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주한(駐韓)가봉공화국 대사관을 찾았다. 이달 30일 국회박물관(구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품 수출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때문이다. 주최는 (사)한국유권자 총연맹에서 한다. 이 세미나가 특이한 점은 중동·아프리카 대사 13명을 초청한 것이었다. 그것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카를로스 빅토르 분구(Carlos Victor BOUNGOU)’ 대사는 주한외교사절단장도 맡고 있다.
건물 3층에 들어서자 역대 대사들의 사진이 길게 걸려있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는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11년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아 물 한잔을 마시면서 그가 먼저 필자에게 물었다.
“아프리카와는 혹시 인연이 있으시나요?”
“네.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서 2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입니다. 첫 해외 방문국가인 셈입니다.”
“아니 이럴 수가? 저의 대사 첫 부임지가 바로 리비아였습니다. 2002년입니다. 리비아에서 2년간 근무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리비아 이야기로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하는 대사)
주고받은 몇 마디의 말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언어는 프랑스어였다. 통역은 말리에서 유학 온 ‘칸타 세이두 미남바(32)’씨가 했다.
►가봉공화국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가봉은 중앙아프리카 서부 적도 아래에 있으며 남대서양에 접해 있는 인구 약 230만 명의 나라입니다. 국토의 80%가 숲이며 13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 하지 오마르 봉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셨죠.”
그러면서 분구(BOUNGOU) 대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봉고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들어있는 우표를 보여줬다.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한국에 11년 간 근무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느끼신 점은 무엇입니까?
“첫째, 한국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교육환경이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학구열이 높다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가 한국이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밑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봉대사는 물론 주한외교사절단장을 맡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역할은 무엇이나요?
“저는 주한 가봉의 대사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주한 아프리카 대사관 20곳의 공관장 겸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주재하는 116개국 외교공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주재국 외교공관 대표는 해당 국가에 가장 오래 주재하고 있는 대사가 맡는다-편집자 주). 이렇게 세 가지 임무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한 사람이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바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아프리카와 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까요?
('아프리카가 한국 중소기업들의 미래시장이다'는 '분구' 대사)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가봉에 직접 진출해야 합니다. 가봉은 저렴한 인건비와 많은 젊은 인력이 있는 시장으로, 한국 중소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가봉에서 회사를 설립하면 한국으로 제품을 수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봉시장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전역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은 더 넓은 시장과 수출 기회를 확보하고, 경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가봉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매우 유망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봉은 다른 국제 국가들이 널리 활용하는 신기술 분야에서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봉에서의 기회를 활용하는데 있어서의 문제점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가봉에서의 잠재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가봉을 비롯한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업역확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가봉으로의 수출에는 한국산 자동차, 한국미용 화장품(K-beauty), 한국 음식(K-food) 및 농업 제품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가봉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자동차는 고품질과 성능으로 인해 가봉 시장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미용 화장품인 ‘K-beauty’ 제품도 가봉에서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K-beauty’ 제품은 차별화된 기능과 품질로 유명하며, 가봉의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음식인 ‘K-food’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가봉에는 광활한 경작지가 있어 농산물 수출이 가능합니다. 한국의 농산물과 농업 기술을 가봉과 공유함으로써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가봉의 농업 발전과 식량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수출은 한국과 가봉 간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봉으로의 수출은 양국의 발전과 번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프리카는 너무나 먼 나라다. 기회가 없는 땅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중남미에 비하면 아프리카는 아주 가까운 거리니까요.”
►한국과 가봉공화국이 지난해에 수교 60주년이었더군요.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협력을 해야 할까요?
('한국과 가봉은 미래의 파트너다'는 대사)
“한국과 가봉은 1962년 10월 1일 수교를 했습니다. ‘알리 봉고 온담바’ 대통령은 지난 해 7월 한국을 방문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 모음을 필자에게 내밀었다. 다시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양국의 대통령은 두 가지의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첫째, 한국과 가봉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둘째,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고민입니다. 한국과 가봉이 더욱 교류를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더욱 많이 가봉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에 보도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 대통령은 “자원이 풍부한 가봉과 IT·인프라 건설 등 기술력이 강점인 우리나라 사이에 호혜적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라며, “특히 가봉이 열대우림을 잘 보존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언급했다.>
<봉고 대통령은 “가봉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와의 협력 확대를 희망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2024년 한-아프리카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가봉 간 고위급 교류 확대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Libreville)이 ‘자유의 도시’라는 의미이더군요. 자유를 중시해서인지 40여개의 부족이면서도 내전이 없는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가요?
“맞습니다. 질문하신대로 ‘자유의 도시’입니다. 가봉은 인종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더불어 잘 사는 것을 옹호합니다. 가봉이라는 나라의 이름도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원래의 ‘가바오’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가봉’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가봉에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한국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많은 천연자원이 존재합니다.
►알베르토 슈바이처 박사가 가봉의 랑바레네 지역의 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하셨더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는 답을 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책상에 있는 책 한권을 들고 왔다. 슈바이처에 대한 영문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말했다.
“존경하는 알베르트 슈바이처(1875-1965) 박사는 가봉의 한 마을 랑바레네에 병원을 세우기 위해 유럽의 안락함을 버리고 정착하셨습니다. 그는 유언장에 자신이 가봉에 있는 병원 옆에 묻히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러한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는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한, 박사의 부인도 랑바레네에 위치한 남편의 묘지 옆에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망한 딸도 유언장에 ‘자신의 유해를 랑바레네에 묻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랑바레네 병원은 ‘알베르트 슈바이처 가족의 인간적 가치와 영향력을 담고 있는 고귀한 장소로 여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봉의 음식은 어떤 것이 맛이 있고, 한국 음식 중 어떤 것을 좋아하시나요?
“가봉의 음식문화가 닭고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음식과 비슷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봉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가봉 음식문화에 대해 큰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음식의 유사성을 느끼고 가봉의 다양한 닭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교류차원에서 아주대학교 학생들을 가봉에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가봉의 닭고기가 아주 맛이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매운 김치, 불고기 등을 좋아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비빔밥을 참 좋아합니다. 고소한 참기름이 뿌려지면 더욱 입맛을 돋우게 해요.”
필자의 마지막 말로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감했다.
“대사님!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 외교관들의 참기름이 되시기 바랍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5억 5000만 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가장 오래된 대륙이고, 가장 많은 지하자원을 품은 대륙이다. 인간은 여기서 처음으로 곧게 서서 걷는 법을 배웠다.”
독일 작가 ‘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의 한 대목을 연상하면서 이태원동의 언덕길을 내려왔다. 오후 시간인데도 거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인터뷰 장(場)의 분위기처럼.