카 시티은행 총재 시시마 츠카사(四島司, 81세)씨. 은행 총재(頭取)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일본의 기업인은 물론,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후쿠오카 시티은행(현 서일본 시티은행)의 설립은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이 은행의 창립기념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과 일치한 사실이 특이하여 알아보았다. 그의 부친, 시시마 히후미(四島一二三) 씨가 16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을 일궈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미국에서 번 돈으로 은행을 설립하였고, 자기에게 돈을 벌게 해준 미국의 은혜를 평생 동안 잊지 않기 위해서 7월 4일을 은행의 창립기념일로 정했다고 한다.
“미국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
오늘날 미ㆍ일의 밀월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마음들의 결정체(?) 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시마 히후미 씨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33년 동안 첫 전차로 출근하였다고 한다. 은행의 설립자가 자가용을 타지 않고 전차로 통근을 했다는 사실을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견지(堅持)하라, 철(鐵)의 의지(意志)와 불(火)의 정신력(精神力)으로,
단행(斷行)하라. 신념(信念)의 앞에는 불가능(不可能)이 없노라』
부친인 시시마 히후미 씨의 모교(소학교)에 새겨져 있는 좌우명이다. 시시마 츠카사 씨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으나,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여색에 반함”, “사람에 반함”, “사업에 반함”이라는 세 가지의 ‘반함’중에서 시시마 씨 자신은 “사람에 반함”을 꼽는다. 그는 15년 전인 1991년에 일본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했다. 6개월 동안 쓴 칼럼을 모아 <사람(人)에 반함>이라는 책을 내었다. ‘사람에 반한다.’ 는 것은 그 사람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세계에 몰입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 최고의 건축가인 이소자키(磯崎) 씨와 화가인 니시지마(西島) 씨가 그가 몰입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최근에 다시 40대의 젊은 기업인들에게 반해 ‘규슈 아시아 경영숙(經營塾)’을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경영숙은 40대의 젊은 기업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리더(leader) 양성 교육기관으로 주말을 이용하여 10개월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열정에 필자도 반해버렸다.
시시마 씨가 존경을 받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문화ㆍ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경제 지상주의가 한계에 달했다”고 일갈한다. ‘폐쇄적인 일본문화’도 한탄한다. 그는 또, “기업이 이익만 남기려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다. 기업은 사람, 물건, 돈을 기본으로 하지만, 21세기형 기업은시간, 정보 그리고 문화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마다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실크로드(Silk Road)’를 탐방한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터키, 이란, 이라크, 요르단, 중국, 러시아 등 ‘비단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그는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직접 카메라에 담아 사진 전시회를 연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이었던 ‘교통로의 문화’를 후쿠오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공산권의 체제 변화, 권력의 무상, 인간사의 허무함 등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평원의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하나의 바람(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크로드’ 어린이들의 천진난만은 항상 그대로라는 말이다. 그는 ‘실크로드’의 어린이들에게 또 한 번 반했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일고 있는 뮤지컬의 열풍에도 불을 지핀 사람이다. 1990년, 극단 사계(四季)의 캐츠(Cats)를 후쿠오카에 유치하여 ‘7개월 동안 242회 공연, 235,000 명의 관객 동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로부터 5년 ― 그는, 서 일본 최대의 명물인 ‘캐널시티’ 내에 연중무휴의 ‘캐널시티 극장’을 설립하였다. 1996년,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후쿠오카 시티극장’은 지금까지 24편의 작품, 231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게 하였다.
시시마 씨는 뮤지컬 중에서도 캐츠(Cats)를 좋아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가 열 번 정도는 캐츠를 보았을 것 같다. 그는 특히 캐츠의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Grizabella)’가 노래한 메모리(Memory)를 좋아한다.
《날 잡아주세요. 떠나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죠.
지난날의 추억과 더불어 홀로 태양 아래 날 잡아 준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보세요! 새로운 날이 시작됐어요.》
얼마 전, 시시마 씨와 전화 통화를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기(氣)가 살아있는 음성이었다.
“미스터 장(張)?”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滔盛和夫) 회장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야! 언제 한번 같이 만나자고.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나모리 회장은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와 함께 일본의 3대 기업가로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시시마 츠카사 씨는 은행 총재 시절, 필자가 추진하던 프로젝트(Project)에 프라임 레이트(Prime rate, 최우대금리)보다도 싸게 돈을 빌려준 분이다. 96세로 생을 마감한 그의 부친보다 더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그의 휴머니즘에 반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은행에는 사무실은 물론 회의실, 접견실에 이르기까지 피카소, 모네, 간딘스키, 미로, 마크 로스코 등 미술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걸려있다. 한국 추상화의 거장인 유경채 화백과 권여현 화백의 작품도 그 대열에 끼여 있다. “문화적 가치가 21세기를 지배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인생, 경영, 문화를 사랑하면서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전 후쿠오카 시티은행 총재 시시마 츠카사(四島司, 81세)씨. 은행 총재(頭取)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일본의 기업인은 물론,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후쿠오카 시티은행(현 서일본 시티은행)의 설립은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이 은행의 창립기념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과 일치한 사실이 특이하여 알아보았다. 그의 부친, 시시마 히후미(四島一二三) 씨가 16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을 일궈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미국에서 번 돈으로 은행을 설립하였고, 자기에게 돈을 벌게 해준 미국의 은혜를 평생 동안 잊지 않기 위해서 7월 4일을 은행의 창립기념일로 정했다고 한다.
“미국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
오늘날 미ㆍ일의 밀월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마음들의 결정체(?) 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시마 히후미 씨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33년 동안 첫 전차로 출근하였다고 한다. 은행의 설립자가 자가용을 타지 않고 전차로 통근을 했다는 사실을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견지(堅持)하라, 철(鐵)의 의지(意志)와 불(火)의 정신력(精神力)으로,
단행(斷行)하라. 신념(信念)의 앞에는 불가능(不可能)이 없노라』
부친인 시시마 히후미 씨의 모교(소학교)에 새겨져 있는 좌우명이다. 시시마 츠카사 씨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으나,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여색에 반함”, “사람에 반함”, “사업에 반함”이라는 세 가지의 ‘반함’중에서 시시마 씨 자신은 “사람에 반함”을 꼽는다. 그는 15년 전인 1991년에 일본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했다. 6개월 동안 쓴 칼럼을 모아 <사람(人)에 반함>이라는 책을 내었다. ‘사람에 반한다.’ 는 것은 그 사람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세계에 몰입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 최고의 건축가인 이소자키(磯崎) 씨와 화가인 니시지마(西島) 씨가 그가 몰입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최근에 다시 40대의 젊은 기업인들에게 반해 ‘규슈 아시아 경영숙(經營塾)’을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경영숙은 40대의 젊은 기업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리더(leader) 양성 교육기관으로 주말을 이용하여 10개월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열정에 필자도 반해버렸다.
시시마 씨가 존경을 받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문화ㆍ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경제 지상주의가 한계에 달했다”고 일갈한다. ‘폐쇄적인 일본문화’도 한탄한다. 그는 또, “기업이 이익만 남기려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다. 기업은 사람, 물건, 돈을 기본으로 하지만, 21세기형 기업은시간, 정보 그리고 문화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마다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실크로드(Silk Road)’를 탐방한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터키, 이란, 이라크, 요르단, 중국, 러시아 등 ‘비단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그는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직접 카메라에 담아 사진 전시회를 연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이었던 ‘교통로의 문화’를 후쿠오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공산권의 체제 변화, 권력의 무상, 인간사의 허무함 등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평원의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하나의 바람(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크로드’ 어린이들의 천진난만은 항상 그대로라는 말이다. 그는 ‘실크로드’의 어린이들에게 또 한 번 반했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일고 있는 뮤지컬의 열풍에도 불을 지핀 사람이다. 1990년, 극단 사계(四季)의 캐츠(Cats)를 후쿠오카에 유치하여 ‘7개월 동안 242회 공연, 235,000 명의 관객 동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로부터 5년 ― 그는, 서 일본 최대의 명물인 ‘캐널시티’ 내에 연중무휴의 ‘캐널시티 극장’을 설립하였다. 1996년,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후쿠오카 시티극장’은 지금까지 24편의 작품, 231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게 하였다.
시시마 씨는 뮤지컬 중에서도 캐츠(Cats)를 좋아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가 열 번 정도는 캐츠를 보았을 것 같다. 그는 특히 캐츠의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Grizabella)’가 노래한 메모리(Memory)를 좋아한다.
《날 잡아주세요. 떠나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죠.
지난날의 추억과 더불어 홀로 태양 아래 날 잡아 준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보세요! 새로운 날이 시작됐어요.》
얼마 전, 시시마 씨와 전화 통화를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기(氣)가 살아있는 음성이었다.
“미스터 장(張)?”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滔盛和夫) 회장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야! 언제 한번 같이 만나자고.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나모리 회장은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와 함께 일본의 3대 기업가로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시시마 츠카사 씨는 은행 총재 시절, 필자가 추진하던 프로젝트(Project)에 프라임 레이트(Prime rate, 최우대금리)보다도 싸게 돈을 빌려준 분이다. 96세로 생을 마감한 그의 부친보다 더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그의 휴머니즘에 반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