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에 있는 방사선 장치 제조 업체 레메디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휴대용 X-Ray 패키지‘REMEX-KA6’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회사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27세트의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약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생명과학 전문 기업 티엔티리써치는 축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22년부터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해 축산물 이력제 고도화, 종축 개량을 주관하는 기술을 인정받았고, 다양한 국제기구, 현지 정부 인사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두 기업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이 있었다. 비수도권에 있는 두 기업 모두 코이카의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향상을 위해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ODA 사업에 주목하는 기업들 ‘12조달러 블루오션’

 최근 글로벌 ODA 동향을 살펴보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성 평등, 빈곤 퇴치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인적 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개발협력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ODA 사업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가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민간 기업은 기술 혁신, 자금 조달, 전문성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ODA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기업의 장점인 기술 혁신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다. 민간 기업은 스마트 농업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생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등 보유한 기술 혁신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ODA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일 수 있고, 국제 네트워크까지 확대할 수 있는 등 글로벌 ‘블루오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ODA 시장 및 해외조달시장 규모는 12조달러를 상회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수도권 기업은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ODA 사업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해외 ODA 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코이카는 기술은 있지만, 정보가 부족한 비수도권 기업들이 ODA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기업, 다양한 방법으로 ODA 사업 참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코이카의 ODA 사업으로는 ▲국별 협력 사업 ▲혁신적 개발 협력 사업 ▲인도적 지원 사업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컨설팅 용역, 공사, 물품 공급 용역 등의 입찰 참여를 통해 코이카의 ODA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코이카 무상 ODA 사업 및 기업 참여 형태]

 가령 한 개도국에서 ICT 분야에 대한 직업기술훈련 역량강화 및 교육훈련 환경 구축 사업을 추진할 경우 ICT 교과 과정 및 교재 개발, 교원 대상 초청연수, ICT 교육 센터 건립, 교육 기자재 지원 등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코이카가 발주하는 사업 수행 및 성과관리(용역), ICT 센터 건립(공사), 교육 기자재 공급(물품 구매 및 제조) 등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코이카가 공모를 통해 신청받는 ‘혁신적 개발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기업이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ve Technology Solution, CTS)’과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nclusive Business Solution, IBS)’에 입찰해 선정되면 코이카가 지원한 사업비로 현지에서 사업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

 CTS는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등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ODA에 적용해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지능형 누수 관리 시스템 개발 업체 '위플랫'은 코이카의 CTS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도네시아에서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업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IBS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CSR), 공유 가치 창출(CSV) 재원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즈니스 전략을 ODA와 연계해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 사례로 친환경 에너지 원료 제조업체 ‘미래그린케미칼’은 탄자니아에서 캐슈넛 가공과 부산물 껍데기를 활용한 캐슈넛 오일을 생산하며 현지 농촌경제를 활성화했다.

 김지윤 코이카 조달실장은 “ODA 사업 형태가 다양한 만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도 여러 가지여서 기업은 자사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ODA참여 방법이 무엇인지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ODA 기업진출센터,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 제공

 코이카는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글로벌 ODA 기업진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코이카 글로벌 인재교육원에 개소한 이 센터에서는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연합(UN) 등 주요 해외 원조 기관 입찰 참여 전략을 제공하는 등 해외 ODA 시장 진출을 위한 전반적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다. 또한 성공적인 계약 수주를 위해 기업의 필요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의 분야와 규모, 역량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으로 지난해 해외정부 및 기관에서 발주한 ODA 조달 계약(중견기업 6개, 중소기업 7개, 공공기관 1개)에서 11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이카는 비수도권 기업들에 해외 ODA 사업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17년부터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던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온 총 300여 명이 참여했는데, 5명 중 1명이 비수도권 기업 관계자였다. 설명회에서는 글로벌 ODA 사업 참여 방안을 소개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통한 국가별 사무소장 상담회와 함께 국가별 발주계획 자료집도 배포했다.

전국서 조달 설명회… 비수도권 기업 ODA 참여 견인

 이 외에도 코이카는 비수도권 기업의 ODA 조달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 국제개발협력센터, 지자체와 협력해 조달 설명회를 활발히 열고 있다. 지난해 7개 지역(울산, 부산, 충북, 광주, 대전, 경남, 전북)에서 개최한 설명회에는 118개 기업이 참여(참석자 수 181명)했는데, 올해에는 8개 지역(울산, 충북, 광주, 전북, 경남, 부산, 충남, 제주)에서 177개 기업이 참여(참석자 수 263명)해 50% 증가했다.

 손정미 코이카 글로벌연대파트너십 본부장은 “국토 균형 발전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비수도권 기업의 ODA 사업 참여가 필수”라며 “코이카는 앞으로도 더 많은 비수도권 기업이 해외 ODA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통한 역량 강화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